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선 D-7… 마크 카니, 총선 판세 뒤집었다 - 총리 취임 한 달 만에 '트럼프 효과'로 급반등…캐-미 관계 대전환 예고
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정치 경력 불과 수개월, 하지만 마크 카니(60)는 이미 캐나다 정치사에 중심 인물로 떠올랐다.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와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글로벌 금융통 마크 카니가 총리직에 오른 지 한 달 만에 차기 총선에서 선두를 달리며, 자유당을 위기에서 구해낸 구세주로 주목받고 있다.
카니는 지난 3월 14일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의 사임과 자유당 대표 경선을 거쳐 총리직에 취임했다. 취임 초기만 해도 자유당은 완패 위기에 몰려 있었다. 1월 나노스(Nanos) 여론조사에서 자유당 지지율은 보수당에 20% 대 47%로 밀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캐나다의 경제 주권을 공격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을 쏟아내자, 캐나다 내 반미 정서와 민족주의가 급속히 확산됐다. 이에 따라 자유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8%포인트 앞서는 반전을 이뤄냈다. (조사 표본오차 ±2.7%p)
“정치에서 타이밍이 전부다. 카니는 아주 유리한 시점에 정치권에 입성했다”고 몬트리올 맥길대 정치학자 다니엘 벨랑은 평가했다.
∎ “포퓰리즘 대 실용주의”…총선 구도 선명
카니의 맞수인 피에르 포알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트럼프식 포퓰리즘 전략으로 “캐나다 우선(Canada First)”을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연상케 하는 언행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카니는 경제 위기 극복 경험과 조용한 카리스마로 ‘안정적 리더십’ 이미지를 구축했다. 벨랑 교수는 “이번 총선은 캐나다가 포퓰리즘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했다.
카니는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우정은 끝났다”며 트럼프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과거 80년 동안 미국이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하고 신뢰와 상호 존중에 기반한 동맹을 구축했던 시기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트럼프는 이전 총리였던 트뤼도를 조롱하며 ‘주지사(Governor)’라고 불렀지만, 카니에게는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백악관 대변인 카롤라인 레빗은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캐나다가 51번째 주가 되면 큰 혜택을 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카니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는 국제무역 시스템 자체를 구조조정하려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파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핵심은, 캐나다를 대표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위기 속 리더십…“금융위기·브렉시트 다 넘긴 인물”
카니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캐나다의 빠른 경제 회복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후 2013년에는 영국 중앙은행(BOE) 초대 외국인 총재로 임명되어 브렉시트 위기 속에서도 금융시장 안정을 이끌었다.
보수당과 자유당 총리 모두 카니를 캐나다 정부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직책인 재무장관으로 임명하고 싶어 했다. 보수당 출신 스티븐 하퍼 전 총리는 카니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했고, 이후 재무장관직을 제안했다. 카니의 자유당 전임자인 트뤼도도 오랫동안 그를 재무장관으로 원했다.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은 “그는 냉정하고 침착하며, 금융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며 “이처럼 완벽한 경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고 극찬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카니는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런던·뉴욕·도쿄 등 세계 금융 중심지에서 근무했다. 캐나다 서북부 포트스미스 출생으로, 평범한 교육자 가정에서 자란 자수성가형 리더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경제학은 대중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캐나다 총선에서 자유당이 지금의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해 다수당을 차지할지 주목된다. 또 NDP와의 연정으로 정권을 유지했던 과거와 달리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야당의 도움 없이 주도적으로 국정을 이끌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역별 특정 정당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나노스 리서치의 여론조사 전문가 닉 나노스는 "눈에 띄는 것은 동서 분열이다. 온타리오, 퀘벡, 그리고 대서양 연안 캐나다 지역의 캐나다인들은 자유당에 기울어 있고, 서부 캐나다 지역의 캐나다인들은 보수당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자유당이 승리하든 보수당이 승리하든, 지역적 단절로 인해 연방 내부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18일부터 진행된 사전투표는 첫날 2백만 명이 참여하는 등 높은 투표 열기를 보였다.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19일 밤까지 720,654장의 우편투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노바스코샤 아카디아 대학교 정치학과 알렉스 마를랜드 교수는 미국의 팽창주의에 맞서 시민의 의무감이 높아짐에 따라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