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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3: 최소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되게 하라 _ 조현정의 시대공감(27)
 
하늘나라에 영혼들이 모여 회의를 합니다. 곧 인간으로 태어날 영혼들입니다. 영혼들은 나라, 인종, 부모, 성별, 건강 등 태어나는 조건과 환경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이미 어떻게 태어날지 정해져 있지만 무지의 베일 (the veil of ignorance)에 가려져 있어서 어떻게 태어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혼들은 불안합니다. 자신이 장애인으로 태어나면 어떡하나? 가난하고 성격이 고약한 부모에게서 태어나면 어떡하나?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혼들끼리 모여 어떻게 하면 우리가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까 회의를 하는 것입니다.
여러 영혼들이 모여 회의 끝에 합의를 보았습니다. 좋은 재능과 환경을 물려받은 사람일수록 많은 부조를 해서 결함이 많고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그 부조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좋은 환경과 건강한 신체, 특별한 재능들은 노력으로만 되지 않습니다. 타고나는 부분이 많습니다. 누구는 자신의 노력과 상관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춰서 태어나고, 누구는 나쁜 조건에서 태어난다는 건 불공평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영혼들은 이런 합의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되도록 하라는 말입니다. 이 가상의 이야기는 20세기의 위대한 정치 철학자 존 롤즈의 주저 ‘정의론’에 나옵니다. 존 롤즈의 제자가 현재 하버드 대학의 정치철학교수로 있는 마이클 샌델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철학책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지만 학계에서는 마이클 샌델 교수보다 존 롤즈의 영향력이 압도적입니다. 현대 선진국들의 복지정책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닦은 사람이 바로 존 롤즈입니다.
존 롤즈의 이 예화가 말하는 것은 누구나 무지의 베일 앞에서 어떻게 태어나게 될지 모르는 영혼들이라면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이 되도록 합의할 것이라 보았습니다.
캐나다의 복지정책에는 존 롤즈의 철학이 잘 드러납니다. 새롭게 개편된 캘거리 트랜짓 먼슬리 패스 정책을 만 봐도 그렇습니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사람들은 103불을 지불하고 먼슬리 패스를 사야 합니다. 반면 저소득자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사람들은 5불이면 먼슬리 패스를 살 수 있습니다. 개편된 정책에서는 혜택을 더욱 세분화해서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이득이 되도록 한 것입니다.
그리고 공공버스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탈수 있도록 차체가 낮은 저상차가 기본입니다. 또한 중증장애인 한 사람을 태우기 위한 버스가 따로 있습니다. 이렇게 장애인을 배려하는 시설은 많은 예산이 들어갑니다. 그 예산을 일반인을 위해 쓴다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약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서 형평을 맞추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롤즈가 생각하는 정의입니다.
이러한 롤즈의 정의관은 앞서 칼럼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을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정의의 여신 디케를 보면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칼, 다른 한 손에는 천칭저울을 들고 있습니다.
천칭저울은 흔히 양팔저울이라고도 불리는데 양쪽을 같은 무게로 맞춰서 평형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이 저울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디케의 모습은 형식적인 평등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눈을 가리고 있다는 것은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뜻이고 양팔 저울은 판결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평형을 유지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눈을 가린 디케는 배고파서 빵 한 덩이를 훔친 장발장이나, 빵집 주인을 괴롭히기 위해 고의로 빵 한 덩이를 훔친 부자에게나 같은 죄값을 물을 것입니다. 그러나 롤즈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본 것입니다. 디케가 눈을 뜨고 지혜의 눈으로 그 사람의 사정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각 나라의 교통범칙금 제도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캐나다, 미국 같은 나라는 같은 교통위반에 대체로 같은 벌금이나 벌점이 부여됩니다. 그 사람의 처지나 형편에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 몰지각한 졸부들은 카메라를 무시하고 과속을 즐깁니다. 그들은 범칙금을 벌금이라기보다는 레이싱을 즐기기 위한 소소한 비용쯤으로 치부해 버립니다. 그러나 최저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같은 범칙금은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핀란드는 범칙금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용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과속 범칙금이 억대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예로 노키아의 부회장이 핀란드에서 시속25km 를 초과했는데 그에게 부과된 범칙금이 한화로 환산하면 1억 6700만원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공동체가 무너지고 사회의 혼란이 가중되는 이유 중 가장 주된 요인이 빈부격차입니다. 이런 빈부격차는 형식적 평등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 될 뿐입니다. 약하고 어려운 사람일수록 더욱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실질적 평등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앞서 칼럼에 언급한 성경의 ‘포도원 품꾼 비유’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이기도 합니다. 평등이란 가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필수덕목입니다. 평등이 올바르게 구현될 때 그 사회나 국가 또한 건강할 수 있습니다.

조현정, 캘거리한인연합교회
kier3605@gmail.com
홈페이지: http://www. kucc.org


기사 등록일: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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