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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는 12살>과 <응답하라 1988> _ 조현정의 시대공감_1
 
얼마 전 무한도전 캐릭터 열전에서 시청자 들이 뽑은 최고의 캐릭터로 <명수는 12살>이 뽑혔다. 70~80년대 어린이들이 동네 공터에서 어울려 술래잡기, 말타기, 딱지치기 등을 하고 놀았던 추억을 소재로 한 특집이다. 그리고 작년 초에 종영했던 <응답하라 1988>은 종편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복고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왜 80년대를 그리워하는가?

80년대에 한국은 84아시안 게임, 88올림픽과 함께 고도성장기를 보냈다. 지금보다 잘 살지는 못했지만 응답하라 1988에서처럼 대부분의 가정들이 열심히 일하면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던 시대다. 아직 군사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독재정권이 종식되고 두발단속이나 통금이 사라졌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워 졌던 시기다. 미군들을 통해 제한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서구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온 시기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는 미소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개방개혁의 바람이 불었던 때다. 소련은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시작으로,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방정책으로 철의 장막이라 불리던 공산권 국가들의 빗장이 열렸다. 급기야 1990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는 역사적인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 국가의 국민으로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광경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 왔다. 1980년대에도 여전히 전쟁과 분쟁이 있었지만 세계 곳곳에 민주화, 자유화 바람이 불었다. 코리아나의 88올림픽 주제가처럼 세계가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서로 사랑하는 한마음”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당시 세계를 일컬어 ‘지구촌’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원래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단어는 영국소설가 아서 클라크가 그의 소설 ‘외계로부터의 전달(1945)’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가 소설에서 위성을 통해 세계 어디서든 빛의 속도로 통신이 가능한 사회를 상상하며 만든 단어가 지구촌이다.)

실재로 과학의 발전은 세계를 지구촌(global village)으로 만들어 가는 듯 했다. 80년대의 기대대로라면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벌써 10여년이 지난 지금쯤 세계는 평화와 공존의 시대, 평등과 상생의 시대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80년대의 장미빛 기대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배타적인 민족주의, 인종혐오, 빈부격차, 세대간의 갈등, 테러와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당선, 유럽의 극우정당 득세는 세계가 갈등과 반목의 시대에 접어 들었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1,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20세기 초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당시 유럽에도 지금과 유사한 흐름이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의 발발도 겉으로는 사라예보의 테러가 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게르만족과 슬라브족의 배타적 민족주의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도 히틀러와 나치는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유대인 혐오로 세력을 확장했다. 오늘날 미국의 트럼프 또한 미국국민 그것도 미국백인 우선주의와 무슬림 혐오로 극우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이와 같이 21세기 초의 세계 정세가 20세기 초와 닮아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20세기 초의 현상들이 결국 1,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말이다.

80년대의 꿈이 오늘날 왜 악몽으로 바꼈을까? 필자는 제국주의가 주된 원인이라 생각한다. 20세기 초도 마찬가지다. 서구열강의 제국주의 야욕은 세계를 식민지화 했다. 1, 2차 세계대전은 제국과 제국간의 식민지 쟁탈전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의 제국주의는 훨씬 온건하게 지능적으로 침략한다. 이들은 총과 칼 대신 자유의 깃발을 들고 찾아간다. 규제완화와 관세철폐, 공공부분 민영화로 부패를 막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속삭인다. 그러나 실상은 약소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무너뜨리고 경제식민지를 만들고자 하는 수작이다. 규제가 완화되고 관세가 철폐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강대국의 기업과 자본이 장악한다. 이것이 바로 제국주의의 새로운 모습인 신자유주의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으면 서로서로 사랑하는 친구가 될 줄 알았는데 벽을 넘어 온 것이 강도인 셈이다. 무한도전의 <명수는 12살>에서 명수는 약간 모자란 친구다. 몸도 부실해서 게임도 잘 못한다. 그러나 친구들이 명수를 도와서 즐겁게 게임을 한다. <응답하라 1988>에서는 바둑 말고는 무엇 하나 잘 하는게 없는 택이를 동네 친구들이 언제나 도와준다. 80년대에 기대했던 미래는 세계가 명수가 사는 동네와 친구들처럼, 택이와 친구들이 사는 쌍문동 골목처럼 가깝고도 평등한 지구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80년대의 이상과 현실은 상당히 거리가 멀다. 약자에 대한 배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찾아 볼 수 없다. 물론 “도덕적인 인간과 비도덕적인 사회”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 보다 집단 혹은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가 도덕적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 2차 세계대전의 뼈아픈 역사적 교훈을 되새긴다면 갈등과 반목을 너머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캘거리한인연합교회 조현정 kier3605@gmail.com

기사 등록일: 2017-03-03
운영팀 | 2017-03-06 17: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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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ndreams.com/news/news_read.php?code1=1031&code2=1&code3=270&idx=18979
조 전도사 인터뷰 기사입니다.

cajoo | 2017-03-16 1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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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제국주의 잔재가 아니 그 본질이 아직 남아있어 문제라는데 동의 합니다.
그런데 그 대안이 상생이라면 개념적 상생이 아닌 구체적 삶 속에서의 상생을 제시해 주시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문제 지적은 누구나 하지만 바람직한 대안은 찾기 힘드나까요.글 감사합니다.

zeal | 2017-03-16 1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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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컬럼이네요 ^^

고르기아스 | 2017-03-18 2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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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ajoo님.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칼럼 한편으로는 문제제기만으로 끝냈어야 하는데 어설프게 상생이라는 원론적 답만 드리고 글을 마무리 한것 같네요. 그러다 보니 읽으시는 분 입장에서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 보다 더 답답함을 느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댓글로는 여전히 부족하겠지만 제 소견을 조금 더 덧붙여 보겠습니다.

먼저 현실적으로 상생이란 것이 쉽지 않음을 인정합니다. 국가와 국가, 정부와 정부 간의 조율을 통해 상생하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먼 이상에 가깝습니다. 20세기 까지는 세계질서의 역학관계에서 언제나 각국의 정부가 주도해 왔고, 특히 일부 강대국들이 좌지우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NGO 단체나 UN과 같은 국제기구들도 힘이 없다보니 유명무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당위의 차원이 아니라 파워게임, 제로섬 게임의 문제다 보니 해결이 더욱 어렵습니다.

다만 21세기에 들어와 여론과 영향력의 구도가 시티즌에서 네티즌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시민단체의 국제적인 여론형성, 영향력 발휘가 조금이나마 쉬워 졌다고 생각합니다. 시리아의 어린이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시리아의 참상을 생중계 하면서 변화가 찾아 왔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소녀의 방송이 연일 맹폭을 하던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과 휴전협정을 하는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앞으로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국제여론 형성에 SNS를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에 반해 생기는 부작용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U LEARINING을 통한 교육, 느슨한 공동체 간의 연대 등이 대안이 될 것이라 봅니다. 다음에 시간 나시면 이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zeal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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