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끊고 미슐랭은 간다”…캐나다 외식시장 ‘극단적 양극화’
생활비 폭등에 서민 외식 급감…고급 레스토랑은 오히려 예약 전쟁
밴쿠버의 '더 버즈 앤 더 비츠'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이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CBC)
(안영민 기자) 캐나다 외식업계에서 저가 외식은 위축되는 반면 고급 레스토랑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K자형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중저소득층은 패스트푸드와 간편 외식을 줄이고 있지만, 고소득층은 고급 다이닝 소비를 유지하거나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외식업협회인 Restaurants Canad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풀서비스 레스토랑(real sale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반면, 퀵서비스 레스토랑(QSR) 매출은 2% 감소했다.
특히 파인다이닝 업종은 올해 고객 방문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지난 3월 회원사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결과적으로 “소득 수준에 따른 소비 격차가 외식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켈리 히긴슨 Restaurants Canada CEO는 “현재 경제 불안과 생활비 상승 충격이 저소득층에 훨씬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재량 소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 계층 역시 저소득 가구”라고 설명했다.
실제 밴쿠버의 카페 겸 와인바 The Birds & The Beets를 운영하는 매튜 세네칼-정커는 낮과 밤 손님들의 소비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낮 카페 시간대에는 고객들이 귀리우유 추가 여부, 샌드위치 아보카도 추가 여부까지 가격을 꼼꼼히 따진다.
그는 “저렴한 메뉴 판매는 거의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비싼 메뉴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녁 와인바 시간대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손님들이 작은 와인병을 선택하거나 캐비아 추가를 포기하는 경우는 있어도, 전반적으로 고가 메뉴 주문에 대한 거부감은 훨씬 적다는 설명이다.
세네칼-정커는 “고급 외식은 하나의 럭셔리 경험이기 때문에 손님들도 가격 몇 달러 차이를 지나치게 따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패스트푸드 업계가 가장 먼저 경기 둔화 충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맥도날드 캐나다는 올해 초 소형 커피 가격을 1달러로 동결하고 일부 할인 메뉴 가격도 인하했다. 버거킹 역시 ‘2개 5달러’, ‘3개 7달러’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구엘프대학교 식품경제학자 마이크 폰 매소우 교수는 “저소득층일수록 패스트푸드 이용 빈도가 높다”며 “생활비 압박이 심해질 경우 가장 먼저 줄이는 소비 중 하나가 퀵서비스 외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식비뿐 아니라 연료비·주거비 등 전반적인 비용이 오르면서 사람들이 외식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청년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청소년과 청년층 첫 직장의 비중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급 외식업계는 오히려 ‘특별한 경험 소비’ 수요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온타리오 세인트캐서린스 인근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Pearl Morissette의 셰프 다니엘 하디다는 “고급 다이닝 자체가 저녁의 메인 이벤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공연 전후 식사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특별한 경험’을 위해 레스토랑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 레스토랑은 최근 2년 연속 캐나다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됐으며 현재 5~6월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다.
다만 외식업계 전체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레스토랑의 49%는 매출 감소를, 54%는 고객 감소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퀵서비스 업계의 81%가 수익성 악화를 호소했다. 풀서비스 레스토랑 역시 70%가 수익 감소를 경험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최근 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식자재·물류비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다.
세네칼-정커는 “식재료 비용이 평균 7% 정도 올랐고 계란 같은 품목은 그 이상”이라며 “하지만 메뉴 가격은 약 3%밖에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금 외식업계는 ‘손님 수를 유지할 것인가, 수익률을 지킬 것인가’를 두고 힘든 계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