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다니엘 스미스 주 수상은 굉장한 결정을 내렸다. 1.69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관리하는 AIMCo의 이사 10명 전원, CEO및 고위 임원 3명을 전격 해임했다. 나중에 3명은 재 임명되었다. 그 후 스티븐 하퍼 전 총리를 의장으로 모셔왔다. 이 뉴스는 전세계 연금 기금 업계를 뒤 흔들어 놓았다. “연금 기금은 정치적 간섭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대원칙이 깨졌기 때문이다.
1997년 캐나다 연금 플랜 위원회(CPPIP)가 출범할 때도 정치인은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법으로 막았다. 연금 개혁을 주도한 자유당 폴 마틴 총리는 “거대한 자금을 관리하는 유혹을 물리치기가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기금도 “연금 기금이 노조나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연금에 가입한 당사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정치적 변화에 관련 없이 연금이 안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려면 정치적 간섭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이번 스미스 주 수상의 결정으로 “정치적 간섭 배제”라는 대원칙이 깨졌다고 연금투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국제 연금 관리 센터 키스 암바스트셔(Keith Ambachtsheer) 명예이사는 스미스 주 수상의 이사 및 임원 해임을 “전례 없는 일로 소비에트 식 숙청”이라고 평가했다. “이것은 캐나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궤도를 벗어난 큰 이탈이다.”
그러면서도 연금 전문가들은 숙청된 고위 임원중 3명이 다시 돌아온 사실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주 수상에게도 숙청의 명분이 있다. 주 정부는 해임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AIMCo가 “운영 비용, 관리 수수료, 인건비가 상당히 증가했지만 투자 수익률은 이에 상응하는 증가를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간단히 말해서 “밥 값도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임무를 맡긴 Evan Siddall(에반 시달)CEO는 코로나로 인해 30억 달러 손실을 본 후에는 가성비 높은 운영 역량을 보여 주었다고 연금 투자분석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시달은 2021년 7월1일 AIMCo 최고 경영자로 발탁되었다.
정말 주정부 간섭에서 자유로울까?
스티븐 하퍼 전 총리(이하 하퍼)를 의장으로 모셔오자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연방 보수당 대표로서 9년 동안 총리를 역임한 거물 정치인이 AIMCo 의장이 되어 “고향 앨버타를 위해 기여” 하고 AIMCo가 정치에서 독립적으로 운영 될 것이라고 관측이 가능하다. 또한 AIMCo는 일상적인 투자 결정이 “앨버타 정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지시로부터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 정부 누구도, 스미스 주 수상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정치적 위상, 업적으로 볼 때 하퍼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없다. 속된 말로 해서 하퍼와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군번이 못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거인이 조직의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길 모두가 기대한다. 그러나 AIMCo의 11명 이사 중 한 명은 정부 재무위원회 차관이 임명된다. 이 직책은 무급으로 이 고위 공무원은 AIMCo와 앨버타 정부 간의 “더 일관된 소통을 보장하기 위해 이사회에 참여한다.”고 보도자료는 전했다. 그러나 그의 주요 임무는 이사회를 감시하는 역할이 될 것이라고 연기금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 고위 공무원을 AIMCo의 이사로 지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의 간섭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은 헤리티지 펀드다. 스미스 주 수상은 노르웨이 국부 펀드의 예를 들면서 헤리티지 펀드를 2050년까지 현재 25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 4,000억 달러로 키우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고 강조해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시사했다. AIMCo는 헤리티지 펀드를 비롯해 9개 연기금과 주정부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주정부 태도에 대해 캐나다 교사 연금 계획 위원회의 CEO를 역임했던 짐 리치(Jim Leech)는 “정부의 간섭이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사회와 경영진 교체와 이사회에 차관 임명은 직원들, 잠재적 파트너들, AIMCo 고객들, 금융 시장에 모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하퍼의 연기금 책임자 영입은 앨버타 자체 보험과 정말 무관할까?
하퍼를 AIMCo 의장으로 모셔오자 앨버타가 CPP를 탈퇴하고 퀘벡처럼 독자적인 자체연금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네이트 호너 주 재무장관은 “절대로 아니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앨버타 자체연금 구상은 2001년 하퍼에게서 비롯되었다. 하퍼가 C.A.(Canadian Alliance)에 소속되어 있을 때 보수주의자 시각에서 - 사실은 캐나다 개혁당의 정강 정책을 이어받은 극우지만 – 의료보험 개혁, CPP 탈퇴하고 앨버타 자체 연금으로 대치, RCMP와 계약 파기하고 주 자체 경찰 설치를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스미스 주 수상의 주장과 판 박이다. 두 사람 모두 리버테리언 가치와 정치철학을 공유하는 정치인으로서 주 정부와 AIMCo는 일관된 소통과 가치 공유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퍼의 정치성향과 과거 발언으로 판단할 때 그의 등장이 앨버타 자체 연금으로 가는 수순이라는 우려가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많은 연금 전문가들은 앨버타가 자체 연금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주 정부는 CPP를 탈퇴하고 그동안 기여금의 50%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계산상 오류가 있고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 액수는 기여금의 15%로 추정하고 있다.
앨버타 자체 연금은 현재 여론도 나쁘고 기금 확보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없지만 언제라도 여건이 무르익으면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연금은 은퇴자, 은퇴를 앞둔 노동자, 일하면서 연금에 기여하고 있는 젊은 노동자 모두가 연금에 대한 불안 없이 절대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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