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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무역 이야기(2) _오충근의 역사기행
 
사행사의 모습
북경 가는 사행사들은 서울을 출발해 개성 평양 의주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심양을 거쳐 북경을 가는데 의주에서 120리 떨어진 곳, 봉황성 채 못 가서 책문이 있었다. 책문은 넓은 공터에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놓은 곳으로 책문에서 조선 사신들은 입국절차 통관절차를 거쳤다. 요즘 말로 한다면 보세구역이라 할 수 있다.
조선에서 사신이 온다는 소문이 들리면 명나라 전국에서 장사치들이 책문으로 몰려들어 책문 사이에서 안면 있는 사람들과 담배를 나눠 피우며 인사를 하고 안 보이는 사람 근황도 묻고 거래를 했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것은 광해군 시절이다. 사행사들은 막대한 무역자금을 갖고 있었으므로 그 자리에서 거래가 형성되었다.
조선 사행사들이 가져가는 물건은 모시 인삼 삼베 등이었다. 가져 갈 수 없는 품목, 즉 수출금지 품목은 금, 인삼, 담비 가죽, 수달 가죽이었다.
수입하는 물건은 비단, 도자기, 책, 약재, 바늘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도 있었지만 모자, 구슬, 부채, 향, 앵무새, 털, 담요, 거울, 허리띠, 민강, 귤병 등 사치품이나 불필요한 제품도 많았다. 민강은 복건성에서 나오는 특산품으로 생강을 설탕에 조린 것이고 귤병은 귤을 설탕이나 꿀에 조린 것이다. 중국에서는 병서(兵書), 무기, 낙타, 금속제품, 물소뿔, 상아로 만든 모자장식 등이 반출금지 품목이었다. 이렇게 압록강을 건넌 물품들은 궁궐이나 양반계층에서 사용했지만 개성상인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되었다.
한 때 겨울에 쓰는 양털모자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박지원은 양털모자 수입을 맹렬히 비판하며 “3년이면 망가질 모자를 위해 천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은을 내버린다”고 과소비 사치를 지적했다. 실학자 홍대용도 필요한 물건은 없고 쓸데없는 물건만 들어와 사치를 조장한다고 한탄을 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또한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어느 역관은 이렇게 쓰고 있다. “좋아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법으로 걸려고 하면 걸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오가는 노정에 관리들의 요구를 안 들어줄 수 없다. 그리고 일가친척이나 벗들에게 선물도 해야 한다. 여기서 보기에는 하찮은 물건이지만 조선에 갖고 가면 외국에서 사 온 귀한 물건이 된다.”
외국에 살다 보니 모처럼 모국방문 기회가 생기면 친지들, 친구들 선물 때문에 고민해본 분들은 이해가 되는 대목이리라. 또한 열하일기를 보면 관문을 지키는 청나라 관리들이나 병사들이 조선 사신들에게 통행세 요구하고 주는 물품이 적거나 마음에 안 들면 며칠 씩 통과 안 시키고 횡포를 부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통행료로 나가는 물품들이 필요했다.
조선시대 밀무역
정부에서 오 가는 비용 쓰라고 무역자금을 대주는 사무역의 중심은 역관들이었고 역관들을 중심으로 진행 되었지만 반드시 허가 받은 물품만 오고 간 것이 아니고 역관들만 무역을 담당한 것은 아니다. 금수품목 중에는 국가안보에 속하는 지도, 무기제조 책자, 군사전략을 다루는 병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비록 조선이 우방국이라 해도 국가안보에 관련된 부분은 예외 없이 금수품목이었으나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노론의 실력자 중 한 명으로 영조가 왕위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한 이이명은 사신으로 북경에 갔다 주승필람이라는 책을 얻었다.
그 책에는 요양부터 북경일대의 요새와 군사배치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고 산동지방의 해안 방어지도가 있었다. 그 책은 당연히 외부로 유출이 금지된 책자였으나 이이명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해 필사본은 만들어 몰래 갖고 돌아왔다. 그는 숙종에게 “급하게 베끼느라고 정확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데 비변사에서 다시 검토해 정확하게 수정해서 보관해두면 좋겠다.”고 아뢰었다.
이이명처럼 애국충정이 우러나 청나라의 군사기밀을 몰래 빼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밀무역은 개인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밀무역자를 조선시대에는 잠상(潛商)이라고 불렀는데 관청 몰래 상행위 하는 것을 잠상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무역자유화가 대세로 밀수가 심각한 사회악이 아니지만 한때 밀수는 유통질서를 뒤흔들어 국가경제를 좀먹고 관세를 포탈하는 악질범죄로 중형으로 다스렸다.
조선시대에도 잠상은 대부분의 경우 사형으로 다스렸다. 그러나 목숨을 걸만큼 잠상은 매력 있고 이윤이 남는 사업이라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원래 위험한 장사가 마진이 크니까.
잠상에 대한 기록은 조선 초기에도 있었지만 가장 악질적인 잠상은 임진왜란 때 적진을 넘나들며 적들에게 물자를 밀매하고 조선의 정보를 팔아 넘긴 반역 잠상들이었다. 더구나 임해군 정원군(인조의 아버지)등은 명색이 왕자들이 노비들을 시켜 왜적과 내통하고 물자를 매매하는 이적행위를 저질렀으나 왕족이라 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밀무역의 유혹과 처벌
사신들이 책문에서 거래하는 물건에는 세금이 붙었다. 그러나 조선상품은 세금이 붙지 않았다. 관세율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밀무역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또한 상품의 희귀성 때문에 폭리를 취했으니 밀무역(잠상)에 목숨을 거는 상인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중종실록에는 사노 오십근과 유천년이 밀무역 한 것을 자수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두 사람은 용산에 사는 이산송이 “물건을 싣고 제주도에 가서 팔면 많은 이익이 생긴다”는 말을 믿고 8명이 한 패가 되어 배에 사기그릇과 잡다한 생필품을 싣고 출발을 했다.
이들이 15일 동안 노를 저어 간 곳은 제주도가 아니라 산동반도 연안의 어느 섬이었다. 그 섬에 중국어를 하는 낯선 남자가 나타나 흥정을 했다. 이산송도 중국어로 말을 했다는 걸로 봐서 오랫동안 잠상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흥정하고 거래하는 현장에 명나라 관헌들이 들이닥쳐 일행을 모두 체포했다. 관헌들이 이름을 묻자 이들은 미리 이산송이 가르쳐준 대로 가명을 댔다.
관헌들은 이들을 배에 연금하고 군사 2명이 배를 지켰다. 이산송이 배를 지키는 군사들에게 뇌물(사기그릇 10개, 베 한 필)을 주고 배를 몰아 도망쳐 조선으로 돌아왔는데 오십근과 유천년이 잠상은 국법으로 엄하게 처벌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자수한 것이다.
오십근과 유천년은 자수를 했기 때문에 사형은 면했다. 영의정 정광필이 중종에게 “죄가 무겁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옥에 가두었다가 풀어주면 사형 당할 걸 면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라고 아뢰었기 때문이다.
순조 때 백대현은 의주상인이었다. 압록강만 건너면 만주인 의주는 상업이 발달한 곳이다. 의주 상인들을 만상(灣商)이라고 불렀는데 만상들이 역관들과 결탁해 팔포무역을 독점해 부를 축적했다. 백대현은 청나라에 흉년이 들어 곡식 값이 비쌀 것을 알고 쌀 150석, 좁쌀 70석을 배에 싣고 용천부 장자도로 갔다. 거기서 청나라 상인들을 만나 단목(丹木) 백반(白礬) 부초(浮椒) 유철(鍮鐵) 동전(銅錢) 은자(銀子) 자기(磁器) 유반(鍮盤) 바라(鳴囉) 명라(鳴鑼) 풍경(風磬)과 교환했다. 백대현 일당은 미리 잠복해 있던 조선 관헌들에게 붙잡혔다. 백대현 일당이 잡힌 것은 같은 만상들 중에 누군가 밀고 했기 때문이다. 백대현과 공모한 이사집은 사형 당했는데 이권을 눈 앞에 둔 만상들의 음모와 계략은 무서웠다.
조정에서는 이 일로용천 부사(龍川府使) 홍치범, 절도사 정관채, 의주 부윤(義州府尹) 조홍진, 선천 부사(宣川府使) 백홍진을 모두 파직하고 사건을 관리들이 연루되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했고 청나라 조정에 잠상을 단속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문서를 보내고 사건 재발을 약속했다.
만상 김수온의 최후
김수온은 순조 때 만상으로 우피(소가죽)와 홍삼 무역으로 한 때 부자 소리를 들었다. 청나라 관헌들이 조선 사신들 상투 속까지 뒤지면서 밀무역 단속을 했으나 김수온 일당은 형식적인 검색으로 무사통과 할 정도로 유명한 만상이었다. 그러다 조정에서 일본에서 구리 수입을 하기 위해 우피 홍삼의 청나라 수출을 금지했다. 김수온에게는 타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의주에서 청나라로 팔려고 한 인삼이 제한량을 넘었다고 압수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산동으로 물건 싣고 가던 배가 풍랑을 만나 파선해 김수온은 쫄딱 망했다.
재기를 궁리하던 김수온은 만상인 차여진의 배가 전라도에 가서 곡식을 사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호조에서 차여진에게 15,000냥을 주어 곡식을 사오게 한 것이었다. 김수온은 일당을 모아 무곡선(貿穀船)을 털 대담한 음모를 꾸몄다.
김수온 일당은 종사관, 포도군관, 포졸로 변장을 하고 강녕포에 정박하고 있는 차여진의 배에 올라 차여진과 선원들을 잠상으로 몰아 묶어 바닷물에 집어 넣어 살해하고 나라 돈을 탈취하였다. 조정에서는 사람을 죽이고 나라 돈을 탈취해간 범인을 잡는다고 강화, 통진, 풍덕, 김포 일대에 기찰포교와 포졸들을 풀었다.
김수온과 일당은 일단 몸을 피했다 강화도 앞에 있는 돋섬으로 모이기로 했다. 그러나 일당 중에 이명상이 밀고를 했다. 포교들은 파주 문산포에서부터 일당 중 5명을 추적해 돋섬에 모인 김수온 일당을 포위하고 강화유수에게 병력 지원을 요청했다. 김수온 일당은 관군에게 포위되었으나 백병전을 벌이면서 관군의 포위망을 뚫고 배를 타고 도망갔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물에 익숙하고 배를 잘 몬다 해도 나라의 정규 수군의 손길을 피할 수는 없어 모두 생포 되었다.
이들 10명은 밀무역보다 몇 배 더 무거운 대역죄로 참수형을 당해 김수온의 일장춘몽은 끝이 났다.

기사 등록일: 201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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