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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 후 _ 박나리 (캘거리 문협)
 
13일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비행기가 대서양 상공을 지나 올 동안 2편의 영화와 기절 같은 쪽잠을 자면서 기내방송에서 캘거리가 가까워져 옴을 알릴 때 우리 일행은 반가움으로 외하고 소리를 질렀다.
여행의 마침표와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긴장했던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하였다.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하여 떠나는 것이다" 라고 했다. 그 말이 이렇게 실감이 날 수가 없다. 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와 아이들은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 오라고 하였지만, 여행지에서의 경험보다도 돌아온 날 그 새벽의 기다림이 가장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직 여명이 밝아오지 않는 새벽, 오늘도 역시 예정보다 조금 늦게 버스가 도착하고 있었다. 버스가 막 터미널에 들어서는 순간 터미널 입구에 비치는 희미한 그림자, 분명히 남편이었다. 도착시각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는데 남편은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을 알았다고 한다. 가끔 캘거리로 외출하고 돌아올 때 그레이하운드가 예정보다 늦을 때가 많아 남편이 새벽공기를 마시며 기다리는 것이 미안해서 버스가 동네 입구를 지날 때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마중을 나왔던 것이다.
13일간의 여행 중에서 그 어떤 것도 나를 감동하게 하지는 못하였다. 단지 놀랍다, 대단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울컥할 정도의 감동한 부분은 없었다.
플라멩코를 추던 그 강렬한 눈빛의 남자 무용수의 매혹적인 춤사위와 알함브라 궁전의 아라베스크 문양이주는 고혹적인 신비함, 하산 메스키타 광장의 아랍소녀와 함께한 강남스타일의 즐거운 퍼포먼스 등이 집으로 돌아온 마지막 순간, 예정에 없던 남편의 기다림이 준 감동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
남편의 첫마디는 수고했어 였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며 고생을 잘 견디고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인사인 것이다. 젊어서 고생은 돈을 주고서라도 한다고 했지만, 돈 주고 우리는 여행이란 이름으로 즐거운 고생을 자청하여 던 것이다. 남편의 옆자리에 앉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잠깐의 길 위에서 나는 여행의 마무리보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새롭다. 이심전심이란 말의 뜻이 이런 것일까 여태 느껴지 못한 따스함이 새벽공기를 가르며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졌다. 그 감동은 집에 도착하여 싱크대를 바라보는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한다. 여행은 출발하기 전 이미 여행기분을 30% 즐긴다고 한다
여행을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준비하며 설레고 낯선 곳에서의 약간은 위험하거나 황당한 사건을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며 내심 무관심한 척, 주부가 집을 비우는 동안 가족이 먹을 밑반찬을 준비하면서 살짝 콧노래도 불러가며 마음은 이미 여행모드로 전환이 된다. 막상 여행지에서는 느끼는 여행의 즐거움은 30%라고 한다. 여행의 기대감이 너무 크면 실망도 하게 되고 함께한 일행과 불협화음이 생기기고 하고 예기치 못한 변수에 당황하기도 하면서 시차를 못 이겨 차만 타면 잠을 자는 바람에 차창에 펼쳐지는 이국의 멋진 풍경을 놓친 아쉬움과 입에 맞지 않는 음식으로 고생을 하기도 하고 그러나 여행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알지 못했던 사람을 안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여행기분을 30% 즐기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 티브를 보다가 책과 내 글속에서 또는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곳의 경험과 그날의 기분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게 된다 나머지 10%에 대한 가산점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여행 후의 즐거움에 40% 줄 것이다.
집을 비웠던 시간 속에서 가족의 빈자리를 통하여 소중함을 더 알게 되고 여행을 떠난 사람은 돌아올 집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진정한 편안함과 휴식은 집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여행을 기다리며 설레던 마음, 일정표대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내가 가는 곳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아주 즐겁고 행복한 감동을 할 준비를 하였지만, 계획에 없던 남편의 기다림에 여행의 또 다른 맛에 오늘 나는 황홀하다. 여행의 즐거움을 100% 느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준비한 만큼 보이고 들리게 된다. 여행지에서의 즐거움 또한 자신이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고생이 될 수도 있고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기에
긴 시간 동안 시차와 여행 멀미 그리고 낯선 언어의 홍수에 멍했던 느낌들
그러한 신선한 충격들은 내가 맞이할 내일이라는 시간에 에너지가 되고 삶의 원
동력으로 저축하게 된다. 캘거리에서 함께 출발한 일행에게 감사하며13일간의 여행을 통하여 가족에 대한 새로운 감사와 집이 주는 편안한 휴식을 달콤하게 맞이한다.


기사 등록일: 201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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