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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 읽기 _ 6월 2일자
 
 
 
신문사가 속보 전쟁을 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팩트에 대한 충분한 취재가 없고 분석이 부족한 기사들이 속보 형태로 넘쳐나기 때문에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경쟁지에 ‘물’먹는 일은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한국은 신문이 나오기 하루 전 ‘가판’을 만들었다. 인쇄된 초판이다. 주로 광화문에 뿌려졌다. 대개 신문 발행일 전날 오후 8시쯤에 나왔다. 이 가판 신문은 지방으로 내려가는 신문들이다. 지방에 아침자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니 전날 일찌감치 마감을 하고 인쇄소 앞에 늘어선 트럭들에 실린다. 그중 일부가 광화문 가판대로 나온다. 광화문 가판대 앞에는 기업의 홍보 담당이나 안기부 등 정보기관원 및 정부 대변인실 관계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 초판을 보고 신문사와 ‘딜’을 하는 관례가 횡행해 논란이 일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신문사마다 자발적으로 가판을 없앴다. 가판에 미끼로 머릿기사를 하나 올려놓고 최종판에 그 기사를 갈아치우는, 그래서 다른 신문사 물을 먹이는 일은 매우 흔했다. ‘단독’일 경우 여지가 없었다.

요즘은 인터넷신문을 비롯해 언론사마다 홈페이지를 운영해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하고 있어서 속보에 민감하다. 누가 가장 빨리 뉴스를 내보내냐에 달려 있는데 이것은 거의 전쟁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아니 신문사 편집장은 미리 ‘준비’를 한다. 미리 기사를 써놓는 것이다. 사건이 터지기 전인데 그게 가능하냐고? 물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앨버타 선거 처럼 UCP 또는 NDP 둘 중 하나의 승리가 확실하다면 두 가지 기사를 모두 써 놓는다. 보수당이 승리할 때 내보낼 기사들과 신민당이 승리하면 내보낼 기사들을 미리 작성해 놓고 결과를 나오면 둘 중 하나를 재빨리 풀어 버린다. 그래야 속보 전쟁에서 뒤쳐지지 않는다. 거의 모든 언론이 그렇게 한다.
모르긴해도 앨버타에서 나오는 매체들은 그렇게 했을 것이다. CN드림은 주간지이므로 그렇게까지 앨버타 현지 언론과 경쟁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속보를 준비한다. 누구와 경쟁하진 않지만 독자들에게 빠른 소식을 제대로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앨버타 총선이 UCP의 승리로 확정되었을 때 (사실 예견되었지만) 순식간에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미리 기사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CBC를 비롯한 오타와의 매체들이 앨버타 총선을 라이브로 생중계를 했다. 기사가 아닌 영상으로 뉴스를 실시간 전달하기에 방송매체의 영향력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오타와가 어느 다른 주의 선거에 이토록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는 없다. 앨버타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경제의 핵심이기도 하고 석유와 천연가스와 광물 등의 개발산업이 발달한 까닭에 환경문제와도 직결되어 있어 이와 관련한 정책과 방향성이 연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높은 에너지산업과 기타 이권을 지키기 위해 앨버타는 연방정부는 물론 다른 주와도 항상 험난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글로브앤메일지는 스미스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캐나다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오타와에서 이번 앨버타의 총선에 주목했던 것은 연방정부와의 갈등이 ‘긴장된 협력’ 관계로 이어질 지 또는 노골적인 반대를 특징으로 또 다른 단계를 시작할 지 누가 승리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연방과 앨버타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이슈였다.
UCP의 다니엘 스미스는 선거 기간 내내 반 오타와 정서를 내비췄고 상대 후보인 노틀리를 트뤼도와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를 했다. 물론 NDP의 레이첼 노틀리가 좀더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스틴 트뤼도의 연방정부와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되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스미스 뿐 아니라 노틀리도 트뤼도와 거리를 두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당선되면 주권법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던 노틀리지만 앨버타인들의 반 연방 정서를 외면하지는 못했다.
오타와는 스미스가 작년 말에 통과시킨 주권법을 연방 권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 들인다. 앨버타주가 연방법을 무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앨버타가 충분히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오타와가 본 스미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온건주의자였다. 극단적이거나 변덕스러운 평소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는 평이다. 토론회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연금 플랜(스미스는 캐나다 연금 플랜에서 탈퇴하고 주정부 버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이나 예방접종 받지 않은 사람들의 권리를 인권법에 명시하는 등의 주장도 더이상 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권법에 대한 언급도 전혀 하지 않았다. CBC는 이를 ‘저위험, 저실수 캠페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스미스는 당선 연설을 통해 경제 다각화, 의료 서비스 개선, 낮은 세금 유지라는 당의 여러 목표를 반복하면서 연방정부와 트뤼도에 맞서 싸울 것을 다짐했다. 천연가스를 이용한 전력 생산을 제한하는 연방정부의 정책을 예상하면서 앨버타 경제에 타격을 주는 이같은 정책과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며 각을 세웠다. 연방이 우려한 극한대립이 다음 단계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대목이다.

이제 시선을 돌려본다.
사실 국제 외교는 본질적으로 제로섬게임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을 보면 확연하다. 한국은 지정학적 특성상 세력들이 대립하는 지역이어서 결과적으로 제로섬게임의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넌제로섬게임(Non Zero Sum Game)은 존재한다. 누가 이기면 누가 져야하는 게임이 아니라 서로 윈윈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피아식별이 분명해도 경제문제와 맞닥뜨리면 오월동주의 상황은 언제든 발생한다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마이크론의 수입을 제재하는 경제보복 조치를 취했는데 느닷없이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도 반도체 공급망에 구멍이 뚫려 한국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와중이어서 한국은 셈법이 아주 복잡해졌다. 중국과의 대외 의존도를 생각해 본다면 내미는 손을 거절하기 어렵다. 하지만 당장 미국은 한국의 업체들이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는 백필링(Backfilling)을 하지 못하도록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분명 중국의 이간책은 확실한데 미국과 중국 모두가 절실한 우리 업체들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벌써 일부 외신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상황을 이용해 중국내 반도체 점유율을 늘리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결국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한국을 사면초가에 빠트린 셈이다. 넌제로섬게임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 틈을 타고 일본의 반도체산업이 급부활하고 있다. 어부지리 전략이다.

안타까운 소식도 들어와 있다.
앨버타의 대형 산불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이제 노바스코샤 핼리팩스에서 산불이 통제 불능 상태로 번져 1만6천여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이 떨어졌다. 일주일 간 지역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대부분의 학교도 폐쇄됐다. 이로 인해 긴급 화재경보가 발효돼 노바스코샤에서는 캠프파이어를 포함한 모든 연소 행위가 최소 6월 25일까지 금지된다고 한다. 하이킹, 낚시, 캠핑 및 오프로드 차량 사용을 포함해 노바스코샤의 산림 내 모든 여행 및 활동이 주 전체에 금지되었다. 200채 이상의 주택과 기타 구조물이 손상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파악된다.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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