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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대 토지제도 정전제와 둔전제
-공자가 꿈에도 그리던 주공-
자본주의 시대에나 농경사회에서나 토지는 중요한 재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토지 말고도 돈, 사업체, 증권 등 부를 소유하는 수단이 많지만 농경사회에서는 토지가 중요한 부의 척도로서 토지 소유의 여부로 부는 물론 권력까지 소유할 수 있었다.
토지문제가 고대사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주(周)나라 때다. 주나라의 주공에 의해 문물이 정비 되었다. 주공(周公)은 유명한 인물로서 공자가 흠모해 마지 않은 인물이다. 주공은 주문왕의 아들이고 주무왕의 동생이다. 문왕이 죽고 형 무왕이 왕위에 오르자 마음을 다해 형을 보좌했다.
그러다 무왕이 죽고 조카 성왕이 왕위에 오르자 핏덩이에 불과한 조카들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며 나라의 기초를 만들었다. 그 때 사람들은 주공이 성왕 대신 왕위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주공은 조카 성왕이 장성하자 모든 권한을 넘겨주고 스스로 신하를 조카를 극진히 섬겼다.
수양대군도 형 문종이 죽고 조카 단종이 왕위에 오르자 “나도 주공처럼 조카를 보좌하겠다”고 했으나 말뿐이었고 조카와 두 동생 금성대군, 안평대군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주공은 유교 전통문화의 선구자로 공자는 주공을 흠모해 꿈에서나마 주공을 못 보는 것을 한탄하며 “나도 늙었구나”라고 안타까워했다. 주공이 법제를 정비하며 만든 토지제도에 정전법(井田法)이 있다. 정전법은 사방 1리의 땅을 우물 정(井) 모양으로 9등분 해서 8 가구가 공평하게 나눈다. 중앙에 남는 땅은 공전(公田)이라 해서 8가구가 공동으로 경작해 국가에 세금으로 낸다.
가구당 배정받는 땅은 100모(약 3,000평)이다. 8가구니까 24,000평이 된다. 중앙에 있는 공전은 600평으로 30,000평의 땅을 3,000평씩 8가구가 배정 받는 것이다. 세금은 1/10을 내서 십일조라 하는데 교회 다니는 분들에게는 십일조가 익숙한 단어인데 기원 전 1,000년, 지금부터 3,000년 전에 이런 토지제도가 있었다는 것에서 고대인의 지혜를 알 수 있다.

▣ 토지병합 현상

토지배정을 국가가 해도 세월이 흐르면 토지의 병합현상이 생긴다. 개인의 사정, 능력에 따라 원래 갖고 있는 토지에서 재산을 늘려 더 많은 토지를 갖는 사람도 있고, 토지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남에게 파는 사람도 생기고 심지어 빼앗기는 사람도 생긴다. 어떤 사정이 되었던 토지를 잃은 사람은 토지를 갖고 있는 집에 가서 일해 주고 대가(임금)을 받고 살아야 한다. 이것을 농노(農奴)라고 한다.
토지를 잃은 사람이 많아 유랑민이 늘어나면 사회가 불안해진다. 토지를 잃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토지를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요즘 말로 한다면 부의 편재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후한 시대 말에 일어난 황건적의 난이 고대사회 부의 편재현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황건적의 난이 대규모로 일어난 곳은 환관, 호족, 외척이 대토지를 소유한 지역으로 농민들이 대다수로 몰락한 지역이다. 대다수의 농민들이 몰락해 떠도는 유랑민이 되자 농촌 공동체의 기본단위인 향(鄕)은 존립기반을 잃었다. 부의 편재현상으로 살 길이 막막해진 농민들이 장각 형제가 조직한 태평도에 들어가 반란을 일으켰으니 이것을 황건적의 난이라고 한다.

▣ 조조의 등장

황건적이 일어나자 지방의 군벌들이 토벌에 나섰다. 군벌 중에 조조가 있었다. 조조가 황건적 토벌에 힘입어 동군태수가 되었는데 그 때 조조는 처음으로 일정 지역을 차지하고 자신이 거느리는 군대와 참모들이 생겼다. 그때 얻은 군대가 30만명이었는데 군대를 유지할 자금이 없었다.
조조는 의심이 많긴 했으나 담백한 성격의 소유자로 인재를 많이 끌어 모았다. 그는 과거에 황건적이었건 탐관오리였건 살인자였건 역적이었건 심지어 반대편 사람까지 따지지 않고 오로지 능력만 있으면 받아들였다.
이것은 나폴레옹의 인사정책과 같았다. 나폴레옹도 인재등용에 있어 “충성서약”만 받으면 왕당파, 공화파, 자꼬방, 프이앙, 망명귀족 등 과거를 묻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조조의 진영이나 나폴레옹 진영에서는 수꼴과 좌빨이 책상 나란히 놓고 근무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 조조의 둔전제

조조에게는 30만명의 군인과 자신의 이름을 듣고 찾아와 같이 일하겠다는 사람들의 대우가 문제였다. 급료를 줘야 하는데 조조는 가진 돈이 없었다. 급료를 주지 않으면 언제 조조를 떠날지 모른다. 그 때 참모 순욱이 둔전제를 꺼냈다.
둔전제란 나라에서 토지를 제공하고 수확 후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순욱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에게 토지를 제공하고 사용료로 50%를 받자고 했다.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농기구나 소가 없는 사람에게는 사용료 10%를 받고 농기구나 관우(官牛, 관청에서 관리하는 소)를 빌려준다.
조조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50%는 너무 많지 않아?”
순욱의 지론을 빌면 “백성들이 안심하고 일할 자리와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천하는 안정된다. 지금 천하가 시끄럽고 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땅이 없어서가 아니라 백성들이 의지할 곳을 얻지 못해서이다. 세금을 덜 걷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많이 거둔 후 많이 나눠줘 천하를 진정시키자”는 것이다.
순욱의 지론은 요즘 말하면 복지국가 개념이다. 세상은 풍년이 들 때도 있고 흉년이 들 때도 있다. 따라서 왕은 경제기운이 변동할 때 그 중개자가 되어야 한다. 즉 천하가 어려울수록 먼저 조정에서 재정을 털어 백성들의 삶을 안정 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풍년에 세금을 많이 거두어야 한다.
요즘 말로 한다면 불경기도 있고 호경기도 있는데 불경기 때 국민들의 삶을 안정시키려면 호경기 때 세금을 많이 거둬 비축해 두어 불경기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순욱의 생각은 지배자와 백성이 “유기적 경제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일단 백성들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농기구나 농우도 무상으로 빌려주고 백성들은 수확량의 절반을 내는 것이다. 소득의 50%를 세금으로 내지만 안정적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
조조는 버려진 농토를 나눠주고 황무지를 개간해 나눠주었다. 민간에게 나눠준 토지를 민둔전, 군인에게 나눠준 토지를 군둔전이라고 했다. 둔전제로 백성들은 삶의 안정을 찾았다. 백성들의 삶이 안정되니 농업뿐 아니라 상업도 번창하게 되어 국력이 튼실해진 조조는 삼국시대가 시작되자 우월한 국력으로 촉, 오를 제압했다.

▣ 동로마 둔전제

동로마 제국도 둔전제로 국력을 성장시켰다. 서로마가 말기에 들어가면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제국을 재정비하고, 제국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고 콘스탄틴노블 (현재의 이스탄블)로 수도를 옮겼다. 이것을 동로마, 혹은 비잔틴 제국이라고 한다. 동로마는 그리스, 발칸반도, 소 아시아가 주 영토로 지정학적으로 이슬람이 유럽에 침투하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지리적으로 외침에 취약한 동로마제국은 ‘테마’라는 군관구제, 둔전제를 실시했다. 행정구역과 군사지역을 일치하게 만들어 외침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군사를 유지하는 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군 복무 대가로 일정량의 토지를 주는 것이다. 이 토지는 자녀들이 군 복무를 계속하면 상속도 가능했다.
동로마제국의 둔전제는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다. 로마 말기 라티푼디움이라는 대토지 소유와 대토지에 예속되어 농사를 짓는 농노들이 많이 없어지고, 둔전을 소유한 소규모 자영농들이 늘어났다. 즉 사회 기본단위가 자영농민, 자유촌락이 된 것이다.
동로마는 둔전제와 군관구제 테마로 이슬람의 파상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둔전제와 군관구제가 흔들리고 다시 대토지 소유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규모 자영농들은 둔전을 잃어버렸고 둔전을 기본으로 한 군인들 대신 용병제도가 도입되었다. 어느 나라던지 국방을 남에 손에 맡기면 멸망의 시기가 임박한 것이다.
대토지를 소유한 군관구의 행정관이나 호족들이 황제권에 대항하는 내분이 일어나 국력이 흔들리기 시작한 동로마는 오스만 터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멸망했다.
올해 앨버타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주 정부 예산이 40억불 적자다 60억불 적자다 해서 은근히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의 역할은 민생안정이 최우선인데 주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적자를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킬까를 생각하다 우연히 고대사회 둔전제가 생각나서 두서없이 적어봤다.

기사 등록일: 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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