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안영민의 세상 읽기 _ 3월 17일자
 
사슴 사냥꾼들이 있다. 그들은 사슴이 지나는 길목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사슴을 기다리는데 그 옆으로 토끼가 지나갔다. 일행 중 누군가 생각한다. 저 토끼를 잡으면 혼자 실컷 배불리 먹을 수 있다고. 그러나 그가 토끼를 잡으러 가면 그쪽 공간이 비게 되고 사슴이 나타나더라도 그 빈자리로 도망을 치게 되어 사냥은 실패로 돌아간다.
다같이 사슴을 기다렸다 잡으면 이익이 생기지만 누군가 배신하면 나도 배신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누군가 토끼를 잡으려하면 나도 그것을 쫒아야 이득이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선택에 자신의 선택을 맞추는 것을 조정게임(coordination game)이라고 부른다.
누군가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면 나도 따라가야 하고 그냥 은행에 맡겨두자고 하면 그렇게 따르는 것, 즉 상대방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균형인 경우를 조정게임이라고 부른다. 전자의 경우 발생하는 것이 바로 뱅크런이다.
지난주 미국에서 벌어진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은 거의 충격적이어서 그 후유증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예금된 돈을 전액 보장해주겠다며 당장 예금자 보호에 나섰고 캐나다도 이 은행 캐나다 지점의 자산을 일시 압류하는 등 채권자 보호 조치를 취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작용해 전세계 금융주들이 급락하는 등 수일째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어서 금융권에 여파가 몰아닥친 것도 그렇지만 자금난 소문이 난지 불과 36시간만에 처참히 무너진 것이 더 화제가 되고 있다.
서로 이메일로 즉시 자금을 인출하라는 소식을 전하고 스타트업자들이 많이 쓰는 사무용 메신저 슬랙과 SNS로도 소문이 퍼지면서 앞다투어 예금을 인출했던 것이다. 핸드폰에 은행 어플리케이션만 깔면 언제 어디서든 인출이 가능한 것이 이 은행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약 1,750억 달러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아침이 되자마자 사라졌다. 고객들은 하루만에 전체 예금의 4분의 1인 420억 달러를 인출해갔다.
예전에야 은행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문 앞에서 장사진을 치거나 현금출납기를 에워싸곤 했는데 이제는 휴대폰만 열면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의 원인이 되었던 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를 뱅크런(Bank Run)이라고 하는데 ‘조정게임’처럼 고객들이 예금인출에 모두 합심을 하면 어느 은행도 막을 수는 없다. 뱅크런은 자금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용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다.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은 전염병 같아서 큰 해일처럼 몰아닥치게 마련이다.
몇 초, 몇 분만에 은행이 무너질 수 있는 디지털 뱅킹 시대에 은행들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진화된 기술은 점점 더 앞으로만 가는 모양새다. 누군가는 이런 것을 디지털 바이러스라고도 불렀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또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같은 SNS는 빛의 속도로 소문을 전달하고 선의든 악의든 이로 인해 순식간에 사람들의 인생이 뒤바뀌는 장면을 우리는 보아 왔다. 점점 더 빠르고 간편한 시스템으로 우리는 이동하고 있는데, 영원히 레거시 시스템에 머물러 있는 필자와 같은 세대들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2020년3월11일.
세계보건기구인 WHO가 이날 코로나바이러스를 코비드-19로 명명하면서 범유행전염병으로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이제 꼭 3년이 흘렀다.
2년 전 델타 파동, 1년 전 오미크론 파동을 거치면서 캐나다는 460만명의 확진가가 나왔고 5만1천여명이 사망했다. 한국도 누계치로 확진자가 3천만명을 웃돌고 3만4천여명이 사망했다. 한국의 인구가 5천1만여명이니까 확진비율이 거의 60%를 육박한 셈이다.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이 감염증상 환자가 나와 우리는 처음에 ‘우한 폐렴’이라고 불렀었다. 중국인에 대한 비난이 그들과 비슷하게 생긴 우리에게도 불어왔고 마스트를 쓰지 않으면 무슨 벌레나 전염병 환자 보듯 경계하던 시절도 2년여를 보냈다.
지금은 쇼핑몰이나 학교 또는 경기장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코로나에서 자유로워진 분위기다. 캐나다도, WHO도 위험한 수준은 지났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한쪽에서는 이런 방치된 자유로움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지병이 있는 노인들에게는 아직도 코로나는 치명적인 질병이기 때문이다. 설사 노인이 아니어도 한번 감염되어 된통 혼이 났던 사람들도 사람들과의 접촉에 민감하다.
엊그제 필자는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깜짝 놀랬다. 이미 안에 3사람 정도 타고 있었는데 로비에 서성이던 남녀 아저씨 아줌마들이 우르르 타는 것이다. 흡사 만원버스가 되어 버렸다. 물론 마스크를 한 사람은 필자 혼자다. 웃고 떠들고 하는 분위기에 왠지 혼자 불안을 느끼고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눈치가 보였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캐나다내 전국적으로 제한조치는 더이상 사라졌지만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는 만큼 개인적으로 보호 조치를 하라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이게 혼자 보호한다고 될 일인가?

한국으로 눈을 돌려본다. 늘 주목을 받았던 정치권은 특별한 대형 이슈가 없이 잔잔한 파동 속에 또 한주가 흘러가고 있다.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요즘 한국에서 사회적으로 논란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옛날 필름을 찾아서 보는 취미가 있는데 예전에 오래된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아서 ‘가스라이팅’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1944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의 리얼한 표정연기가 일품이었는데, 이 다큐 프로에서 공개된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이 그 영화에서 여자를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심리 학대를 하던 샤를 부아에와 똑같이 행동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받았다.
정명석은 신도들에게 자신을 ‘메시아’로 부르도록 세뇌시키고 자기 말과 행동을 거부하지 못하게 신도들이 스스로 판단력을 의심하게 하고 자신에게만 의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드러난 그의 지독한 여성편력과 엽기적인 성폭행 행각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다.
전세계적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젠더 불평등이 늘 이슈가 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이런 일들은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82년생 김지영’의 인기를 반영하듯 가히 페미니즘의 열풍이라고 할 만한 분위기이지만 한쪽에서는 이런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몇년 전 ‘메갈리아’라는 남성 혐오 사이트도 있었다. 여성 혐오를 남성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을 사회운동전략으로 삼았다가 그 정도가 심해 결국 폐쇄됐다. 페미니즘이 전투적인 형태로 전개되어 남성 자체를 여성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것이 문제였다.
며칠전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배우로는 처음으로 양쯔충이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양쯔충은 우리에게는 영화 예스마담의 쿵후스타 양자경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평소 그녀의 소신은 여성차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있었다. 그녀가 유엔개발계획(UNDP)의 친선대사로 활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가 했던 수상소감이 대서특필됐었다. 이제 환갑이 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들이여, 여러분들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세요”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3-17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로또 사기로 6명 기소 - 앨버.. +4
  웨스트젯 캘거리 직항 대한항공서..
  성매매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 한..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5
  캘거리 의사, 허위 청구서로 2.. +1
  캘거리 고급주택 진입 가격 10..
  주정부,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
  미 달러 강세로 원화 환율 7%..
  캘거리 부동산 시장, 2024년..
  “주택정책 너무 이민자에 맞추지..
댓글 달린 뉴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캐나다 동부 여행-뉴욕 - 마지.. +1
  동화작가가 읽은 책_59 《목판.. +1
  버스타고 밴프 가자 - 레이크 .. +5
  캘거리 초미의 관심사, 존 Zo.. +1
  캘거리 존 Zone 개편 공청회..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