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충근의 기자수첩) 상상하기 힘든 조합, 두 정적의 악수
사진: 에드먼턴 저널. 앨버타 분리주의에 맞선 두 전직 주 수상
앨버타 분리주의와 케니와 노틀리 연합
8월25일 캐나다 상공회의소는 제이슨 케니(Jason Kenney)와 레이첼 노틀리(Rachel Notley)가 앨버타 분리에 반대하는 기업 중심의 캠페인에 공동의장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노틀리는 17대 앨버타 주 수상을 지냈고 케니는 18대 앨버타 주 수상을 지낸 바 있다. 노틀리는 캐나다 진보의 상징인 사민주의 대표주자이고 케니는 정통 보수주의자로서 두 사람은 오랜 기간을 정적으로 지내 이번 캠페인에 공동의장을 맡는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 언론은 “적과의 동침”이라고 표현했다.
2019년 앨버타 총선에서 당시 집권당 NDP(주 수상 네이첼 노틀리)를 상대로 케니가 이끄는 UCP는 주 의원 의석87석 중 63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7년이 지난 지금, 두 전직 주 수상은 정파적 차이를 뒤로 미루고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 사안을 위해 힘을 합쳤다.
두 사람의 동맹은10월19일 주민투표를 앞두고 이번 투표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규정하기 위한 공동 캠페인이다. 캠페인의 성격은 기업적 입장, 경제적 입장에서 연방 탈퇴가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왜 연방에 잔류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게 될 것이다. 캠페인의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개발 중이며, 케니와 노틀리, 상공회의소 회원들의 논의를 토대로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로는 탈퇴반대가 상당한 우위에 있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탈퇴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 의 문제를 넘어 연방정부에 불만을 품은 앨버타 주민들이 얼마나 강하게 다음 단계를 밀어붙일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10월19일 투표의 성격
10월 주민투표에서는 10가지 문항에 대해 주민들이 투표한다. 그 중에 가장 뜨거운 이슈는 앨버타의 연방 탈퇴에 관한 문항이다. 즉 앨버타가 캐나다 연방에 남기를 원하느냐, 아니면 캐나다 연방에서 탈퇴하기 위해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헌법적 절차를 시작하느냐 에 관한 사항이다. 연방 잔류, 탈퇴에 관한 논쟁을 더 이상 벌이기 싫다면 연방 잔류에 투표하면 된다. 연방 탈퇴를 원하거나 연방 잔류를 원하지만 그래도 헌법적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면 그쪽에 투표하면 된다.
앵거스 리드가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1%가 연방 잔류를 원했고 33%는 향후 연방 탈퇴를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 실시에 찬성했다. 그러나 연방 잔류, 탈퇴를 묻는 투표에는 65%가 잔류 30%가 탈퇴를 원했다. 즉 3%는 연방 잔류를 원하지만 탈퇴를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를 원한다고 볼 수 있다. 이 3%포인트의 차이는 이번 국민투표를 둘러싼 동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연방 탈퇴를 원하는 사람들의 41%는 실제 탈퇴보다는 연방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대답한 반면 59%는 실제로 연방을 탈퇴해 독립을 원한다고 대답했다.
앨버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주민투표의 연방 잔류 여부에 관한 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다.
제이슨 케니와 분리주의 세력
케니는 스티븐 하퍼 정부에서 연방 장관을 맡으면서부터 정통보수 연합주의(National Unionism)를 지켜왔다. “강력한 앨버타는 캐나다 연방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신념의 정치인이다. 이런 정치적 소신은 UCP 창당 이후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UCP는 앨버타 정통 보수인 PC(Progressive Conservative)와 극우정당 와일드 로즈와 합병으로 탄생했다.
케니는 UCP 당대표로 주 선거를 승리해 주 수상이 되었으나 코로나 대 유행으로 와일드 로즈 계열의 당원들로부터 공격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와일드 로즈 계열 당원들은 연방정부를 극도로 불신해 연방법을 거부할 수 있는 앨버타 주권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연방정부와 타협하려는 케니를 “연방정부 앞잡이”라며 공격했다. 코로나 대유행 때 국경 폐쇄반대, 백신 반대를 외치며 트럭 시위하던 자들로 이들은 외부에서UCP로 스며들어와 당권 위에 섰다.
연방 탈퇴, 엘버타 주권 강화, 앨버타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단일 세력이 아니다. 크고 작은 몇 개 그룹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중 목소리가 가장 크고 UCP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룹은 TBA(Take Back Alberta)다. TBA는 코로나 규제 반대 시민들, 백신 반대 시민들, 기독교 근본주의자 등 수천명을 입당시킨 2022년UCP 전당대회에서 케니 지지율을 51.4%로 내려 그를 당 대표에서 사임시켰다. 그후 TBA는 다니엘 스미스를 당 대표로 밀었다. TBA의 정치적 지향점이 다니엘 스미스와 같아 동반자 관계이기도 하지만 TBA가 적극 지지해 다니엘 스미스는 당 대표가 될 수 있었다. 이 그룹은 스미스 당 대표를 지켜줄 수도, 끌어내릴 수도 있는 UCP 실세 그룹이다. 앨버타의 독립보다는 연방 안에서 완전한 주권확립을 표방한다. 앨버타 자체 경찰, 자체 연금을 요구하는 실질적 주권주의를 요구한다.
스미스 주 수상이 “나는 앨버타가 캐나다에 남기를 원하지만 주민투표를 원하는 사람이 수천, 수 만명 있으니 투표는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TBA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APP(Alberta Prosperity Project), IPA(Independence Party of Alberta), WIP(Wildrose Independence Pary) 등은 연방정부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앨버타가 독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연방에서 탈퇴해 헌법, 화폐, 이민 등 독립 이행 계획서를 만들어 활동한다.
RPA(Republican Party of Alberta), Alberta 51 Project 등은 연방을 탈퇴해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 외 SFA(Stay Free Alberta), TCP(The Centurion Project)등은 코로나 방역 반대, 연방 탄소세, 환경정책을 반대하며 조직화된 단체로 주민 서명운동을 활용해 대중을 선동하는 행동대 역할을 하고 있다.
케니의 주요 정치적 기반은 앨버타 기업과 재계다. 그는 분리주의 논란이나 주권법 제정은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불확실성을 심어주어 앨버타 경제와 투자에 치명적이라는 정치적 소신을 갖고 있다. 노틀리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노틀리와 공동의장을 맡은 배경에는 "당내 분리주의자들의 압박에 밀려 사임했지만, 그들이 추진하는 분리주의적 포퓰리즘이 앨버타와 보수주의의 미래를 망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는 케니의 정치적 신념과 사임 이후의 명확한 역할 재정립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앨버타는 극단주의에 가까운 UCP와 진보의 NDP, 연방 잔류와 연방 탈퇴 사이에 대립과 분열이 심각하다. 진영 대립의 갈등 속에서 보수 쪽에는 케니의 목소리가 진보 쪽에는 노틀리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가진다. 두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어느 한쪽 진영의 선동이 아닌 "진영을 넘어 앨버타의 미래를 위해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