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라마로 안 채워지는 2%” 캘거리 새내기의 ‘다이소 향수병’ - 매출 4조·72억 달러 돌파 ‘역대급 실적’
달라라마는 필수품, 다이소는 디자인·뷰티, 고물가 불황 속 ‘실속형 가성비’ 수요 늘어
캘거리 SW 인근 달라라마 매장(왼)과 명동역 인근 다이소 매장 (사진 출처 : 이정화 기자, 한국경제)
(이정화 기자) "없는 건 달라라마에서 사고, 갖고 싶은 건 다이소에서 사죠."
양국의 불황 소비를 지탱하는 두 저가 매장을 향한 캘거리 새내기들의 평가다. 고물가 흐름을 타고 나란히 전성기를 구가하는 가운데, 다이소가 취향을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면 달라라마는 일상의 '실속'을 책임지는 쇼핑 놀이터로 자리잡고 있다.
국경을 넘어선 가성비 중심의 소비 기류는 두 매장의 성장 속도를 재촉하고 있다.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4조5400억원으로 전년보다 14.3% 급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달라라마도 이 기간 매출 72억5600만 달러(약 7.8조)를 기록해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다. 치솟는 물가에 중산층마저 달라라마로 발길을 돌리고 있단 분석이다.
■ '국민 놀이터' 다이소와 '생계형 창고' 달라라마
두 저가 유통 공룡의 성장 동력은 판이하다. 소비 목적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다이소는 균일가와 품질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면서도 뷰티·패션 등 전략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실제로 VT코스메틱의 ‘리들샷’이나 아모레퍼시픽의 ‘미모 바이 마몽드’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한 화장품들이 연일 품절 대란을 일으키면서 단순 저가 상점에서 '트렌드 놀이터'이자 '국민 화장품 가게'로 진화했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의 식품 매출까지 위협할 만큼 거대한 내수 장악력을 갖추게 된 배경이다.
반면 캐나다 전역에 약 1720개 매장을 둔 달라라마의 성장은 고물가 시대 속 실속 있는 가계 경제 방어에 기반한다. "Coast to Coast(전국 방방곡곡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모토처럼 가공식품과 세제, 가정용품 등 일상에 꼭 필요한 '소모품' 군을 탄탄하게 갖춰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달라라마는 화려한 매장 환경보다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유통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 인플레이션 압박을 덜어주는 든든한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 유행 넘어선 저가 소비, 당분간 주류 될 듯
두 브랜드의 성향 차이는 한인 새내기들의 소비 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높은 현지 물가 속에서 달라라마로 식비와 생필품 값을 아끼면서도, 한국 다이소 특유의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뷰티 소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현지 커뮤니티의 시선도 비슷하다. 캘거리 지역 레딧(Reddit)의 한 이용자는 "확실히 저렴해서 가지만 품질을 기대하고 찾는 사람은 없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몇몇 품목을 빼면 그냥 싸고 가까워서 들르는 동네 편의점 같은 곳"이라며 필요성에 따른 방문임을 짚었다. 최근 달라라마가 다운타운과 시그널 힐 매장에 냉동고를 도입해 식품군 다변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실용적 수요를 반영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도 비슷하다. 워홀 3개월차 A씨는 "달라라마는 그냥 휴지나 주방세제 떨어졌을 때 급하게 사러 가는 곳"이라며 "다이소에서 팔던 천원짜리 메이크업 브러시나 트레이닝복, 방 꾸미기 소품 같은 가성비 제품들이 너무 생각난다"고 말했다. 캘거리 이민 30년차 B씨(60)는 "한 번 쓰고 버릴 일회성 제품 살 땐 달라라마만한 곳이 없다"면서도 "마트 물가가 너무 오르다 보니 요새는 품질보단 당장 실용성이 최우선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가 매장이 평소 가격 부담을 느끼던 카테고리를 대체하면서 소비자에게 새로운 대리 만족을 주는 중"이라며 "가격 구애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단순 유행을 넘어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두 브랜드는 고물가 시대를 관통하며 양국 유통 시장의 절대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다이소는 고품질 가성비를 무기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이곳의 달라라마는 고달픈 지갑을 지켜주는 ‘실용적 피난처’로 각기 다른 사회적 기능을 뽐내고 있다. 불황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두 브랜드의 영리한 생존 전략이 앞으로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