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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민일기) 고향 방문기-2
고향 방문기 _ 두 번째 편 (부제 : 이민 와서 잃는 것과 얻는 것)
글 : 김민식

4. 즉석 문화
캐나다에 와서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즉석에서 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병원을 갈 때나 미장원을 갈 때도 무조건 예약을 해야 하고, 어느 회사의 고객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담당자와 통화를 하려면 보통 30분 정도 기다리는 건 예사고, 어디를 가도 그 자리에서 일이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다못해 응급실을 가도 보통 3〜4시간씩은 기다려야 할 정도니까요.
이런 곳에서 3년 정도 살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져 있어 별로 불편할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만, 고향을 찾으니 역시 바로 바로 문화가 맘에 썩 들더군요. 큰 애가 배가 아파 병원을 갔는데 15분만에 진찰받고 처방전 받아 바로 아래층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받았죠. 그리고 의료보험이 없어 일반으로 처리했는데도 진찰받고 주사 맞는데 약 만 오천원, 약값은 삼천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였습니다. 참고로 캐나다에서는 방문객(혹은 여행객)이 병원을 가서 아무 치료도 안받고 단지 진료만 받는데 대략 40만원 정도 든다고 합니다.
병원뿐인가요? 한국 간 김에 안경도 하나 더 맞추었는데 글쎄 그 자리에서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단돈 4만 원밖에 안 하더군요. 캐나다에서는 일단 안경을 맞추려면 안과에 가서 시력검사를 한 후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데 시력 검사료만 오만원 이구요, 안경은 보통 싼게 20만원 정도 합니다. 그래서 보통 안경 하나 맞추려면 일주일 정도 걸리고 돈도 25만원 정도 들죠. 시력 검사도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거 아닙니까!!!
이발하는 것도 물론 예약 없이 갔었고, 또 본가에 컴퓨터가 잘 작동 안되어 모 전자회사 고객상담실에 전화를 하였는데 안내 방송에 따라 해당 번호를 누르고 약 2~3초 만에 안내원이 나오더군요. 여기서 완전 기절초풍!! (또 한국말로 통화하니 마음도 얼마나 편합니까???)
제가 사는 곳에서는 특정 회사의 대표전화로 걸면 보통 10~30분 정도 기다리는 건 예사 구요, 어떤 때는 1 시간 이상도 기다릴 때가 있습니다. 절대 이런 곳에 전화할 때 수화기를 손에 들고 있으면 속병 생깁니다. 온 훅크나 핸즈프리 장치를 사용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즉석에서 일이 처리되는 한국사회. 어떤 때는 너무 급히 가서 큰 일도 종종 터지지만 여하튼 이런 것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느려터진 캐나다에 가서 살게 되면 당분간은 고생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것 한가지는 일은 느리지만 확실히 처리 한다는 것이죠.

5. 저렴한 물가, 풍성한 물자와 식료품
캐나다에 비해서 한국은 아직도 물가가 많이 싼 편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우선 공중전화 한 통에 280원, 담배 한 값에 팔 천원, 드라이크리닝 팔 천원, 비디오 대여료 사 천원, 안경 최소 20만원, 이 외에도 치과치료비, 자동차수리비, 책값, 자동차 값 (삼천 만원 이상 하는 차들이 보편적임) 등에 한국보다 비싼 한국음식들까지...
한국에는 재래시장이나 대형 수퍼 등에 가보면 풍성한 야채와 과일들 그리고 여러 가지 음식들이 넘쳐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남대문시장을 가 보았더니 왜 외국인들이 그곳을 꼭 찾는지 실감이 나더군요. 특히 캐나다에 사는 서양 사람들 선물을 사기 위해 남대문 시장 내에 있는 대도상가 D동 2층에 올라가 보니 각종 민속 공예품들과 장식용품들이 눈이 부시게 많더라구요. 제 가 사는 동네에서는 정말 구경하기 힘든 모습들 이었습니다. 대략 이 천원에서 만원만 주면 살만한 선물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옛날에 한국에 살 때 가끔씩 남대문 시장을 들르곤 했지만 그때는 그것들이 얼마나 풍성하고 다양하고 또 저렴한 것인지를 몰랐던 것이죠.
또 음식 값은 얼마나 쌉니까. 한 가족이 가서 삼 만원만 내면 푸짐한 음식에 여러 가지 반찬들까지... 음식값 외에 별도의 세금이나 팁도 없구요, 또 그뿐인가요? 시장에 가서 삼 천원 어치 순대를 사니까 큰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주더군요. 그 외 튀김이나 호떡, 군고구마도 모두 사 먹어 보았는데 기껏 이 삼천원만 내면 푸짐히 먹을 수가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제일 흔하다는 피자를 먹으려고 해도 최소 만원 정도는 내야 먹을 수 있답니다.
또 이번에 간 김에 아버님 차를 점검해 드린 후 부품 가게를 가서 몇 가지 부품 (스파크 플러그, 연료필터, 와이퍼 블레이드 등)을 샀는데 이 만원도 안 하더군요. 제가 사는 동네에선 절대 그 돈으로는 못 삽니다. 부품을 교환해야 하는데 아버님께선 카센터를 가지 말고 자동차 대리점으로 가보자고 하시더군요. 그곳에 가서 긴급출동 서비스 담당자 아저씨에게 문의하니 그 자리에서 곧바로 부품을 교환해 주더군요. 그것도 무료로... 미안해서 약간의 수고비를 드리고 나왔지만 제가 사는 동네에서 그런 대접을 받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캐나다에서는 모든 것들이 흔하거나 값싼 것은 없습니다. 이런 것만 생각한다면 한국이 훨씬 살기 좋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은 당연한 이치일 겁니다. 한국에서는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몰려 살다 보니까 소비 인구가 많고 그래서 물자도 풍부하고 대량 공급이 가능하니까 값도 저렴하지만, 제가 사는 곳은 한반도의 45배나 되는 땅에 인구는 고작 삼천 만명도 안됩니다. 이렇게 넓은 땅에 흩어져 사는데야 물자가 한국처럼 풍부할 수가 없는 거겠죠.

6. 24시간 먹고 놀기 좋은 나라
그 동안 정말 술집이나 음식점들이 많이 생겼더군요. 서울 곳곳이 이젠 명동이고 강남이 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비싼 음식점들도 많지만 대체로 한 가족이 3〜4만원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대중적인 음식점들도 많았습니다.
부모님과 우리 가족은 교외에 있는 어느 음식점에 가서 오리고기를 삼만 원어치 시키니까 시뻘건 숯불에 푸짐한 오리고기 그리고 푸짐한 밑반찬들까지... 산골짜기 시골 동네에서 온 우리 부부는 눈이 휘둥그래질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처갓집에 놀러 갔다가 밤 11시경 아이들은 모두 재우고 아내와 저를 포함해 총 4쌍의 부부끼리 횟집을 갔다가 이차로 호프집에서 새벽 3시까지 놀다가 우리 일행은 택시를 타고서 24시간 찜질방으로 향했고 아침나절까지 땀을 쭉 빼고 눈 좀 붙인 후 24시간하는 뼈다귀 해장국 집 에서 한 그릇에 오천원하는 해장국으로 속 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24시간 영업하는 곳도 많고 택시비도 싸고 먹을 곳도 많은데다가 값도 안 비싸고. 정말 이런것만 보면 제가 사는 동네는 완전 깊은 산속 절간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영업시간이 지나면 손님도 안받았는데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 영업시간이 지나도 손님이 들어 오면 계속 받고 또 시간이 지 도 나가란 소리를 안 하는 분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다음 호에 계속
http://www.cndreams.com/news/news_read.php?code1=2345&code2=1&code3=280&idx=12529&page=0

본 글은 12년전인 CN드림 3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기사 등록일: 200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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