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독립 논란에 파이프라인 갈등까지”…서부 정상회의서 충돌한 주수상들 - 앨버타 주민투표·원주민 권리 문제 놓고 공개 설전…공동성명엔 ‘분리’ 언급 빠져
카니, 앨버타 분리 독립 투표 이틀 연속 직격...“단순 과반으로는 불가능”
화요일 오전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서부 주수상 회의에서 주수상들이 캐나다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맞춰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스웨스트 준주 주수상 R.J. 심슨, 유콘 준주 주수상 커리 딕슨, 앨버타 주수상 다니엘 스미스, 매니토바 주수상 와브 키뉴, 서스캐처원 주수상 스콧 모,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수상 데이비드 에비.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서부 캐나다 주수상들과 북부 준주 대표들이 26일 앨버타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서부 정상회의를 마무리했지만, 회의 막판까지 앨버타 분리독립 주민투표 문제를 둘러싼 긴장감이 이어졌다.
이번 회의에는 개최지인 앨버타의 다니엘 스미스 주수상을 비롯해 BC주의 데이비드 에비, 서스캐처원의 스콧 모, 매니토바의 와브 키뉴 주수상과 북서준주·유콘·누나부트 대표들이 참석했다. 공동성명에서는 경제·에너지·무역·북극 안보 협력 등이 강조됐지만, 실제 회의 분위기를 지배한 핵심 이슈는 앨버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추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미스 주수상은 이날도 “약 70만 명의 앨버타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며 주민투표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자신은 캐나다 잔류를 지지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지난 10년간 연방정부의 정책이 앨버타 경제를 공격해 왔다”며 주민 불만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미스는 분리독립 시민청원에 대해 원주민 협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이 제동을 건 것과 관련해, 헌법 35조의 원주민 권리와 ‘협의 의무’ 범위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발언 직후 매니토바의 와브 키뉴 주수상이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서면서 회의장은 순간 긴장감에 휩싸였다. 원주민 출신인 키뉴 주수상은 “그건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협의 의무는 시민청원 주체가 아니라 앨버타 정부가 이행해야 하는 책임”이라고 직격했다.
키뉴는 전날 앨버타 원주민 대표들과 별도로 만나 분리독립 움직임과 자원 개발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은 분열 논의보다 캐나다가 함께 파이프라인과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주민투표 논의를 최소 1년 미룰 것을 촉구했다.
BC주의 데이비드 에비 주수상 역시 스미스 정부의 주민투표 추진에 우려를 나타냈다. 에비는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캐나다가 단결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앨버타의 독립 논의가 국가적 협력 분위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큰 이견 속에서도 솔직하고 예의 있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앨버타 주민투표 관련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참석자들은 연방정부에 ▲서부 에너지·자원 프로젝트 지원 ▲미국과의 연목재 분쟁 해결 ▲중국의 캐나다산 해산물·돼지고기·카놀라 관세 철폐 ▲산불 대응용 군용 항공기 활용 규제 완화 등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스미스 주수상이 연방정부와의 에너지 협력 성과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기보다, 보수 지지층 내부의 강경 분리주의 여론을 달래기 위해 위험한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UCP 내부 행사에서는 스미스가 연방정부와 파이프라인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강경 지지층으로부터 야유를 받은 바 있다.
앨버타 주민투표까지는 이제 약 5개월이 남았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드러난 것은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캐나다 통합’ 자체를 둘러싼 서부 지역 내부의 균열이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50%+1’로는 부족”
한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앨버타주의 분리독립 추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단순 과반을 넘어서는 “명확한 다수(clear majority)”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50%+1’ 수준의 근소한 찬성만으로는 캐나다 분리를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카니 총리가 연방법인 명확성법(Clarity Act)을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틀 연속 앨버타 분리독립 논쟁에 직접 개입한 셈이다. 그는 하루 전에도 “이번 주민투표를 단순히 오타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그것은 위험한 허세(dangerous bluff)”라고 경고한 바 있다.
카니 총리는 26일 하원에서 “법률 자문 결과, 앨버타가 오는 10월 19일 실시하려는 주민투표는 아직 명확성법 적용 대상은 아니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질문은 분리독립 자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가 아니라, 향후 그런 주민투표 절차를 시작할지 여부를 묻는 형식”이라며 “질문 자체에 그것이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가 아니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방 의회가 이번 주민투표 질문의 적법성이나 결과의 효력을 직접 판단하는 절차에는 아직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총리실은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