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검사·전문의 모두 지연…앨버타 의료 대기 부담 심화 - 앨버타 진단 대기 17만명·수술 대기 8만명
대기 중 사망 통계 집계 중단 ‘투명성 논란’
캐나다 의료 대기자 중 13%가 앨버타에 집중됐다. (그림 출처 : SecondStreet)
(이정화 기자) 앨버타의 의료 대기 인원이 50만명을 넘어섰다. 수술·진단·전문의 진료 모든 분야에서 대기 행렬이 길어졌다. 이런 와중에 주정부가 대기 중 사망자 집계를 중단하면서 투명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정책 싱크탱크인 SecondStreet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캐나다 전역의 수술·진단·전문의 대기자는 377만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규모는 58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도 제시됐다. 앨버타는 전국 대기자의 13%를 차지해 인구 비중(12%)보다 높았다. 또한 전국 평균 대비 1인당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대기자 50만 명…수술·진단 모두 늘어
보고서에 따르면 앨버타의 수술 대기자는 8만1848명, 진단검사 대기자는 17만4022명, 전문의 진료 대기자는 25만6019명으로 집계됐다. 진단 대기만도 지난 2022년보다 7만명 가량 늘었다. 수술 대기 역시 이 기간 6000명 뛰었다.
SecondStreet의 돔 루식(Dom Lucyk) 대변인은 “진단 대기자가 7만명 늘고 수술 대기도 수천명 증가했다”며 “숫자가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높아 심각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앨버타 정부가 추진하는 활동기반 병원 재정 모델(환자 중심 재원 배분)이 속도를 낸다면 일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사망자 통계는 공백…투명성 논란
문제는 대기 과정에서 사망한 환자에 대한 공식 통계가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SecondStreet가 앨버타 보건부에 대기 중 사망자 수를 정보공개 청구로 요구했지만 주정부는 “이제는 해당 정보를 추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반면 노바스코샤는 2021~22 회계연도에만 수술 대기 중 사망자가 352명 발생했고 이 중 28건은 지연과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공개했다. 주별 차이가 통계 투명성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불신은 더 직접적이다. 셔우드파크에 거주하는 메리 제인 포버트씨는 무릎 수술을 1년 이상 기다리라는 답을 받고 결국 토론토의 민간 클리닉으로 향했다. 그는 “앨버타 헬스서비스가 나를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3만4000달러를 들여서라도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앨버타 대기 문제는 단순히 팬데믹의 여파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식 대변인은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인식은 이제 접어야 한다”며 “캐나다 의료체계 전반에 내재된 구조적 한계가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 주수상은 지난 2022년 취임 직후 “향후 90일은 다소 험난할 것”이라며 의료개혁을 약속했지만 취임 1070일이 지난 지금도 대기자는 줄지 않았다. 수치와 현장의 경험 모두 개혁 속도가 늦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자는 늘고 사망 통계는 비어 있다. 앨버타의 의료체계가 마주한 현실이다. 진단과 수술, 전문의 대기 행렬을 줄이고 투명성을 회복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꼽힌다. 팬데믹 탓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라는 진단 속에서 주정부가 내세운 환자 중심 재원 배분이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