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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세상을 바꾼다 _ 조현정의 시대공감(17)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의례적으로 가지는 경제인과의 간담회에서 오뚜기 회장이 초대되어 세간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간담회에서는 보통 재계 순위에 따라 15대 대기업 총수들만 초대되었는데 오뚜기는 재계순위 10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는 중견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재계 15위권의 기업 총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더라"며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 라며 오뚜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누리꾼들은 식품회사인 오뚜기를 갓뚜기라 부릅니다. 그동안 오뚜기에서 묵묵히 해왔던 선행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함태호 명예회장은 무려 4000명이 넘는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후원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심장병으로 죽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1992년부터 2016년까지 4,242명을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 알리거나 홍보하지 않고 비밀리에 해왔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복지단체에 꾸준히 후원해 왔고, 시식사원 1,8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으며, 석봉토스트가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토스트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뚜기에서 직접 연락해 케찹과 마요네즈를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도 언론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라 석봉토스트 사장의 자서전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자신들의 자선을 홍보하거나 광고하지도 않았는데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미담이 회자되며 알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뚜기에 대한 적극적인 소비층이 늘어나 매출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남양유업은 오뚜기와 반대의 경우 입니다. 남양은 오랫동안 국내 유제품 업계에서 1위를 지켜왔으나 2013년에 터진 밀어내기 관행과 대리점주에 대한 갑질이 이슈가 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당시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 섞인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졌습니다. 비난 여론에도 남양은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일관 했습니다. 결국 성난 시민들의 불매 운동이 확산 되었고 불매 운동이 시작된 이후로 지금까지 업계 1위를 탈환하지 못했습니다.
자본주의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기업의 영향력은 국가를 능가합니다.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소비입니다. 기업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팔려나가지 않는 것만큼 두려운 것이 없습니다. 마르크스가 주장한 프롤레타리아의 단결 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소비자의 단결입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팔기 위해 심리적 기만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을 출연시킨 광고, 제품 브랜딩과 마케팅은 인간 심리를 이용하여 소비를 촉진시키고자 하는 기만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PR과는 달리 그 회사가 어떤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하는지, 수익은 어떻게 재분배하는지에 대해서 소비자들은 관심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대기업들이 하청업체의 고혈을 쥐어짜거나, 제3세계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해서 단가를 낮추고 이윤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싼값에 원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환경파괴도 서슴지 않습니다.
최근에 와서야 지혜로운 소비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혜로운 소비자들이 연대하여 기업의 정보를 공유하고 제품의 원가와 공정과정에 대해서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지혜로운 소비자들이 연대해서 소비의 패턴을 바꾸어 나간다면 기업의 경영철학도 바꿀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제품이 팔리느냐 팔리지 않느냐 입니다. 지혜로운 소비자 연합의 성장과 함께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참여에 앞장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아 자신의 사이트에 새옷보다 헌옷 먼저 올리는 파타고니아, 제품 하나를 사면 나무 열 그루를 심는 텐트리와 같은 회사가 그렇습니다. 더 나아가 회사의 설립 목적 자체가 사회참여를 위한 사회적 기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재계에서 은퇴하고 부인과 함께 빌 앤 멜린다 게이츠 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빌 게이츠도 기부금을 모으는 것 보다 들어온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독일을 세계 1위의 친환경 에너지 강국으로 만든 것도 국민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금융위기, 러시아의 원유 수출 중단 등의 위기로 메르켈은 원전 폐쇄정책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더욱 비싼 친환경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여론을 이끌어 가자 원전 폐쇄정책이 유지 될 수 있었고, 현재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1위 국가가 된 것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소신과 철학에 따라 불편을 감수하거나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선택적인 소비를 합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세계를 바꾸는 가장 큰 힘은 소비에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조현정, 캘거리한인연합교회
kier3605@gmail.com
교회홈페이지:
http://www.kucc.org

신문발행일: 2017-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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