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위니펙 영사관 폐쇄 추진…중부 외교·통상 거점 사라진다 - 트럼프 행정부 해외공관 축소 본격화
전문가들 "미국이 캐나다와의 접점 스스로 잃는 셈"
미국은 위니펙 영사관을 폐쇄하고 외교 업무는 오타와 주재 미국 대사관으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출처=CBC)
(안영민 기자) 미국 정부가 매니토바주 위니펙 주재 미국 영사관을 폐쇄하기로 하면서 캐나다 중부 지역의 외교·통상 협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예산 절감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미국이 캐나다 중부 지역과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국무부는 4일 "위니펙 영사관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현재 수행 중인 외교 업무를 오타와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효율적인 자원 관리를 위한 조직 개편의 일환"이라며 "폐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공관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의회에 보고한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전 세계 소규모 대사관과 영사관 5곳을 폐쇄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다. 북미에서는 위니펙 영사관이 유일한 폐쇄 대상이다.
미국은 수도 오타와에 주캐나다 미국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토론토·몬트리올·밴쿠버·캘거리·핼리팩스·퀘벡시 및 이번에 폐쇄가 확정된 위니펙까지 7개 도시에 총영사관을 운영해 왔다. 위니펙 영사관은 2001년 재개설돼 캐나다 중부 지역을 담당해왔으며, 이번 계획이 시행되면 미국의 캐나다 내 외교 거점은 오타와 대사관과 6개 총영사관 체제로 재편된다.
위니펙 영사관은 비자 발급 등 일반 영사 업무는 담당하지 않았지만 미국 기업의 투자와 무역 확대, 양국 정부 간 정책 협력, 지역 경제 동향 분석 등을 맡아온 외교 인력이 상주해 왔다. 특히 매니토바와 서스캐처원을 중심으로 한 프레리 지역의 경제·정치 상황을 미국 정부에 전달하는 사실상 '경제 외교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년 동안 위니펙 영사관에서 정치·경제 담당관으로 근무했던 브래드 커비슨은 이번 결정이 미국 스스로 캐나다와의 접점을 줄이는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은 조금 절약할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캐나다의 상당 지역과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잃게 된다"며 "미국은 캘거리와 토론토 영사관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판단에 따라 2001년 위니펙 영사관을 다시 열었다. 캐나다 한가운데 외교 거점을 두는 것은 충분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사관은 양국 간 무역 현안을 조기에 파악하고 갈등을 예방하는 역할도 해왔다"며 폐쇄 계획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 매니토바주의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나왔다.
와브 키뉴 매니토바 주수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를 "어리석은 정책"이라고 지적했고, 경제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의 적(Enemy No.1)"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매니토바주는 미국산 주류 수입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통상 협력을 위해 워싱턴DC에 별도의 무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정부는 "위니펙 영사관 폐쇄와 관계없이 워싱턴 무역사무소의 역할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인 진보보수당은 이번 사태를 키뉴 정부의 대미 외교 실패라고 비판했다.
오비 칸 당수는 "연간 약 100만 달러를 들여 워싱턴 무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새로운 투자나 무역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도 우려를 나타냈다.
매니토바 상공회의소의 척 데이비슨 회장은 "아직 영향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앞으로는 워싱턴 무역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니펙 세계무역센터의 앙드레 브랭 대표는 "위니펙 영사관은 규모는 가장 작았지만 미국과 매니토바 기업을 연결하는 중요한 소통 창구였다"며 "지속적인 대화와 정보 교류가 지역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캐나다도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영사관이 없는 다른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폐쇄가 단순한 공관 하나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캐나다 중부 지역과 유지해온 외교·경제 네트워크를 축소하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관세 갈등과 공급망 재편 등 양국 경제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현지 외교 거점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미 국무부는 하루 전 캐나다를 비롯해 일본(나고야), 인도네시아(메단), 카메론(두알라), 그레나다(세인트조지스)에 위치한 5곳의 해외공관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