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 워홀러들, 왜 서비스직만 반복하게 될까 - 현지 경력 중심 채용과 서비스직 쏠림
과잉학력·언더임플로이먼트 현상 지속
(사진 출처 : YTN)
(이정화 기자)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말은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된다. 하지만 캘거리의 실제 구직 현장에서는 영어 소통이 가능해도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 온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한인 커뮤니티 기반 업장이나 인력 유동성이 높은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취업과 이직을 반복하는 구조가 하나의 패턴처럼 굳어지고 있다.
■ 영어 이후에 마주하는 취업의 벽
캘거리에서 워홀러들이 가장 먼저 발을 들이는 곳은 레스토랑과 카페, 바를 포함해 주방 보조와 조리 인력이 필요한 서비스업 현장이다. 채용 진입이 비교적 빠르기 때문이다.
다만 근무 강도가 높고 인력 교체가 잦은 구조 속에서 일정 기간 이후 다른 서비스직이나 유사한 현장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이 과정에서 영어 사용 빈도와는 별개로 직무 선택의 폭이 제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개인의 역량 부족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이민자 중 약 3명 중 1명은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보다 낮은 수준의 일자리에 종사하는 과잉학력(overqualification)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영어 능력만으로 취업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실업률 격차도 같은 맥락이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대 이민연구센터(CERC)는 이민자 실업률이 캐나다 태생 근로자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언어 능력 외에도 자격 인정 절차와 캐나다 경력 요구, 네트워크 중심 채용 관행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 지점에서 워홀러들의 체감은 보다 직접적이다. 워홀 2년 차인 A씨는 “영어 자체가 문제라는 이야기는 거의 듣지 않았고 대부분은 캐나다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는 이유였다”며 “면접을 보고도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됐다”고 말했다.
교육을 통한 진입을 시도했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례도 있다. 워홀러 D씨는 “유학원을 통해 취업 연계 과정이 있는 전문 교육기관을 추천받아 6천 달러 이상의 비용을 들였지만 오피스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상당 기간 구직 상태로 머물렀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서버와 키친 일은 금방 잡히지만 현장에서 요구되는 강도와 분위기가 만만찮다”, “로컬 잡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피하고 싶어도 비슷한 업장으로 옮겨가며 일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요즘은 서버나 키친 스탭도 경쟁률이 높다”, “어떤 일을 해도 문화나 캐나다 라이프를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험” 등 여러 의견이 오갔다.
■ ‘기회의 한계’와 ‘선택의 결과’가 겹치는 지점
이런 구조를 고용주나 제도 문제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앨버타의 오피스 직군 채용 시장에서 현지 경력과 레퍼런스를 갖춘 지원자가 우선 고려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선택에 가깝다. 단기간 체류가 전제된 워홀 비자 소지자보다 장기 근무가 가능하고 조직 적응 비용이 낮은 현지인을 채용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워홀러들의 선택 역시 단일하지 않다. 일부는 오피스 직군 진입을 시도하지만 한편에서는 처음부터 서비스직이나 한인 업종을 선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근무 시유간 조절이 비교적 자롭고 여행이나 여가를 병행하기 쉬워서다. 도피성 체류나 휴식에 가까운 목적으로 워홀을 선택한 사례도 현장에서는 흔히 관찰된다.
이처럼 캘거리 워홀러들의 노동 풍경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 여부와는 다른 지점에서 형성된다. 짧은 체류 조건과 현지 경력 중심 채용 구조 속에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서비스직이 주요 선택지로 남는다. 영어가 통하느냐보다, 노동시장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워홀은 영어가 되느냐보다, 허용된 자리에서 살아남는 문제예요.” 워홀러들이 공통으로 느낀 이 인식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노동시장 구조가 이들을 어떤 위치에 머물게 하는지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