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람

오충근의 기자수첩) 10월19일 앨버타 주민투표(Alberta Re..

관심글

관심글


65%가 이민자… 앨버타 식음료업, 벼랑 끝 '밥줄'을 일군 창업의 두 얼굴

전국 평균 웃도는 자영업 진출… 초기 자금 조달 장벽과 지역 상권 연계의 실상

사진출처: 기자가 묘사하고 AI가 그림  
(이은정 칼럼) 아직 해가 뜨기도 전, 앨버타 곳곳의 식당과 식료품점에는 하나둘 불이 켜진다. 식자재를 손질하고 불판을 달구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낯선 땅에 정착해 자신의 가게를 일군 이민자들이 적지 않다.

캐나다 정부가 2021년 인구 총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캐나다 식음료 분야에서 유급 직원을 둔 사업주 가운데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1%다. 앨버타에서는 이 비율이 65%로 높아진다. 즉, 해당 기준에 해당하는 앨버타 식음료업 사업주 10명 가운데 약 6~7명이 이민자인 셈이다.

다만 이 수치는 식당의 65% 또는 식음료업 전체 매출의 65%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급 직원을 둔 사업주 가운데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65%라는 숫자는 앨버타 식음료업에서 이민자 창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이민자들이 선택한 창업의 현장

이민자들이 식음료업에 진출하는 이유를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민 초기에는 캐나다 현지 경력과 사업 네트워크, 신용 이력 등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 전문직 경력이 있더라도 캐나다에서 동일한 자격으로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반면 식당이나 식료품점 등 일부 소규모 사업은 사업주가 직접 운영에 참여하고 가족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으며, 자신이 가진 요리 경험이나 문화적 배경을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식음료업 창업에는 가족의 경제적 필요, 기존 경력과 사업 경험, 자본 규모, 지역 수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앨버타의 상대적으로 다른 비용 구조가 이민자 창업을 직접적으로 증가시켰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주거비와 사업비용, 인구 증가와 시장 규모 등은 개별 사업자가 사업지를 선택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다. 결국 65%라는 통계가 직접 보여주는 것은 창업의 ‘이유’가 아니라 앨버타 식음료업에서 이민자 사업주가 차지하는 높은 비중이다.

가게 하나에서 시작되는 지역경제

이민자가 운영하는 식당이나 식료품점의 경제적 역할은 매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 곳의 식당이 영업하기 위해서는 식재료 공급업체와 도매상, 육류·수산물 업체, 장비업체, 청소·유지보수 업체, 결제 및 POS 서비스, 배달·물류업체 등 다양한 사업체가 연결된다.

직원 고용도 지역경제의 한 부분이다. 주방과 홀 직원뿐 아니라 배달과 청소, 회계, 유지보수 등 여러 서비스가 한 사업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Restaurants Canada 역시 이민자들이 캐나다 외식산업에서 중요한 기업가 및 노동력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민자 창업이 캐나다 식당 산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민자 사업체의 성장은 한 사업주의 개인적인 경제활동에 그치지 않고 고용·소비·공급망을 통해 지역경제와 연결된다.

문을 여는 것보다 어려운 ‘지속’

그러나 높은 창업 비중이 높은 수익이나 사업 성공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식음료업은 식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보험료, 장비 유지비 등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인력 확보와 관리, 보건·위생 규정 준수 등 사업주가 감당해야 할 운영 부담도 적지 않다. 특히 신생 사업체에게는 자금 조달이 중요한 과제다.

초기 개업의 단계를 지나고 나면, 신규 사업주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초기 운전자금과 현금 흐름의 한계다. 언어 장벽과 낯선 행정 절차를 뚫고 간신히 식당 간판을 올렸지만, 본격적인 운영의 무게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예기치 못한 식자재값 인상을 감당하기 위해 이들은 지속적인 자금 융통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의 문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이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ISED)가 발표한 '2024년 신용 조건 설문조사(Credit Conditions Survey)'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 서비스업 전반의 대출 승인률은 91%에 달한다. 지표상으로는 자본 조달의 문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간판을 단 이민자 사업주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 가혹하다. 업력이 2년 이하인 신생 기업으로 대상을 좁히면 대출 승인률이 53%로 사실상 반토막이 나기 때문이다. 식당 문을 열고 현금 융통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초기 정착 시기에, 절반에 가까운 신규 창업자들은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생존을 위한 자금 압박을 맨몸으로 견뎌내야만 한다는 의미다.

은행 대출이라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힌 상황에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결국 가족의 은퇴 자금을 끌어오거나, 한도를 꽉 채운 신용카드에 의존해 아슬아슬하게 현금 흐름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사업체를 유지하고 가족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이민자 창업자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며, 동시에 무거운 이자 압박 속에서 재정적 위기를 견뎌낸다. 앨버타 식음료업계를 이끄는 65%의 이민자 창업 비율 이면에는, 이처럼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온몸으로 생계의 무게를 버텨내는 치열한 사투가 자리하고 있다.

65%라는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

앨버타 식음료업 사업주의 65%가 이민자라는 통계는 이민자 창업의 규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숫자만으로 이들이 모두 ‘생존을 위해 창업했다’거나 동일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식당은 가족의 생계를 위한 선택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요리 경험과 문화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기회일 수 있다. 기존 경력을 이어가기 위한 과정에서 창업을 선택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민자들이 앨버타 식음료업의 중요한 사업주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사업체는 음식을 판매하는 공간인 동시에 사람을 고용하고, 다른 사업체와 거래하며, 지역의 소비와 공급망에 연결되는 경제활동의 현장이다. 동시에 사업주들은 식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같은 운영비와 함께 사업자금 조달이라는 현실적인 부담도 감당해야 한다.

결국 65%라는 숫자는 이민자 창업의 결과를 보여줄 뿐, 그 숫자만으로 창업의 이유와 성공 여부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새벽부터 가게 문을 열고 늦은 밤까지 불을 끄는 이민자 사업주들의 이야기는 통계 밖에 있다. 그들의 가게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업장이면서, 동시에 앨버타 지역경제의 한 부분이다. 65%라는 숫자 뒤에는 각자의 이유로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자신의 ‘밥줄’을 일군 사람들이 있다.

[자료 출처]

• 캐나다 연방통계청 및 이민부(IRCC): 2021년 인구총조사 기반 식음료업 이민자 사업주 비율 통계 (전국 51%, 앨버타 65%).

• 캐나다 외식업협회(Restaurants Canada): 이민자 창업이 캐나다 외식 산업과 지역 상권에 미치는 경제적 역할 분석.

•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ISED): 2024년 소기업 신용 조건 설문조사 등 외식업계 대출 승인률 및 신생 사업체 자금 조달 현황.

기사 등록일: 2026-09-29


나도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