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바꿀 캐나다 노동시장…대규모 해고의 그림자
컨퍼런스보드 “2030년까지 55만개 일자리 감소 후 반등”…노동자 보호 없는 전환에 우려 커져
(사진출처=Pixabay)
(안영민 기자) 인공지능(AI)이 캐나다 노동시장에 ‘충격과 회복’이 교차하는 격변의 10년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캐나다 컨퍼런스보드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AI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단기적으로 대규모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며, 상당한 고통을 감내한 뒤에야 장기적 고용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그 전환의 비용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느냐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광범위하게 도입되는 시나리오에서 캐나다 전체 고용은 2030년 기준 기존 전망보다 2.6% 감소해 약 55만5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력을 AI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단기적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2045년에는 생산성 향상 효과가 누적되며 고용이 반등해, 기준 전망 대비 2.1% 늘어난 약 53만5천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고용 경로는 급락 뒤 완만한 상승을 그리는 ‘J자형 곡선’이다.
하지만 이 장밋빛 장기 전망은 현재의 불안을 상쇄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고서는 캐나다 전 직종에서 수행되는 업무의 53%가 현존하는 AI 기술로 자동화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특정 직업이 통째로 사라지기보다는 업무 단위에서 일자리가 잠식된다는 의미지만, 노동자 개인에게는 임금 하락, 고용 불안, 재교육 부담이라는 현실적 위기로 다가온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소득과 소비가 늘고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는 ‘낙수 효과’ 논리는 이미 여러 차례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보고서는 자동화가 반드시 해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업무에 걸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기업이 인원을 줄이는 대신 업무량을 늘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노동 강도 강화와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외면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실제로 다수의 기업이 AI를 인력 보완이 아닌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의의 선택’을 전제로 한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직종별 영향도 불균등하다. 음식 서비스 종사자, 소매 판매직, 트럭 운전사, 간호 보조 인력, 건설 현장 노동자 등 대면·현장 중심 직종은 장기적으로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농업 관리자, 보건 정책 연구원, 부동산 중개인, 상하수 처리 시설 운영자 등 일부 전문·관리 직종은 AI 도입 이후에도 순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 변화의 충격이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중산층 전문직까지 폭넓게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컨퍼런스보드는 2026년부터 ‘시그널49 리서치’로 이름을 바꾸며 AI 시대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와 정책에 가깝다. 대규모 일자리 상실이 예고된 상황에서 재교육, 전환 지원, 사회 안전망 강화 없이 ‘미래의 일자리’만을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AI가 만들어낼 생산성의 과실이 기업과 자본에만 집중된다면, 노동시장의 반등은 통계 속 숫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