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난민신청 수만 건 소급 취소…이민정책 대폭 강화 - 최대 1만9천건 무효 처리…“난민 권리 10년 만의 후퇴” 논란
법안 C-12, 비자·영주권·취업허가 취소 가능…남용 우려 목소리도
레나 메틀리지 디아브 이민부 장관은 상원 위원회에서 2025년 6월 3일부터 10월 31일 사이에 접수된 약 1만 9천 건의 망명 신청이 법안 C-12의 자격 박탈 조치에 따라 기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캐나다 정부가 소급 적용 법안을 통해 수만 건의 난민 신청을 취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무 부처에 이민 서류와 신청서를 대규모로 취소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하면서 난민 및 이민자 권리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캐나다 의회를 통과해 26일 밤 왕실 재가를 받은 ‘이민 및 국경 강화법(Bill C-12)’에 따라 2025년 6월 3일부터 10월 31일 사이 접수된 난민 신청 약 1만9천 건이 무효 처리될 전망이다. 레나 메틀리지 디아브 이민부 장관은 상원 위원회에서 해당 규모를 공식 확인했다.
새 법은 2020년 6월 24일 이후 캐나다에 처음 입국한 외국인의 경우 1년이 지난 뒤에는 난민 신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기준을 소급 적용해 이미 접수된 신청까지 취소한다. 이에 따라 심리를 기다리던 상당수 신청자들이 구두 심리 기회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본국 송환 위험 여부를 평가받게 된다. 사실상, 어린 시절 관광 목적으로 캐나다에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이민난민위원회(IRB)를 통해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미국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입국한 이주민에 대해서도 난민 신청 자격을 제한해 국경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정부는 난민 신청 적체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캐나다의 연간 난민 신청 건수는 최근 10년간 약 1만6천 건에서 2024년 19만 건으로 급증했으며, 현재 심사 대기 건수는 30만 건에 육박한다.
그러나 법조계와 인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캐나다난민변호사협회 측은 “지난 10년간 가장 큰 난민 권리 후퇴”라고 비판했으며, 캐나다변호사협회 전 이민법 분과 의장도 “정부에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해 자의적 결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통과 직후, 국내외 난민 및 이민자 권리 단체 28곳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이 법안이 난민 및 이민자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유엔인권위원회 역시 이 법안이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원회는 이 법안이 난민 보호를 약화시킬 수 있으며, 미국과의 안전한 제3국 협정(Safe Third Country Agreement, STCA)이 망명 신청자들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법안에는 ‘공공 이익’을 이유로 취업 허가증, 유학 허가증, 임시 거주 비자, 영주권 비자 등 이민 서류를 정지, 취소 또는 변경하고, 임시 거주자에게 조건을 부과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캐나다 이민·난민·시민권부(IRCC)와 캐나다 국경 서비스청(CBSA)에 이같은 권한을 확대 부여한 것인데, 정부는 적용 범위를 사기·행정 오류·공공안전 등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헌법 및 국제 난민 보호 의무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