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표기 - 캐나다 공공기관 지도에서도 한때 ‘Lake America’ 표기…“미국 기술 의존의 대가” 지적
캐나다 이용자는 기존 명칭 유지…해외에서는 두 이름 함께 표시
이 스크린샷은 캐나다 정부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으로, 주택 및 인프라 프로젝트 지도에서 온타리오 호수가 아메리카 호수로 표기되어 있다. (사진출처=CBC)
(안영민 기자) 캐나다와 미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레이크 아메리카(Lake America)’로 바꾸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구글 지도와 캐나다 일부 정부·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도 온타리오호가 ‘레이크 아메리카’로 표시되는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레이크 아메리카’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지도에 ‘Lake America’라고 표시된 온타리오호를 배경으로 “캐나다는 미국의 주처럼 대우받기를 원하지만 주가 아니다”며 캐나다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명 조치는 지난해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바꾸도록 한 행정명령에 이은 것이다. 당시에도 미국 연방정부 문서와 지리정보 서비스에서 명칭이 변경됐으며 일부 온라인 지도 서비스가 이를 반영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는 구글 지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반영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구글은 미국 정부의 지리명 데이터베이스가 공식적으로 호수 이름을 변경했기 때문에 지도에 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구글 지도에서 미국 이용자에게는 온타리오호가 ‘Lake America’로 표시된다. 반면 캐나다 이용자에게는 기존 명칭인 ‘Lake Ontario’가 표시된다. 다만 캐나다에서도 검색창에 ‘Lake America’를 입력하면 해당 호수를 검색할 수 있도록 검색 색인은 변경됐다. 캐나다와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두 명칭이 함께 표시된다.
문제는 캐나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부 정부 및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도 한때 ‘Lake America’라는 명칭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온타리오주 전력회사인 하이드로 원(Hydro One)의 정전 지도와 온타리오주 주류판매기관인 LCBO의 매장 찾기 지도, GO 트랜짓 역 찾기 지도, 연방정부의 주택·인프라 관련 지도 등에서 온타리오호가 ‘Lake America’로 표시됐다.
하이드로 원은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온타리오호가 정전 지도에서 잘못 표기되고 있다”며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문제의 원인이 자체 시스템이 아니라 “제3자 지도 서비스”에 있다고 설명했다.
GO 트랜짓을 운영하는 온타리오주 정부기관 메트로링크스도 문제를 확인하고 웹사이트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GO 트랜짓의 해당 지도 기능은 일시적으로 비활성화됐으며 LCBO 지도 역시 다시 ‘Lake Ontario’로 수정됐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캐나다 정부와 기업들이 자체 지도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구글 등 미국 기업이 제공하는 지도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분석가 카미 레비는 캐나다 공공기관의 웹사이트라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미국 기업의 지도 API를 사용하고 있다면 해당 API가 제공하는 명칭을 그대로 표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지도 표기 오류를 넘어 캐나다의 ‘디지털 주권’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캐나다가 자체적인 지도 서비스와 지도 API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기술기업의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캐나다의 공공 디지털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구글 지도 자체는 이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명칭을 다르게 보여주기 때문에 캐나다 국경 안에서는 여전히 ‘Lake Ontario’가 기본적으로 표시된다.
캐나다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명 조치를 일축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인들은 이곳을 지금도, 앞으로도 ‘레이크 온타리오’라고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수상도 트럼프 대통령의 개명 조치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레이크 아메리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라며 “수백 년 동안 레이크 온타리오였고 앞으로도 계속 레이크 온타리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드는 29일 온타리오주 해밀턴 동부 윈오나 지역에 ‘Lake Ontario, Now and Always’라고 적힌 대형 표지판을 설치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개명 조치에 맞섰다.
뉴욕주지사 캐시 호컬 역시 뉴욕주에서는 해당 호수를 ‘레이크 아메리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