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수주 놓친 한화, 캐나다서 ‘군용차 사업’ 다시 추진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합작 검토…한화디펜스 캐나다 CEO “여전히 유효한 파트너십”
데이비드 맥귄티 국방부 장관과 마크 카니 총리가 2025년 10월 30일 한국 거제도에 위치한 한화해양조선소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K9 자주포·K10 탄약운반차·레드백 장갑차 등 생산 가능성…캐나다 국방산업 진출 확대 주목
(안영민 기자) 캐나다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에 실패한 한국 한화그룹이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군용 차량을 생산하는 합작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정부가 향후 10년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국방비 투자를 예고하면서 한화의 캐나다 방산시장 진출이 계속될지 주목된다.
한화디펜스 캐나다의 글렌 코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캐나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추진해온 군용 차량 합작사업에 대해 “여전히 매우 유효한 파트너십”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사업 가능성을 놓고 캐나다 연방정부 고위급 관계자들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의 플라비오 볼페 회장도 사업 구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지난달 토론토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자 정상회의에서 이 사업이 ‘프로젝트 애로우 디펜스 인더스트리즈(Project Arrow Defence Industries)’라는 이름으로 마크 카니 정부의 투자 유치 자료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당초 이 사업은 한화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수주할 경우 추진하는 조건부 계획이었다. 캐나다 국방투자청이 잠수함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캐나다 경제와 산업에 대한 투자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하면서 한화가 군용 차량 생산을 포함한 산업협력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는 지난 7월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과 조선업체 TKMS를 차세대 잠수함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한화는 대규모 광고와 홍보 캠페인까지 벌이며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최종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화 측은 군용 차량 사업을 별도로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코플랜드 CEO는 사업 성사에 “보장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재 협의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합작사업이 현실화할 경우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코플랜드 CEO는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가동이 중단된 온타리오주의 자동차 공장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캐나다 측에서는 린마르(Linamar), 마르틴레아 인터내셔널(Martinrea International) 등 주요 온타리오주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 후보군으로는 한화의 대표적인 지상무기인 K9 썬더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레드백 보병전투차량, 천무 다연장로켓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캐나다군이 실제로 이들 장비를 구매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캐나다 정부는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최대 12척의 신형 잠수함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잠수함 사업에 향후 수십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캐나다 내 산업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연방 예산에서 향후 5년간 국방 분야에 추가로 818억 달러를 배정했다. 또 ‘국방산업전략’을 통해 2035년까지 총 1800억 달러 규모의 국방 조달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화가 잠수함 사업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군용 차량 생산을 통해 캐나다 방산 공급망에 참여할 경우 한국과 캐나다 간 방산 협력이 새로운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캐나다군의 장비 수요와 구매 결정, 참여 기업 간 투자 구조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