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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위협, 안전한 곳 없어_오충근의 기자수첩
 
런던 다리가 무너진다(London bridge is falling down)는 전래 동요가 있는데 정말 런던 다리에서 테러가 일어나 무고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캘거리 살다 약혼자와 함께 지내려고 런던으로 갔다 변을 당한 젊은 여성도 있다.
지난 6월3일, 3명의 테러범들은 런던 브리지 인도로 차를 몰아 많은 사상자를 낸 후 버로우 마켓(Borough Market)으로 질주한 후 차에서 내려 무작위로 사냥용 칼을 휘둘러 주말을 즐기러 나온 많은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혔다. 3명의 테러범은 모두 사살되었으나 주말의 런던은 공포분위기로 뒤덮였다.
비틀즈가 노래한 오브라디 오브라다 가사를 보면 마켓에서 수레를 끄는 데스몬은 가수 몰리를 좋아해 20카렛 금반지를 선물하고 청혼해 결혼했다. 그 후 애를 낳고 그 애들이 자라 시장에서 데스몬을 도와 수레를 끌고 몰리는 여전히 예쁜 얼굴에 화장을 하고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고…. 인생은 그렇게 흘러 가는 것, 삶이란 그런 것인데 서민들의 삶의 현장인 마켓에서, 나그네들의 추억이 담긴 마켓에서 테러가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슬픔과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 주었다.
테러범들의 목표가 소프트 테러로 바뀌며 테러에서 안전한 지역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공연장, 시장, 쇼핑 몰, 기차 정거장, 길거리 카페, 선술집 어디나 테러의 목표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테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재작년 2월 소말리아를 본거지로 하는 무장 테러단체 알 샤바브(Al Shabaab)가 웨스트 에드먼튼 몰(WEM) 테러를 거론한 적이 있다. 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울상이 되었는데 테러 위협까지 겹쳐 WEM에 입주한 점주들의 매상은 줄어드는 대신 이마에 주름살이 늘어났다.
당시 여론조사에 의하면 테러 위협으로 WEM에서 쇼핑을 자제하겠다는 응답자는 42%, 평소대로 쇼핑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58%였다. 스티븐 블라니 당시 연방 공공안전부 장관은 “내가 만약 에드먼튼 산다면 종전대로 그곳에서 쇼핑을 하겠다. 시민들은 테러 위협에 굴하지 않고 평소대로 생활하는 것이 좋다.”라고 시민들의 용기를 고무했다.
에드먼튼 지인 부부가 영국 여행을 계획했다 연달아 테러가 발생하자 여행을 주저했다. 그러자 아들이 “아빠, 번개 맞을 확률도 안 되는데 테러 때문에 여행을 그만 두신다면 아무 것도 못하세요. 그냥 계획대로 하세요”.
테러 희생자의 이야기는 신문, 방송에 나오는 남의 이야기지만 언제든지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테러 때문에 쇼핑을 취소하고 여행을 포기한다면 그게 바로 테러범들이 노리는 것이다. 테러범들이 노리는 것은 테러 그 행위 자체보다 테러로 인해 대중에게 궁극적으로 공포심을 심어주고 그 공포심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존재 가치를 알리고 이루고자 하는 이념, 행동을 관철하는 것이다.


테러, 공포심 조장해 목적 달성

대중의 공포심을 정치에 이용한 효시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La Terreur)다.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 혁명이라는 비상시국에 로베스피에르는 만민의 자유, 평등 실현, 모든 불평등 제거라는 루소의 평등주의 사상 실현을 위해 공안위원회와 혁명재판소를 설치해 혁명이념을 반대하는 일체의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을 지시했다.
10개월 간의 공포정치에 사형선고 받고 처형된 인원은 16,000명에 이른다. 공포정치는 테르미도르 쿠데타로 끝나고 나폴레옹의 독재가 시작되었다. 지롱드파를 비롯한 반대세력이 워낙 강해 피의 숙청이 불가피한 면이 있어 로베스피에르에게는 ‘피에 굶주린 독재자’라는 부정적 평가와 ‘절대 부패하지 않는 청렴 결백한 인물’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뒤따른다.
그 후 정치, 사상, 종교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 개인, 단체, 국가에 위해를 가해 상대가 공포를 일으켜 목적을 이루는 일체 행위를 테러라고 정의하게 되었으나 정치적, 사회적 입장이나 윤리적, 역사적 정당성에 비춰볼 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일제 치하의 독립운동이나 프랑스의 레지스탕스를 테러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테러의 역사, 테러의 분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나누어 생각 할 수 있지만 지구촌에 두통거리로 등장한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다. 우리 기억에도 생생한 김선일이 납치 살해도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이슬람 극단주의자 단체가 저지른 테러로 이들은 바로 악명 높은IS의 선배격이 된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비무장 민간인을 납치해 요구조건을 내세우거나 몸값을 요구하다 뜻대로 안되면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며 살해장면을 담은 녹음 테이프를 공개해 공포심을 조장하더니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 혼란을 틈타 세력을 확장해 주민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등 준 국가형태로 발전했다.


프랑스와 캐나다, 이민자 사회통합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위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지만 유럽, 특히 프랑스가 많이 당했다. 프랑스가 테러리스트의 목표가 되고 빈번하게 테러가 일어난 가장 큰 원인은 이민자 통합정책 실패라고 마누엘 발스 프랑스 총리가 지적했다.
가난한 백인, 흑인들이 모여 사는 곳, 과거 식민지였던 북 아프리카 이주자 후손들이 모여 사는 곳이 무시되고 소외되어 빈민가로 변했고 그곳 주민들은 이등 시민이라는 좌절감을 느끼며 프랑스 사회에 대한 반감, 증오, 원망과 불만을 키워왔다. 실업률은 높아지고 젊은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
2005년에도 과거 식민지였던 아랍인 후손들과 북 아프리카 후손들이 모여 사는 파리 교외 클리시 수 부아에서 대규모 소요사태가 일어났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좌절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급진화 과격화는 시간 문제였을 뿐 언제 터져도 터질 시한폭탄이었다.
프랑스가 개인의 자유를 최고 가지로 여기는 공화주의 전통 확립을 위해 대혁명 기간 중 공포정치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이민자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차별한 것은 프랑스 스스로가 공화주의 정신을 위배한 것이었다.
프랑스를 위해서 다행인 것은 이번 대선에서 극우파 마린 르 펜 대신 좌, 우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은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 된 사실이다. 젊은 대통령 마크롱이 젊은 총리 트뤼도처럼 이민자 통합에 가시적 효과를 내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헌정 사상 3번 째 젊은 지도자로 가장 젊은 지도자는 31세에 브뤼메르 쿠데타로 집권한 나폴레옹, 두 번 째는 대혁명 때 38세에 권력을 장악한 로베스피에르다.
프랑스와 달리 캐나다는 이민자 사회통합에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가 기승을 부릴 때 보수당은 이민법을 강화하고 시민권법을 강화해 테러에 대비했다. 난민 숫자를 축소 제한하고 신원조회를 강화했다. 그러나 그런 강경책이 자생적 테러를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해 가을 집권한 자유당의 트뤼도 총리는 난민 숫자를 대폭 늘리고 지원을 강화하는 대담하고 적극적 방법을 택했다. 터키 해안에 밀려온 3살짜리 시리아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전 세계에 분노를 일으켰다면 트뤼도 총리가 피어슨 공항에 마중 나가 난민 소년을 안아주며 환영하는 사진은 많은 난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삶의 의지를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자유당이 전통적으로 이민 친화적 정책을 채택해 왔지만 유럽, 미국이 난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며 난민 수용에 고개를 가로 저을 때 캐나다가 보여준 대담한 난민 수용정책은 성공적이었다. 일부에서는 걱정스러운 눈초리를 보냈지만.
한 달 전 커뮤니티에서 주최하는 청소 자원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시리아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인원이 참석했는데 잠깐 동안 시리아 인들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들은 캐나다가 진정으로 자신들을 받아주고 지원해 준 것을 고마워했다. 일년 동안 생활비 대주고, 그 생활비로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공부 시켜주고 사회 적응 훈련 시켜주고 독립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캐나다 사회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캐나다는 다문화 정책이 성공한 나라답게 난민 수용도 성공적이었고 사회통합도 성공적이다. 마음의 외투를 벗고 교감할 수 있는 길은 상대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지 말고 같은 이웃으로 따뜻하게 맞아 주는 길이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완화하는 길이다.

기사 등록일: 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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