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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수필) 엄지척!의 매력 _ 灘川 이종학<소설가, 에드먼튼>
 
나는 언젠가 외국 영화에서 히치하이크하는 젊은 남녀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먹은 적이 있다. 만년설에 뒤덮인 고산준령이 멀리 보이는 쾌적하게 뚫린 도로였다. 배낭을 무겁게 짊어진 남녀가 도로변에 서서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잔뜩 치켜세우며 웃고 있었다.
바람에 휘달리는 머리카락과 스카프가 인상적이었다. 낭만과 평화로움이 짙게 풍겼다. 사람 사는 내음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히치하이크는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타려는 의사를 알리는 행동이다. 어려운 상황을 맞아 나타내는 구걸이 아니라 정중한 부탁이다.
나는 87년도 캐나다에 와서야 처음으로 히치하이크(thumb up)를 직접 보았다. 공항 가는 길은 물론 시내 한복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차를 얻어 타는 광경도 어렵지 않게 보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캐나다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근거한 히치하이크가 법으로 보장된 나라이다. 히치하이크가 위난의 구조에 해당한다. 캐나다는 광활한 국토를 갖고 있다. 나라를 가로지르는데 차로는 수삼일, 비행기로도 네 시간 가까이 걸린다. 다양한 자연현상인지라 기후도 변화무쌍해서 차에는 사시사철 방한복을 준비하고 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히치하이크는 긴급 구조 신호의 일종이다. 이 신호를 고의적으로 외면했을 때 법적 책임을 묻는다. 히치하이크를 위한 안내서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요즘 한국에는 주먹을 잔뜩 움켜 쥐고 엄지손가락만 척! 하니 치켜올리는 ‘엄지척!’이 유행이라고 한다. 한 손도 부족해서 양손 엄지손가락까지 동원하고도 목청껏 소리를 내지른다. “네가 제일이다!”, “네 말에 전적으로 찬동한다!” 무조건 칭찬하고 축하하는 최고의 몸짓이다. 아름답다. 남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데 나쁠 게 없다. 돼지도 칭찬해 주면 나무에 기어오른다지 않는가. 우정과 신의의 인간애가 그래서 자연스럽게 번진다. 축하 연습은 위로 연습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누군가 쓴 글을 읽었다. 진정한 친구는 내게 생긴 좋은 일을 축하할 때 구분되는 법이다. 한국도 이제 자기 의사 표현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듯하다. 소곤소곤, 끔쩍 끔쩍 남의 눈을 의식하는 은밀함을 너무나 당연하게 자주 보아 왔던 나라였다.
엄지는 다섯 손가락 가운데 첫째 손가락이다. 사전에 의하면 무지(拇指), 벽지(擘指), 대지(大指) 등의 이름도 가지고 있으며 첫머리의 뜻인 엄(어미)이 가장 크다. 그밖에도 인터넷 검색에 따르면 엄지손가락은 넉넉한 마음, 부유함, 여유, 안락함의 상징이다. 엄지가 잘 발달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넘치고 포근하다. 그래서 주먹을 쥘 때 무의식적으로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감추는 사람은 매사에 자신이 없고 의사가 불분명한 사람이라는 생겼다. 엄지손가락은 도장이 없을 때, 또는 지장이 필요할 경우 대표적인 손가락으로 사용한다. 인체 부위에서 폐(肺)에 해당한다.

엄지척! 하며 마음껏 칭찬해 주는 사람에게 “과찬이십니다.”라는 말로 고마움과 겸양을 나타낸다. 앞으로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로 알고 노력하겠다고 하니, 흐뭇하고 화기애애하기 그지없다. 칭찬이 인색한 사회는 질시와 모함이 난무한다. 사돈의 팔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고 인신 공격을 위한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분위기에서 무엇이든 제대로 해낼 수 없다. 나는 이 나이를 먹도록 악극단이나 만담가, 희극배우의 연기를 관람하면서 손뼉을 치는 것은 물론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고 환호한 기억이 별로 없다. 남을 대놓고 칭찬하는 짓은 오히려 경박하다, 여길 정도였음을 고백한다. 묵묵히 옆에서 잘 지켜보고 있다는 식이다. 그 알량한 체통이 문제였다.
과찬, 지나친 칭찬이 자칫 사람을 잡는 언사가 되기 쉽기에 예로부터 명사들이 주위를 환기하는 명언들을 남겼다. 소크라테스가 한 유명한 충고가 있다. “사냥꾼은 개로 토끼를 잡고 아첨꾼은 칭찬으로 어리석은 자를 잡는다.” 아부성 과찬은 칭찬을 주고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를 어지럽히는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돼지가 나무에 기어오르면 나무만 흔들리는 게 아니다. 세상이 요동친다. 과찬과 공짜는 묘하게도 같은 선상에서 찰떡궁합으로 얼싸안는다. 칭찬이 무엇이 어려운가. 돈이 드나 입이 아픈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지. 칭찬해서 즐겁고 칭찬 들어서 기쁘다. 오직 공짜가 만발할 따름이다. 그래서 공짜 엄지척!이 조심스럽다.
로마 시대의 황제들은 엄지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죽이고 살렸다. 엄지척! 했던 손가락이 아래로 내리는 순간 상대 검투사의 생명은 요절이 난다. 그 밖에도 일반적으로 기각이나 거절, 거부의 의미가 있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은 그 진심을 헤아리기 어려운 데다가 조석으로 변하기까지 한다. 엄지손가락이 기세 좋게 뻗었다 언제 아래로 곤두박질칠지는 하늘만이 알 뿐이다. 그렇다고 엄지척!을 언제까지 조심스러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칭찬해 줄 일이 있으면 거침없이 엄지척!을 보이겠다. 그리고 힘차게 치켜세워진 엄지손가락에 자부심을 가져야겠다.

기사 등록일: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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