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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시의 날을 아는가 / 만은 김종원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5509 작성일 2006-11-03 03:17 조회수 586
시(詩)의 날을 아는가 / 만은 김종원         
 
('시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쓴 글 같이 읽고 싶어 여기 올립니다. 만은)
 
시(詩)의 날을 아는가 / 만은 김종원
 

  우리 나라에 ‘시(詩)의 날’이 생겨 기념한 지가 올해로 20주년이 된다.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신시(新詩)의 효시로 하여, 「소년」지에 그 시가 밮표된 1908년 11월 1일을 기념하여 한국현대시인협회와 한국시인협회가 공동으로 정하여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다. 그런데도 시의 날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런 생각을 하고 멀거니 앞을 보니 집무실 탁자 위에 놓은 호접란 두 화분이 예쁘게 피어 날 보라는 듯 웃는다. 가을 축제 행사에 학생회어머니들이 가져다 준 꽃이다. 호접란을 바라보다 말고 중구 예장동 남산 ‘문학의집’으로 향한다. 제20회 시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예정된 순서에 따라 김철교 사무국장의 사회로 기념식에 진행된다. 국민의례에 이어 한국현대시인협회 박재릉 이사장의 ‘시의 날 선언문’ 낭독이 식장을 채운다.
“시(詩)는 꿈을 가꾸는 언어(言語)의 집이다. 우리는 시로써 저마다의 가슴을 노래로 채워 막힘에는 열림을, 어둠에는 빛을, 끊어짐에는 이어짐을 있게 하는 슬기를 얻는다. 우리 겨레가 밝고 깨끗한 삶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그러한 시심(詩心)을 끊임없이 일구어 왔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이에 시(詩)의 무한(無限)한 뜻과 그 아름다움을 기리기 위하여 신시(新詩) 80년을 맞는 해, 육당 최남선(六堂 崔南善)의 ‘海에게서 少年에게’가 1908년「少年 」지(誌)에 처음 발표된 날, 십일월 초하루를 ‘시(詩)의 날’로 정한다.”
그렇다. 우리 시인들이 그리고 국민들에게 시의 날을 기리고 알리는 뜻이 이 선언문에 있지 아니한가. 잊고 지내던 그 깊은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기자는 말이다.
 
이어서 한국현대시인협회 신규호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시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이 시대정신을 껴안아 21세기를 시의 시대로 창조해 가자’고 역설한다.
그 다음은 축사의 순서이다. 한국현대시인협회 오세영 시인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인데, 민족의 영혼이 담겨 있는 언어의 꽃은 바로 시’라면서 시인들이 혼란기에 민족과 국가를 사랑하는 노래를 불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문덕수’ 원로 시인은 시인의 사명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성찬경 시인은 ‘예술은 자기를 지키려는 노력에서 생겨난다. 시인이란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다’면서 시인의 사명을 재 강조한다.
'신세훈'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문학은 지성인을 키우는 언어의 집이다. 모두 바삐 살아가는 시대에,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느슨하게 살아가는데 시가 윤활유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한국여성문학인회 김지향 회장은 ‘시를 독자들이 외면하는 시대에 독자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마음을 뒤흔드는 위대한 시를 지어 보자.’고 역설한다.
 
문학특강에 들어가기 전에 국악 연주가 있었다. 국악인 3인의 가야금병창, 1고수 2명창이라던가. 1고수에 3명창이 새타령, 문경새재 등을 부르는데,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 속엔 근심도 많다.’를 ‘희망도 많다’로 불러 꿈을 심는 국악이었다.
이어서 박명용의 ‘한번 명시는 영원한 명시인가’의 문학 특강에서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프랑스 사람들은 국화의 꽃말이 ‘종말’을 뜻한다면서 한국인이 그 시를 명시로 일컫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더라고 말한다.
 
바로 시낭송이 이어진다. 노향림, 김용오, 상희구 시인의 낭송이 이어졌다. 특히 상희구 시인의 ‘자꾸만 장구가 되어가던 쌀통’이 가슴을 울린다.
 
대구 칠성동 / 단칸방 시절
큼지막한 손아귀 둘이 포개져서 악수하는
그림 위로 글귀도 선명한 UNKRA 유엔한국재건단의
커다란 원통형 분유통을 우리 집 쌀통으로 썼는데
쌀이나 보리가 그득할 때는 모무지 쌀통이란 것이
둔중하고 묵직해서 한 됫박을 퍼내도 그만
한 말을 퍼내도 그만이어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내용물이 점점 줄어들어 속이 비게 되면
이 쌀통은 큰 울림통의 장구처럼 되어 마침내 울기 시작한다.
어느 늦은 봄날이었던가
신새벽, 몰래 일어나신 엄마가 바닥을
들어내기 시작한 쌀통을 긁자 쌀통이
버어억 버어억 울었다.
“아이고 이 새끼들 다 우짜꼬”
“아이고 이 새끼들 다 우짜꼬”
엄마가 숨 끊어진 다음의 자투리 같은
끓는 소리로 내 뱉았다.
나는 그때부터 새벽잠이 없어졌다.
장구든 북이든 쌀통이든
속을 비우면 다 우는가보다.

       -상희구의 ‘자꾸만 장구가 되어가던 쌀통’ 전문 
 
이어서 오남구 시인은 ‘디지털 시대의 시 전망’이라는 특강에서 ‘디지털 시대에는 시의 시간과 공간의 형식을 파괴하고 탈 관념의 시간과 공간이 확장된 새로운 질서와 형태를 만든다.’고 말한다.
또 시 낭송, 예쁜 여류시인들이다. 이춘하의 ‘인사동에서 만납시다’와 송세희의 ‘물에 빠진 水鐘寺’가 늦가을 문학의집을 낭랑하게 울렸다.
 
드디어 인솔교사들과 함께 초조하게 기다리던 제12회 전국고교생 문예작품 시상식이 진행된다. 장원은 구태우(안양예고2년)의 ‘소리의 집’, 차상은 송희라(조선대 여고 1년)의 ‘파란꽃’과 권순호(과천고 2년)의 ‘오래된 자전거’, 차하는 송주연(성남야탑고 3년) ‘나비’와 이소영(한양대부속고 2년)의 ‘별’ 그리고 장려상은 임고은(한영외고 3년)의 ‘꽃’, 최희정(과천여고 2년)의 ‘지리산 고로쇠나무’, ‘심유희(정의여고 3년) ’거미‘, 장수현(보성여고 3년)의 ’심해어‘가 차지했다.

장원 작품과 심사평을 들어보자.
소리의 집/구태우(안양예고 2학년 5반)
 
어제 옆집이 울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먹구름 한가득
뒤덮인 그 집을 볼 수 없었다
아무도 남기지 않은 눈물 조각을 주워
조용히 구름 속으로 던져주었다.
산산이 부서지는 옆집 사람들
갇힌 일상이 작은 복도에 그만
비명 자국을 흘리었다.
나의 무신경한 귀에
옆집의 빗물 가득한 웃음소리가 툭, 툭,
떨어져 내리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메마른 비명
구름 없는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아무도 남기지 못한 빛 조각을 모아
문 사이 듬성듬성 난 틈새를 채우려고
나는 지금 속으로 발자국 소리만 보탠다.

-구태우의 '소리의 집' 전문
 
홍익대 교수이며 시인인 이승복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이 이어진다. 요약한다.

“한국현대시인협회에서는 2006년 3월 8일 전국 고등학교에 제12회 전국고등학교 문예작품 공모 공문을 보내, 4월 25일까지 전국 525개 고등학교로부터 2775편의 시 작품을 접수하여 심사했다.
심사기준은 첫째, 한국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문학적 독창성을 지니고 있는가, 둘째 한국문학으로서의 위상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가, 셋째 한국문학의 특장성에 새롭게 기여를 할 만큼 창의적인가, 넷째 제재와 주제에 있어 깊은 사유의 과정을 담고 있는가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였다.
 
장원 작품은 한국어의 특성에 대해 깊이 있는 고구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이 국어의 음성 질서에 대한 고려나 어휘의 적절한 선택, 그리고 문장 구성에 대한 비유체계의 적정성 등에서 매우 뛰어난 수준을 갖추었다. 또한 합리적인 수준의 문학적 소통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자칫 청소년 문학이 지닐 수 있는 염려스러운 부분, 즉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감각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적었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심사위원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한국문학에 대한 희망을 감지하기도 하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응모작 중 많은 작품들이 문학적 시도와 양식을 구성하는데 있어 독창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해야 했다. 진술과 제시 방식에 있어 기성 문학인들의 작품을 닮아가려는 일련의 시도가 적지 않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극복되리라고 믿는다.“
 
“운이 있는 사람은 달라.” 뒷자리 정연덕 시인이 말한다. 자리 운이 있는지 예쁜 여류시인과 같이 앉게 되었다. 가평 출신 남민옥 시인이다. 1993년 「문예사조」신인상으로 등단했단다. 시집을 준다. 얼핏 보니 백 속에 한 권 넣어 온 시집이다. '바람에게 길을 묻다’ 월간문학 출판부에서 발행한 예쁜 시집이다. 시집 제목의 시를 잠깐 읽는다.
 
그 봄날 강물을 떠나면서 / 바람은 나를 들판에 세웠다
나침반도 없는 들판이었다 / 바람 따라 그냥 흘러서 가면
목적지가 보일 줄 알았다 / 삶이 흰 유리성인 줄 알았다
누구에게나 삶이 무제였더라면 / 바람은 그냥 나를 지나쳤을까
외로운 시인의 문신 지상에 새시고도 / 알 수 없는 부름에
날마다 새벽을 뒤척인다 / 높새바람에 공중으로 날아오른
하늘빛 풍선, 그리고 바람에게 / 오늘도 묻는다
허공에 길이 있더냐고 / 나는 지금 어느 허공에서
헤매고 있는 거냐고

            -남민옥의 ‘바람에게 길을 묻다’ 전문
 
삶이란 나침반도 없는 들판이며 가도 가도 뒤척이는 외로움이며 아픔이며, 높새바람이 불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밖에 없는 위태롭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풍선이 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야 하는 길찾기의 험난한 과정이다. 시인이 바람에게 길을 묻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묻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시인은 자의식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 몸부림치며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바람 따라 흘러갈 수 없는 이유는 ‘외로운 시인의 문신’을 ‘지상’에 새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 수 없는 부름’을 들고 밤마다 날마다 ‘새벽을 뒤척일’ 수밖에 없는 지상(至上)의 부름과 사명은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 ‘부름’이 부름이되, 확연히 길을 가르쳐 주지 않는 막연하고 알 수 없는 부름이며, 그가 가야 할 목적지가 지상(地上)의 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허공의 길이며, 평범한 삶의 길이 아니라 본질을 찾아야 하는 영혼의 길이기 때문이다.(李惠仙의 시평에서)
식이 끝나고 참여 시인 전체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진 만찬에서는 잘 아는 정연덕(전 용산중 교장) 시인, 심상훈 시인(전 중대부중 교사)이 자리를 같이 하여 담소를 나누었다. 정연덕 시인은 시 전문지 <詩現場> 발행인 겸 주간으로,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교직을 정년퇴임하고 지방에 내려가 있단다.
 
만찬이 끝나고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모두 아쉽게 손을 내민다. 정 시인은 고속터미널에 가서 곧장 충주행 버스를 타야 한단다. 손을 흔든다. 늘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에도 고운 시심으로 민족정신이 깃든 우리 언어로, 언어의 꽃이라는 주옥같은 시를 지어야겠지, '시의 날 선언문'에 담긴 시인 정신을 날마다 되새기면서... 하고 상념에 잠기는데 어느새 다가온 지하철에 생각과 몸이 통째로 빨려 들어간다.
 
덜커덩거리며 달리는 전동차 바퀴소리가 자꾸만 질문을 던지듯 들린다. 왜 문학을 하는가,  왜 시를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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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선
수정  삭제 
 

저 개인적인 생각으론,
오늘 날의 한국시는 서서히 괴사壞死해 간다고
보는 입장입니다만...
 
멀리서, 그 모양새를 찾을 것도 없지요.
몇몇 영리 출판사들의 고도로 숙련된 마케팅 전략으로
기획 상품화 된 시집들이나 어리숙한 대중들에게 어필할 뿐,
실상, 서점에서 독자 스스로의 정신적 갈구와 판단에 의한
시집 구매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물론, 그런 현실을 자초한 오늘의 시인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은 없을 것 입니다.
 
오늘 날... 과연, '시의 날'이란 게 꼭 있어야 하나? ' 하는
참담한 자괴의 생각마저 듭니다.
 
한때는 시가 그 시대의 정신을 만들어 갔던 때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아득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시도, 철저히 상품화 되어 가고 있지요.
시쳇말로, 말초적 감각이 횡행하는 시류時流에
편승하지 않으면 명함도 못내밀지요.
따라서, 지금은 시대가... [눈치나 보고 있는 시]를 이끌어 간다고나 할까요.
 
더욱이, 문학을 그 무슨 대단한 권력인 양 여기는 기성문단의
한심한 시인들도 더러 눈에 띄기도 하는 기막힌 현실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기성의 고루한 문단과는 달리
진정한 시정신의 구현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시인들이 있기에
그나마, 한 가닥 위안이 됩니다.
굳이, [시마을]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올려주신, 좋은 글을 읽으며...
저 역시,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너는 왜, 시를 쓰는가?' 하구요.
 
잘 읽고 갑니다.
늘 건안하시고 건필하소서. 2006-11-03
 
 
 
 
槿岩 /유응교
수정  삭제 

시의 날 행사에 참석하시고
눈으로 보듯 자상하게
보여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 땅에 진정으로
좋은 시를 심어두고 떠나야 할텐데
과연 좋은 시는 어떤 시인지...

스스로 자문해 보면서 오늘도 시마을에 들렸다 갑니다.
김 시인님의 좋은 시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200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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