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환율 영향에 ‘미리 예약’ 급증…앨버타 여행 트렌드 변화
사진 : 에드먼튼 저널
(박미경 기자) 최근 몇 주 사이 여행 예약이 급증한 가운데, 특히 내년 여행을 미리 예약하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상승과 캐나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항공권과 숙박 비용 인상을 우려한 여행객들이 선제적으로 예약에 나서고 있다.
여행사 트래블 구루스(Travel Gurus)의 히다르 엘메이스는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향후 예약이 들어오고 있다”며 “지난주에만 내년 여행을 예약한 승객이 10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여행 예약 흐름을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을 예측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운임도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항공료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지금 예약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엘메이스는 “한 번 추가 요금이 도입되면 이를 다시 없애기는 쉽지 않다”며 “이란 분쟁이 종료되더라도 유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여행 트렌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예약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넘어 ‘대체 여행지’를 찾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여행 수요가 크게 감소했으며, 이는 마크 카니 총리의 ‘Elbows up’ 발언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 "Elbows up"은 캐나다의 관용구이자 구호로, 회복력, 자기 방어, 그리고 국가적 자부심을 상징하며, 특히 이를 이용해 미국의 무역 관세와 관련된 외부 압력에 맞서 굳건히 버티도록 캐나다인들을 독려하고 있다. 하키의 전설 고디 하우(Gordie Howe)의 공격적이고 방어적인 플레이 스타일에서 유래한 이 표현은 싸움을 준비하거나 자신을 방어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에 미국을 찾으려던 여행객들이 유럽이나 멕시코 등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렸지만, 수요가 집중되면서 해당 지역의 여행 비용 역시 상승했다. 특히 멕시코는 더 이상 저렴한 올인클루시브 여행지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웨스트 트래블 앤 크루즈(Newwest Travel and Cruises)의 여행 컨설턴트 카리-린 스태너스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멕시코 4.5~5성급 리조트를 1인당 1주일 기준 약 1,800~2,400달러에 이용할 수 있었다”며 “현재는 3,000달러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는 경우도 많고, 휴가철에는 가격이 더욱 급등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달러 약세 역시 여행 비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멕시코 리조트 대부분이 미 달러로 결제를 받기 때문에, 캐나다 달러로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율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최근 앨버타 주민들 사이에서는 태국,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 물가 대비 달러 구매력이 높아 체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스태너스는 “항공료는 다소 높을 수 있지만, 현지에서의 호텔비나 식비, 교통비 등을 고려하면 북미나 유럽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며 “같은 비용으로 더 높은 수준의 숙박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장기 체류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동 지역 여행 수요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레바논 베이루트행 여행의 경우, 당초 올여름 약 1,000명이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절반가량이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수요 변화는 성수기뿐 아니라 비수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비교적 한산했던 여름철에도 멕시코를 찾는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저렴한 가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편 미국은 여전히 여행지로서 선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여행객은 미국 방문을 배제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