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경제이민 핵심 프로그램 잇따라 중단 - 스타트업 비자 신규 접수 중단·돌봄노동 이민 일시 중단…“이민 축소 기조 가속”
레나 메틀레지 디아브 이민부 장관은 연방 정부가 이민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여러 프로그램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캐나다 연방정부가 경제이민의 핵심 축으로 꼽혀온 일부 이민 프로그램의 신규 접수를 전면 중단하거나 일시 중단하기로 하면서 이민 축소 기조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스타트업 유치를 위한 유일한 비즈니스 이민 제도와 고령자·아동 돌봄 인력을 충원해온 돌봄노동자 이민 프로그램이 동시에 멈추면서,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민부는 1월 1일부터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의 신규 신청 접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홈케어 워커 이민 시범 프로그램도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즉시 접수를 중단한다. 두 조치는 캐나다 정부가 최근 강조해온 이민 규모 축소와 ‘지속 가능한 이민 수준’ 기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2013년 도입된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은 해외 혁신 기업가를 유치해 캐나다 내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이민자에게 취업 허가와 영주권 경로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캐나다에는 사실상 혁신 창업을 겨냥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이민 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됐다. 토론토의 이민 변호사 스티븐 그린은 “다른 나라들이 그 공백을 빠르게 파고들 것”이라며 “스타트업 유치 경쟁에서 캐나다가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돌봄노동자 이민 시범 프로그램의 중단도 파장이 적지 않다. 이 프로그램은 고령자와 아동 돌봄 인력 부족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수요가 정원을 크게 초과하면서 대기 기간이 길어졌다는 이유로 중단됐다. 2025년 해당 프로그램의 연간 신청 상한은 약 5200건이었다. 이민 전문 변호사 루 얀센 당잘란은 “노인과 아이들을 돌보는 현장의 핵심 축이었던 제도가 사라진 것에 깊은 우려를 느낀다”며 “다른 이민 프로그램도 추가로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돌봄 이민 프로그램은 주로 케어기버(Caregiver) 파일럿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아동, 노인, 환자 돌봄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영주권 경로로, 2025년 3월 31일 오픈된 새로운 파일럿은 경력 없이도 영주권 신청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이민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적체된 신청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 비자 영주권 신청 건수는 지난해 크게 늘었고, 현재 평균 처리 기간은 52개월에 달한다. 연방정부는 이미 해당 프로그램의 연간 영주권 허용 규모를 2024년 5000명에서 올해 2000명으로 줄였으며, 2026~2027년에는 1000명 수준으로 더 낮출 계획이었다.
연방정부는 이번 중단 조치가 향후 새로운 ‘표적형 기업가 이민 시범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 단계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 연방정부가 미국 내 고급 인력을 유치하겠다는 ‘인재 유치 전략’을 언급해 왔지만, 현장에서는 “발표만 있고 실행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민 규모 축소는 최근 캐나다 전반에서 확산된 주거난과 공공서비스 부담에 대한 여론의 반발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상원에는 이민 서류와 신청을 중단·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법안도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돌봄 인력과 혁신 인재라는 두 축을 동시에 약화시키는 선택이 과연 장기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