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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피해 남긴 우박, 대기질 악화…캘거리 덮친 기후 변수, 7월·8월 우박 피해 9월 대기질 악화

보험 청구 9200만달러·화재 위험 장기화, '라니냐 영향' 겨울 늦춰져 기후 변수 연속

올해 9월 3일 캘거리 시티홀 역 인근 도심 전경. 산불 연기로 하늘이 뿌옇게 드리워진 모습 (사진 :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우박이 손톱 자국처럼 캘거리 도심을 스쳤고 연기는 하늘을 흐려 일상을 뒤흔들었다. 계절 전환이 늦어지는 기후 흐름 속 날씨 변수와 화재 위협이 교차하는 현상이 캘거리 일상에 새 과제를 던지고 있다.

캐나다손해보험협회(Insurance Bureau of Canada)에 따르면 지난 7월 캘거리에 쏟아진 우박 폭풍은 막대한 보험 손해를 남겼다. 이어 9월 초에는 산불 연기에 따른 경보 발령이 내려졌다.

■ 7월 우박으로 피해액 9200만 달러

캘거리 일대는 ‘우박 통로’의 중심부로 꼽힌다. 이 지역은 여름철 강우와 번개 동반 뇌우가 우박을 자주 동반하는 특성을 보인다.

앞서 7월 13일에는 우박으로 차량 손상이 전체 청구의 약 65%를 차지했다. 그 피해액은 92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후 8월 20일 남부 지역에는 초강력 우박 폭풍이 지나가면서 농지와 지형에 광범위한 손상을 남겼다. 나사 위성사진에서도 약 200킬로미터(km) 길이의 ‘흔적(scar)’이 관측될 만큼 피해가 뚜렷했다. 우박 크기는 골프공 수준으로 피해 지역은 캘거리 인접 외곽을 포함한 남부 전역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에도 우박 폭풍이 발생해 약 28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는 앨버타 자연재해 피해 규모를 경신했다. 단일 연도가 아닌 연속된 계절 패턴 속에서 재해가 반복되고 있단 점이 주목된다.

■ 산불 연기와 대기질 악화

여름철 우박 피해에 이어 가을 초입에는 산불 연기가 일상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9월 초 캘거리와 인접 지역에는 대기질 경보가 발령됐다. 연기는 북부·중부 앨버타와 사스카추완에서 발생한 산불에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캐나다 전역에서는 올 들어 이미 878만 헥타르가량이 산불로 소실됐다. 이 중 앨버타도 일부를 차지한다. 대기질 악화가 재난 수준으로 번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활 불편도 가중됐다.

연속되는 자연재해는 지역 사회뿐 아니라 보험업계에도 압박을 주고 있다. 캘거리 우박 사례만 보더라도 최근 5년간 앨버타에서 누적된 보험 손실액이 6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해 보상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후 충격을 줄이기 위해 건축 기준 강화와 녹지 확대, 위험 예측 시스템 보강 등 구조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해외 주요 도시들도 내후성 건축 기준과 공기 정화 시스템을 확대하는 식의 복합 대책을 시행 중이다.

더욱이 캘거리는 올가을 들어 계절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9월 첫째 주엔 최고기온이 20~27℃까지 오르는 날이 잦았다. 일평균 기온도 통상적인 가을 수준(약 16℃)을 웃도는 흐름이다.

이런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 흐름은 식생 건조를 가속해 캘거리 산불 위험을 높이는 조건이 되고 있다. 실제 캘거리 산림 지역은 현재 '매우 높음(Very High)' 화재 위험 단계로 지정돼 있다. 건조하고 바람 많은 날씨가 지속되면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처럼 캘거리가 직면한 기후 변수는 계절 전환기에 반복될 수 있는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름철 우박과 가을의 연기, 늦춰진 겨울의 기후 흐름이 한데 맞물려 일상과 도시 운영 전반에 압박을 주고 있다. 국제 조사에서 여전히 높은 삶의 질 평가를 받아온 도시지만 기후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앞으로 캘거리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기사 등록일: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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