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을 믿었을 뿐인데… 잘못은 왜 납세자의 몫인가!?
끝없는 전화 대기와 엉터리 조언, 무너지는 연방 조세 행정망…
사진출처: 기자가 묘사하고 AI가 그림
콜센터 오류와 서류 지연이 낳는 억울한 피해, 납세자의 실질적 방어권 점검
(이은정 기자) 최근 연방 감사원(Auditor General)과 납세자 옴부즈맨(Taxpayers' Ombudsperson)이 연달아 발표한 보고서는 캐나다 국세청(CRA)의 민원 대응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성실하게 납세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이러한 행정 공백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큰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17%에 불과한 정답률, 맹신이 부른 참담한 결과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국세청 상담원이 제공하는 정보의 질적 저하다. 캐런 호건(Karen Hogan) 연방 감사원장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2월부터 5월 사이 진행된 테스트에서 개인 세무 관련 일반 질문에 대해 상담원이 올바른 답변을 제공한 비율은 고작 17%에 불과했다.
문제는 국세청의 잘못된 안내를 믿고 따랐다가 피해를 보더라도, 그 책임은 고스란히 납세자가 져야 한다는 점이다. 조세 전문 변호사 데이비드 로트플라이쉬(David Rotfleisch)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득세법상 정확한 세금 신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납세자에게 있으며, 오류가 잦은 국세청 일반 상담 라인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만약 상담원의 잘못된 조언을 믿고 세금을 누락했다면, 납세자가 고의로 탈세를 저지른 것(중과실 50% 페널티)으로 간주되지는 않더라도 미납된 세금 원금은 여전히 납부해야 한다. 국가 기관의 말을 믿은 소시민이 온전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국가 행정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불러일으킨다.
서류 처리에만 10개월, 고장 난 행정 시계와 억울한 페널티
부정확한 안내뿐만 아니라 기약 없는 업무 지연 현상도 시민들의 숨통을 조이는 요인이다. 최근 CBC 뉴스에 보도된 노바스코샤주의 납세자 빌 비송(Bill Bisson) 사례는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국세청은 그의 2023년도 세금 평가 과정에서 소득 명세서를 중복으로 계산하는 명백한 행정 오류를 저질렀고, 그 결과 그에게 3,471달러의 억울한 페널티가 부과되었다.
그의 회계사는 즉각 국세청에 정정 및 페널티 면제 요청을 접수했지만, 국세청의 공식 처리 목표인 6개월을 훌쩍 넘긴 채 10개월째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억울하게 부과된 페널티는 눈덩이처럼 이자가 붙어 3,836달러로 불어났다. 이처럼 명백한 국세청의 실수 앞에서도 서류 처리를 마냥 기다리며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 납세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철저한 기록과 전문가 교차 검증이 필수인 시대
이러한 국가 조세 시스템의 난맥상 속에서 납세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어권은 무엇일까. 세무 전문가들은 국세청과 통화할 때 반드시 상담원의 ID 번호, 통화 날짜 및 시간, 그리고 대화의 상세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해 둘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추후 억울한 벌금이나 이자 면제를 국세청에 요청(Taxpayer relief mechanism)할 때 이 구체적인 기록만이 유일한 방패막이가 되기 때문이다.
세금 납부는 앨버타에 뿌리내린 시민들의 당연한 의무이지만,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역할이다. 무너진 행정 시스템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맹목적인 신뢰를 거두고 회계 전문가의 교차 검증을 통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