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보다 생존...캘거리 동포 사회 '심리적 문턱' 낮출 때 - 앨버타 자살률 전국 평균 상회
생계·부양 중장년 남성 부담 심화, "동포들, 상담 문턱 낮추는 용기 필요”
그림 출처 :ChatGPT
(이정화 기자) 고물가 파고가 길어지면서 캘거리 동포 사회와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참 힘들다"는 말이 부쩍 잦아졌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푸념일 수 있지만, 생계를 책임진 이들에게는 때로 존엄을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특히 앨버타는 극단적 선택 수치의 하락세에도 중장년층이 짊어진 생계와 부양의 무게가 되레 가중되는 양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 전국 평균 자살률은 10만 명당 10.9명, 캘거리는 이보다 다소 높은 14.3명을 기록 중이다.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 과제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 앨버타, 경제활동기 중장년층의 ‘부양 압박’
캘거리 자살예방센터(distresscentre)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하루 약 1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런 와중에 앨버타는 전국 평균을 웃도는 자살률을 보이며 사망 사례가 에드먼튼과 캘거리 등 주요 도시권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년 남성(약 40~64세)이 주요 집단으로 분류된다. 청년층 역시 생활비 상승과 고물가 스트레스를 호소하지만 경제활동의 핵심축인 중장년층에서 생계와 부양 부담이 깊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외딴 현장 근무와 장시간 교대 근무가 일상인 건설 및 에너지 분야에서 비율이 높다.
현장에서도 위험 신호는 반영되고 있다. 앨버타 자살 위기 상담전화 '988 포털'은 매달 약 1500건의 전화와 1400건의 문자 메시지를 처리하고 있다. 자살예방센터의 수석 관리자인 사라 샌들은 "통화량이 여전히 높고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앨버타 헬스서비스(AHS)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우려되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다면 공감과 경청을 바탕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정신건강 문제가 생활 여건과 맞닿아 있다는 시민 반응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사회적 지원 축소나 주거 불안, 의료 접근성 제한이 오히려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저소득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생활비 구조 자체가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 이민자 사회 사각지대, "심리적 문턱 낮추는 용기 필요"
정부 대응은 치료를 넘어 주거·생활 안정으로 확장 중이다. 주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정신건강 및 중독 회복 서비스 확충과 커뮤니티 기반 지원, 위기 대응 체계(211·811 등) 강화를 통해 접근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캘거리 시도 '생활비 부담 완화'를 기조로 지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협회(CMHA) 캘거리 지부는 주거 유지 역량을 돕는 ‘RentSmart’와 남성 중심 캠페인 ‘버디업(Buddy Up)’을 통해 밀착 지원에 나섰다.
이처럼 정신건강이 경제 구조와 직결된 사회적 변수로 부상하면서 이민자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도 커졌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제도권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동포들에게 고물가와 주거 불안은 더욱 가혹한 생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커뮤니티서비스(KCS) 엘렌 안 디렉터는 "한인 사회에선 사회적 낙인과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과 정보 부족으로 정신건강 치료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정신적 도움을 받는 건 나약함의 표시가 아닌 마음을 돌보는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심리적 문턱을 낮춰줄 것을 조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및 위기 상담 전화(988) 또는 앨버타 정신건강 헬프라인(1-877-303-2642)을 통해 24시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캘거리 자살예방센터(403-245-3900)와 보건 상담(811) 역시 상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