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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생각했다간 조난"…로키산맥 불통 구역의 덫 - 카나나스키스 연간 구조 445건 최고치

재스퍼 국립공원 방향 ‘4시간 통신 단절’, 아이폰 14 이상 기기는 인공위성통한 문자 가능

캘거리와 재스퍼를 잇는 주요 도로 구간 (사진 : 이정화 기자) 
"차가 멈췄는데 전화까지 안 된다면?"

(이정화 기자) 한국에서는 낯선 이야기지만 앨버타 로키산맥에서는 현실이다. 국립공원 곳곳에 웅장한 풍경 뒤에는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는 구간(Cellular Dead Zone)이 숨어 있다. 여름철을 맞아 로키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풍경 감상만큼이나 비상 상황에 대비한 준비가 중요해지고 있다.

■ '안테나 먹통' 로키산맥, 구조 요청 증가세

앨버타 주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카나나스키스 지역에서 수행한 연간 구조 임무는 총 445건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과거 10년 평균인 연간 375건보다 19% 급증한 수치다.

최근 앨버타 연방경찰(RCMP)은 "산악 지대로 향하는 운전자들의 차량 고장과 조난 사고가 6월 들어 급증했다"고 경고했다. 공원관리청 역시 "수색·구조(SAR) 요청이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철저한 사전 대비를 당부했다. 공원 방문객은 늘었지만 상당수가 통신 불통 지역의 특성을 간과한 채 산행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드라이브 코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최근 관광객 맞이를 재개한 재스퍼(Jasper) 국립공원 방향과 세계적인 드라이브 코스인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는 약 4시간 동안 신호가 잡히지 않는 대표적인 대규모 데드존이다. 경찰 당국은 "로키 주변 고속도로는 견인차를 부를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구간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한다"며 출발 전 차량 점검을 강력히 권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 사정을 겪어본 동포들은 일찍이 준비에 나서고 있다.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작년에 재스퍼 가면서 통신 불통 구간이 이렇게 길 줄 모르고 출발했다가 중간에 구글 지도가 끊겨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며 "하필 비까지 많이 내려 긴장하며 운전했는데 올해는 마음 편히 다녀오고 싶어 미리 차량 점검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워홀 1년 차 B씨는 "한국은 설악산 깊은 골짜기에서도 전화가 터져서 여기도 비슷할 줄 알았다"면서 "곳곳에 주유소가 있겠거니 했는데 그것도 아니라서 준비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든다"고 전했다.

■ 철저한 아날로그식 대비, 내 지갑과 생명 지킨다

대자연 앞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사전 준비다. 구글 맵이나 올트레일즈(AllTrails) 앱을 통해 목적지 일대의 오프라인 지도를 저장해 두면 스마트폰 GPS로 실시간 위치를 파악해 등산로 이탈을 막을 수 있다. 깊은 오지 산행을 계획한다면 위성을 통해 직접 구조 신호를 송신하는 ▲가민 인리치(Garmin inReach) ▲스팟(SPOT) 등 장비를 구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장거리 드라이브 전 차량 점검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선 ▲엔진오일 누유 여부 ▲브레이크 패드 ▲와이퍼 등 상태를 사전에 체크해야 한다. 산악 도로의 거친 자갈과 파편으로 타이어가 펑크 나거나 빠지는 사고에 대비해 공기압과 스페어타이어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긴급 견인과 배터리 충전, 연료 보충 등이 가능한 앨버타 자동차협회(AMA)의 긴급 출동 서비스(Roadside Assistance) 멤버십을 확보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통신이 터지지 않는 구간에서 차가 멈추면 이마저도 부르기 어렵다. 따라서 장거리 운전 시에는 이동 경로 내 주유소와 도로변 표지판에 표시된 비상용 유선 전화기(Emergency Phone) 위치를 눈여겨봐야 한다.

스마트폰 기종에 따른 특수 기능도 숙지해두면 유용하다. 아이폰14 이상 기종은 인공위성을 통해 구조 요청은 물론 일반 문자(SMS)까지 무료로 주고받을 수 있다(캐나다·미국 한정). 야외에서 화면 안내에 따라 위성 방향으로 폰을 향하면 연결되는 방식이다. 삼성 갤럭시를 비롯한 안드로이드폰은 아직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밖에 가족이나 지인에게 구체적인 산행 경로와 이동 도로, 예상 귀가 시간을 미리 공유해 두는 것도 대비책이다. 통신 단절로 직접 구조 요청을 못 하는 조난 상황에서 외부의 신속한 실종 신고를 통해 구조대를 출동시킬 수 있는 핵심 안전장치다.

로키산맥의 대자연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겐 고립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올여름 안전한 산행과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선 통신이 끊긴 순간을 대비한 아날로그식 준비가 필수적이다. 철저한 사전 점검과 안전 지침 준수야말로 대자연 속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내는 첫걸음이다.

기사 등록일: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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