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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_최우일 칼럼
 
이번 세밑에는 멀리 살고 있는 큰 딸네식구들이 올라오고, 또 바쁘다는 핑계로 (사실로 바쁜것을 모르는건 아닌데도 내겐 핑계로 들리니, 참!) 같은 시내에 살면서도 서로 얼굴보기 쉽지않은 작은딸도 와서 모처럼 떠들석한 명절을 세었습니다.
둘러앉은 밥상머리가 그득하니 우리내외 둘만일 때하곤 달리 가득한 온기로 추위를잊고 지냈습니다.
나도 그랬지만 내 아내는 손녀들 뒷치닥거리에, “내 정신 어디 갔지?”, 정신 어디다 몽땅 빼놓고는 찾을 생각도 없이 들뜬 며칠을 보냈습니다. 신이나서 뛰어다니는 손녀들 둘이 평소 한적하기만하던 집안 구석구석을 꽉 메워놓고, 어른들은 아예 앉은뱅이 밥상을 펴놓고 둘러 앉아 지냈습니다.
옛날, 지금처럼 너무 바뻐서 아침끼니를 거르는 일이 예사가 아니던 시절, 우리의 밥 때는 식구들이 모여 서로를 확인하며 교섭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밥상머리에서 다져진 가족끼리는 오래오래 끊을 수 없는 정으로 얽히고 설켰었습니다. 힘든 생활을 해야 했던 시절, 더 먹으라며 한술 넘겨주거나 아니면 슬그머니 밥을 남겨놓는 은근한 마음씀씀이가 있었습니다. 서로가 모자라 아쉬우면서도 남을 생각하며 나누는 배려가 있었던것이죠.
주고받는 일이 언제나 어디서나 있었고, 그건 아주 조그만 것에서부터 였습니다. 지금처럼 한 대목보려는 물욕에 끌려 부추김을 받는 무리 많은 나눔이 아니었습니다.
선물교환이란것처럼, ‘내가 주었으니 너도 답례하겠지’하는 속내에는 아무래도 자발적이거나 조건 없이 순수하기도 어렵고, 무리할 수도 있다는걸 나는 경험으로 알고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얼핏 들은 얘기인데, 금년 캘거리의 성탄선물 돈 씀씀이가 다른 도시평균의 거의 두배나 된다던가?, 푸짐한 것이야 아무려나 상관없다더라도, 넉넉하지 못한이들이라면 카드빚으로 미리 땡겨쓰고서는 나중에 애를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렇게 편치않은 선물이라면 밥한수저 나누는 조그만 정에다 어디 비길수나 있겠습니까?

나의 작은 손녀는 너무 많은 것을 누리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선물을 고를 때가되면 나는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닙니다. 무엇을 주어도 성에 차지않을 것 같아서 입니다.
작년에는 생각다가 가지고 싶은 것을 이리 적어보게 하였더니, 다섯살 짜리의 ‘소원 품목’에는 자동차까지 들어 있어 나는 아연하고 말았습니다. 글을 아직 쓰지못하여서 그림으로만든 “내가 갖고싶은 것”, 나는 이것을 티파니의 위쉬 리스트(Tiffany’s Wish List) 라고 제목을 정하여두고는 나중에 철들어 말귀알아들을 때 쯤해서 보여주려고 벼르고있습니다.
선물은 마음이지 값으로 따질게 아니라면서도 우리가 갖고싶어하는 욕심지수는 겉잡을 수 없이 치솟고만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명절선물사는데 돈쓰려고 일년내내 일해야 되는것은 아닌가 겁이 덜컥납니다.

세상은 많이 풍요해져있고, 생활방식을 옛날로 되돌릴 수 없겠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 더욱 갖고 싶어지고, 돌아갈 수 없는 옛날은 더 근사하게 생각된다는 사실때문에 이러는것이 아닙니다. 너무한 것은 너무한것으로, 지나친 것은 지나친 것으로,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따지며 살아야 한다는 나의 평소의 신념때문입니다.

우리네 이름자를 보십시요. 서양에서의 이름처럼 피터라던가 죤이라는 개인이 앞서있을 수가 없고 반드시 가족이 먼저입니다. 우리의 최소 단위는 내가아니라 집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합니다.
그전에는 가족이란 넓게보아 동네 이웃 전부이었습니다. 한동네는 대개 한 성씨집안이 모여서, 집이 개인에 우선하는 것은 아주 자연 스러운 것으로 알며 살았고, 그들 서로간에는 참으로 마음 써주는 집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지나칠만큼 너그러움은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밖에서는 냉정한 것은, 새해가 오면 누구건 골고루 나이까지도 한살씩 나누어 먹던 우리들이었는데……어느새 각자의 생일날까지 기다렸다가 저 혼자만의 나이를 챙기게 된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웃으로, 그것도 생판 생면부지의 이웃으로 확장되어서까지 나누는 마음은, 바로 성탄절의 사랑의 마음과 같은 것이라고 나는 알고 있습니다. 성탄은 우리의 옛 명절을 압도하여서 더는 기독인끼리만의 명절이 아닙니다. 많은 국가에서 공인하고, 거의 전 세계사람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지나칠많큼 많이 가지고 사는 나라나 사람들이 있어서 서로 나누어갖고 사는 좋은 세상을 만들 맘이 조금만이라도 있다면 이 주고받는 성탄절기보다도 더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싶습니다.

흥미를 잃어 더는 가지고 놀려고도 않는 장난감 몇상자를 구세군에 희사하고도 그리고도 넘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을 주어 기쁘게 할까 며칠을 속 태우다가, 7.95$짜리 전동칫솔을 사주려고 결심하였습니다.
"싸구려 월마트 백화점 포장지가 눈에 걸려 혹 실망이라도 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칫솔이란게 성탄선물로는 어쩐지 좀 어울리지 않을까?" 등의 걱정이 공연한 기우였음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사탕하나 집어먹고서도 얼른 가서 이를 닦는 재미를 붙인 티파니에게는 선물의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자주 닦도록 하려고, “너는 이를 잘 닦으니까 다이어몬드처럼 반짝이는구나”하는 말을 이제 더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이어몬드만큼 맑은 세상에는, 나같은 이에게도 아무 부담없는 싸구려 백화점이 하나쯤은 있을까? 하찮아보이는 선물을 받고도 그처럼 티없이 좋아하는 마음들로 꽉차 있을까?
“오누이들의/정다운이야기에/어느집 질화로엔/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김용호의 “구수한 할매의 옛 이야기…..”의 정겹고 넉넉함이 있을까?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4년 1/16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기사 등록일: 200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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