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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벼락 감사 _ 청야 김민식(캘거리)
 
밤늦게 퇴근하다가 차 안에서 날벼락을 맞았다. 길을 가던 사람이 벼락을 맞을 확률이 58만분의 1이라고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맑은 날에 치는 벼락도 아니고 큰 재난을 당한 것도 아니지만, 보름여가 지난 지금도 나에게는 잊을래야 잊혀질 수 없는 사건이 있었다.
거센 폭풍우 밤길에서 벼락을 맞았으나 무사한 지금 감사가 더욱 넘치고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목적이 분명해진다.
지난 8월 7일(월) 밤 10시경 낙뢰(落雷) 사건은 내 일생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밤이 될 것이다. 요즘에는 SNS에 지난 일기예보도 시간 별로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어 그날의 날씨를 더듬어 복기하며 지금껏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가을이 오고 있구나.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캘거리 천지가 짙은 산불 매연으로 뒤덮이며 23도 안팎의 찌푸등한 날씨가 계속 됐으나, 저녁 무렵 로키산맥을 타고 내려오는 특유의 소슬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저녁 8시 넘어서, 갑자기 소나기 먹구름이 일었다. 9시쯤에 사방이 천둥 번개로 요동을 친다. ‘우르릉 우르릉 꽝. 우르릉 꽝’ 오래 계속된 굉음이 밤의 공포를 조장하며 번갯불의 섬광이 대낮처럼 밝다. 오늘 밤처럼 지속적으로 밤을 밝히는 캘거리 낙뢰는 드문 현상이리라.
30년동안 한 가게를 붙들고 매일 밤늦게 퇴근하느라 밤 하늘과 자연에 친숙하다. 나는 문득 낮보다 밤의 세계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곤 한다.
밤하늘의 별과 달, 가로수 불빛에 아롱 거리며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밤 안개, 밤새 피워낸 눈꽃 나무들, 여름 늦은 밤에 짝을 찾지 못하고 애절한 노래로 밤의 적막의 흔드는 로빈새, 겁에 질려 밤길을 달리는 토끼들, 달빛에 반짝이는 빗줄기, 밤길에 무리 지어 뛰노는 사슴들, 아름다운 캘거리 밤의 세상이다.
몇 해전 10월의 어느 날, 보름달은 유난히 큰데, 별똥별 하나가 하늘에 밑줄을 긋고 있었다. 이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집에 도착하자 뒤뜰 데크에서 하얀 백 사발에 먹다 남은 백포도주 가득 채워 달빛을 담아서 단숨에 막걸리 마시듯 쭉 들이키니 달과 별, 장미들이 모두 빙그레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밤 하늘 천둥소리에 익숙하다.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들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340m를 곱하면 번개의 발생지점을 짐작할 수 있다. 번개치고 10초 이내의 천둥소리, 바로 인근에서 번쩍이는 지척의 광란이다.

밤 10시 가게 문을 닫았다.
억수같이 퍼붓는 소낙비에 시야가 히멀겋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뒤따라 운전하며 따라오는 아내에게 될 수 있으면 바짝 따라 오라고 주의를 주고 운전하기를 10여분, Anderson Dr를 지나 Fish Creek Park 다리 위를 막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차 유리문 앞에 거대한 섬광이 일어남과 동시에 ‘쾅’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굉음은 대포알 터지는 소리보다 크게 들린다. 차 바퀴가 좌우 공중으로 살짝 뜨며 폴싹 내려 앉았다.
내 차에 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벼락이 칠 때는 자동차 안이 안전하다는 보편적인 지식은 진작에 알고 있었으나, 순간 그런 기억은 온데간데 없었다. 잘못된 걱정으로 온 몸이 후들거려 깜빡 이를 키고 간신이 집에 도착했다. 후일에야 벼락이 자동차에 내리치면 차 표면을 따라 땅으로 흘러내리며 차 안의 사람을 보호한다는 상식을 기억하고 안심을 했으나 후유증은 여전하다.
철근 다리 위, 자동차 앞에서 맞은 벼락, 창문으로 떨어지는 섬광과 천둥 소리를 직접 보고 들었다. 다리의 진동으로 커다란 섬광과 함께 나의 차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을 쳤을 것이다. 뒤따라 오던 아내 자동차도 아내 차의 지붕 위에 쿵 하고 큰 돌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놀란 표정이다.
이날 밤의 천둥 번개는 당연한 자연 현상일 것이다.

캘거리 여름의 끝자락은 일교차가 심하다. 8월 지금까지 네 번이나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밤에는 15도를 맴돈다. 낮에는 맑은 날씨에 하층 공기가 가열되고 밤은 기온이 뚝 떨어지며 소나기구름(적란운)이 형성된다. 공기는 팽창하고 구름과 대지 사이에 방전이 일어난다. 하늘에 떠있던 매연의 미세 먼지가 적란운 형성의 이유가 됐을 것이고, 번개가 치고 천둥을 동반했다.

노년에 이러한 일들을 당할 때마다 감사가 넘친다.
살아 숨쉬며 움직이는 일도 감사한데 험한 일을 당할 때마다 지켜주시는 주님께 감사가 넘친다. 맑은 날 호수길을 걸으면 나의 그림자가 주님의 그림자로 비춰진다. 이 감사들을 어떻게 자연과 이웃들에게 갚을 수 있을까.

기사 등록일: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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