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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_ 6월 23일자
 
 
 
 
“천일염 사놓았어요?”
“마트에 다 팔리고 없어서 맛소금만 잔뜩 샀어요.”
엊그제 잠깐 들른 토론토 한국식품점에서 필자가 들었던 한국 아주머니들의 대화내용이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매장 직원에게 물었다.
“일본 오염수 때문에 손님들이 천일염을 몽땅 사가세요. 계속 한국에 주문해 놓고 있는데 그쪽(한국)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서 가격이 많이 오르고 아예 물량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 점원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물건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진열대에서 빠지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채워지는 속도는 느리지만 어쨌든 며칠 내로 다시 채워지고는 있단다.

캐나다 대형 한인식품점의 소금 사재기 현상이 한국을 방불케 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피해가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마치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다로 나온 오염수가 꼼틀거리며 캐나다 토론토 앞마당까지 흘러들어온 듯 하다. 코비드 팬데믹이든 전쟁 위험이든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상황이 예측되면 라면부터 시작해 온갖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진 예가 어디 한두번인가?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그저 극성맞다고 치부하기엔 성급하다. 오염수 방류 전에 ‘안전한’ 소금 확보에 엄마들이 나선 것은 ‘욕심’이 아니라 건강을 우려한 ‘생존’이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로 인해 소금값이 폭등하면서 한국의 대형 마트에서 소금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천일염 최대 산지인 전남 신안군에서 조차 염전 내 소금창고가 텅 비어있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도 소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 사재기 징후가 없다고 말하지만 시간문제일 듯 싶다.

정치 사회적으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필자가 매주 이 내용을 언급하는 것도 무엇보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과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의 해수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로 나오면 일본이 일차적인 피해를 보고 우리나라까지 흘러들어 올 무렵에는 충분히 희석된 상태여서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학회는 오염수 방출이 우리 국민 건강과 해양 환경에 전혀 영향이 없다면서 도쿄전력과 원자력기구들이 공개한 자료를 근거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평가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언론이나 정치사회적인 분위기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보면,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은 이제 서서히 수면 아래로 잠기는 모습이 감지된다. 정부나 정부에 우호적인 각종 관련 단체에서 시도하는 매우 치밀하고 강도 높은 언론플레이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오염수 관련 언론 브리핑은 매일 이뤄진다. 과학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오염수는 안전하다, 안심해도 된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오염수 정화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하고 있는 이런 분위기에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소금을 사들이고 있다. 불안해서다.

시선을 돌려서 지난 주말 주목을 받았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살펴본다.
외교 수장으로서 5년만의 중국 방문이었다. 갈등과 경쟁의 미중 관계가 충돌로 번지고 있는 시점의 방문이어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양국간 갈등을 봉합할 뚜렷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못했지만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고위급 만남을 유지하자며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와 진전이 있었다는 평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서로 상대에게 ‘할 말’은 다 하는 모습이다.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대만 독립을 명확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대 중국 과학기술 견제 등 동맹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계속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높은 벽이 존재함에도 양국의 충돌이 가져올 ‘재앙’에 서로 견제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같은 ‘진전’을 한 언론사 기자는 ‘대화 있는 갈등과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세계 GDP 1위와 2위의 양대 경제 강국의 패권 경쟁(覇權 競爭)은 사실 최근 5년 이내에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힘이 강해지면서 양국간 대립이 노골화됐다. 중국의 거대한 규모에서 나오는 경제 잠재력과 팽창주의를 미국은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어려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영화 중 하나가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였다. 냉전 시기에 탄생한 영화인 만큼 대부분의 시리즈에 악당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소련 KGB다. 공산국가의 무모한 핵 도발로 부터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바로 제임스 본드라는 스파이였다. 들리는 말로 제임스 본드가 이 영화 시리즈에서 나라 또는 지구를 23번이나 구했다고 한다. 거의 50년을 미국과 소련이 패권을 다투면서 세계를 양분했던 시기를 냉전이라고 불렀다.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독립 국가들로 쪼개지면서 더이상 미국의 적은 없어졌다. 러시아는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중국이 등장했다.
신냉전이라고 부르는 미중간 경쟁은 미국 스스로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미국에 대한 패권 도전으로 정의하고 공개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직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지만 2030년께 중국의 GDP가 미국을 넘어선다면 역사적으로 엄청난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미중간 대화시도를 보면서 중국 때리기로 일관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혹 사면초가에 빠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국제 외교인데 이렇게 중국과 대화를 단절하고 대중국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다가 미중이 정말로 대화 국면으로 돌아선다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지는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느끼겠지만 요즘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6월인데 더워도 너무 덥다. 엘니뇨 현상과 지구 온난화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도 BC주와 온타리오주는 36도까지 기온이 올랐다. 멈추지 않는 캐나다 산불도 이같은 이상 기온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3일동안 40도가 넘는 무더위에 인도와 인근 북부지역에서 16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도 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60살 이상으로 폭염으로 인한 기저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텍사스 등 남부지역도 49도를 웃도는 극심한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인도와 미국 뿐 아니라 북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이상 고온이 이어지고 있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시베리아조차 지난달 38도까지 육박했다. 장기간 가뭄으로 야생동물의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심각한 기후 위기를 나타내는 지표들도 계속 관측되고 있다. 남극의 빙하 규모가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많은 방송들이 몇 개의 거대한 빙하가 바다 밑으로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그래서 해수면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배 넘게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학자들은 올 여름 이같은 고온과 그에 따른 피해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지구적으로 고온, 가뭄, 홍수, 폭설이 발생하는, 현대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단 기후’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캐나다에도 조만간 역대급 무더위가 온다는 뜻이다.

결국 이같은 엘니뇨 현상에 기인한 자연재해겠지만 지금 앨버타의 산불 상황은 최악이다. 흉년에 윤달이 든다고, 산불로 대피해 며칠만에 집에 돌아오자 이번에는 홍수가 나서 또다시 대피하는 상황이 됐다. 산불대피령이 해제되자 홍수로 인한 지역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앨버타주 중서부의 에드슨과 옐로우헤드 카운티 주민들 얘기다. 도로가 유실되고 전봇대가 넘어져 위험한 상태다. 에드슨 북동쪽의 화이트코트는 강과 개울이 둑을 범람해 주택과 기반시설을 위협하고 있고 재스퍼 국립공원은 비에 눈까지 함께 쏟아져 도로가 폐쇄됐다. 일부 지역에 100mm의 비와 55cm의 눈이 내렸다. 이 지역 행정관은 50년만에 한번 있는 폭풍이 지나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폭풍 뒤에 홍수가 물러나면 다시 산불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끝나지 않는 재해와의 사투에 그 행정관은 그저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극과 극이 따로 없어요.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본지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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