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몬톤 한인 화가 이경희씨
여자 전문인들에게 여류(女流)라는 접두어를 붙이던 시절이 있었다. 여자들의 사회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시절, 여자들이 살림하고 애 낳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던 시절 여자들의 사회활동 희소성을 나타내는 단어로 요즘 여류라는 접두어 쓰면 성 차별로 여자들에게 멱살 잡히거나 고소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냥 화가라고 부르기로 했다. 화가 이경희씨.
이경희씨를 만난 것은 “Nature”라는 제목으로 초대 개인전을 하고 있는 갤러리 맥뮬란(앨버타 대학 병원 구내)였다. 특이했던 점은 모든 작품이 점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저게 무슨 뜻일까?”
“수학적 생각에서 비롯된 순수한 추상작품입니다. 점은 모든 것의 시발점이거든요. 점이 모여서 선을 이루고 선이 모여서 면(phase)을 만들고 면이 모여서 공간을 만듭니다. 그 공간이 자연을, 풍경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알듯 모를듯한 선문답 식 대답이 돌아왔다.
“점을 이용해 작품을 구상한 화가들의 예를 든다면 누가 있을까요?”
“인상주의 화가들, 예를 들면 쇠라(Georges-Pierre Seurat, 1859-1891)가 점묘법의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인상주의에서 점을 사용한 기법과 제 작품의 점은 의미가 다른 것입니다. 제 작품은 수학적인 의미가 있고 인상주의 작가들은 빛을 포착하기 위해 점을 이용합니다.” 점묘법이란 운전면허 시험 볼 때 색맹 여부를 검사하는 검사표 처럼 점이 여러가지 색갈로 구성 된 그림을 말한다.
인상주의 화가라면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밖에 모르는 기자에게 쇠라 라는 인상주의 화가가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활동을 오래 동안 안 했을텐데 초대전을 하게 된 동기는?”
이민 온 사람들 대부분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하던 일은 태평양 건너는 동안 깨끗이 잊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이민생활이다. 화가 이경희씨도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시골에서, Frog lake에서 장사를 했거든요. 약 5년 정도”. Frog lake는 어디서 많이 듣던 지명이라 다시 물어보았다.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아들이 학교 갈 나이가 되니 더 이상 시골에서 장사하고 있을 수가 없어 정리하고 에드몬톤으로 이사를 했는데 나도 뭔가 할일을 찾아야겠더라구요.”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결론은 그림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손 놓고 있었던 붓을 잡았다. 10년만에 본업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림을 다시 시작하는데는 남편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남편 자랑을 시작했다. 캔버스도 만들어 주고 초대전 섭외도 해주고 단체 찾아가 상담하는 것도 남편이 주도적으로 했다고 한다.
남편 자랑하는 품세가 ‘이 분은 연애 결혼을 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슬쩍 사생활을 건드려 보았다. “남편은 어떻게 만나셨는지?” “교회에서 만났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도 교회 다니시는지?” “아니요.” 남편감 만났으니 의무적으로 교회 다녀야 된다는 법은 없으니까^^**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서 “초대전 준비는 얼마 동안 하셨는지?”
“2년 했습니다. 운이 좋아서 장소도 금방 결정이 되었고 비쥬얼 아트 회원 등록하고 계획서 제출하고 작품 준비하는데도 1년 걸리고, 남편이 많이 도와줬는데도 2년 걸렸습니다.”
“초대전 제목을 “Nature”라고 했는데 점 하고 자연이 무슨 관계인지?”
“우리는 자연의 일부인 점이고 점이 어우러져 자연을 만든다는 사고에서 나온 것입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 이경희씨는 이민 오기 전에도 개인전, 그룹전에 출품한 경력이 있다. 이번 초대전은 2월5일까지 열리는데 그 기간동안 주 1회 매주 목요일 오후2시-4시까지 미술 강의를 한다. 대상은 제한 없다.
중단했던 붓을 다시 잡았는데 소망하는 바가 있다면 국제적 작가가 되고 싶다는 화가 이경희씨가 소망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충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