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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압박 벗어나 잠시 멈춤, 캘거리 찾는 한국 청년들 - 채용 규모 확대에 노량진 고시촌 북적 - 대도시 피한 워홀러들 "내면 체력 충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일대(왼쪽)와 캘거리 스탬피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캘거리를 택한 건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제 자신에게 집중할 고요한 시간이 필요해서였어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앞두고 캘거리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한 청년의 말이다. 채용 규모 변화로 서울 고시촌이 다시 긴장감을 되찾은 것과 달리, 이곳 2030 세대의 시간은 조금 다른 속도로 흐른다. 경쟁을 잠시 멈춘 청춘들은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캘거리의 공기 속에서 다음 단계를 준비할 힘을 채워가고 있다.

■ ‘필기 점수의 노량진’과 ‘직무 역량의 캘거리’

청년들이 잠시 한국을 떠나 캘거리로 향하는 배경에는 치열한 국내 경쟁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국가공무원 공채 선발 인원은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울 노량진 고시촌 거리에는 새벽부터 학원가 자리를 차지하려는 수험생들의 줄이 이어진다.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 10시간 이상을 독서실과 학원에서 보내는 ‘고시 일상’도 다시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의 공무원 채용은 대규모 필기시험 중심의 ‘인재 선발’ 구조다. 제한된 합격선을 두고 경쟁하는 만큼 대규모 고시촌과 24시간 독서실·스터디카페 같은 고밀도 수험 인프라도 함께 발달했다.

반면 캘거리 시청과 앨버타 주정부 채용은 전국 단위 통합 필기시험보다는 직무별 공고를 통해 경력과 업무 경험, 직무 적합성을 중심으로 서류 심사와 행동 기반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점수 경쟁이 아닌 직무 적합성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공시생 대다수가 재수에 삼수, 심지어 십수까지 시험에 매달린다”며 “공무원 채용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낙방한 공시생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주는 대책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쉬어가는 청년들, 밴쿠버 아닌 캘거리로 향한 이유

캘거리로 온 청년들에게 이곳은 치열한 레이스를 시작하기 전 숨을 고르는 중간 기착지다. 최근 다운타운 인근에서 만난 워홀러 10명 중 3명은 “한국에 돌아가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머리를 식히러 왔다”고 답했다.

특히 밴쿠버나 토론토가 아닌 캘거리를 택한 건, 화려한 대도시의 속도감에 휩쓸려 한국에서 느꼈던 조급함과 비교 의식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란 설명이다.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고요함이 이들을 이곳으로 이끌었단 반응이다.

“매일 학원 끝나고 밤늦게 집에 갈 때마다, 내가 행복해지려고 공부를 하는 건지 불행해지려고 하는 건지 헷갈렸어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잠시 중단하고 캘거리로 떠나온 워홀러 A씨(25)는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수험 준비생 B씨(26)는 “내가 이렇게 쉬어도 되는 건가 하는 불안감이 계속 있다”면서도 “내년에 고시촌으로 들어가기 전, 남들의 속도가 아닌 내 선택으로 내 마음을 먼저 챙기고 싶었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시간”이라고 말했다.

워홀 ‘막차’ 연령인 34세에 캘거리를 찾은 C씨는 “타지에서 매일 생활력을 시험받는 기분이지만 오히려 이것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짜 역량이란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지금이 오히려 방향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캘거리는 단순한 도피처가 아닌 단단한 내면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터닝포인트인 셈이다.

학원가의 빽빽한 줄서기가 치열한 경쟁을 대변한다면, 캘거리의 풍경은 이곳이 허용한 고요한 삶의 속도를 상징한다. 공부의 공간이 어디든 청년들이 짊어진 미래가 무겁기는 매한가지다. 혼란스럽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캘거리에서, 한인 청춘들은 오늘도 저마다의 가능성을 품고 다시 마주할 경쟁을 견뎌낼 내면의 체력을 기르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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