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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 박나리 (캘거리 문협)
1980년 3월7일 우리는

작은꽃 밭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기다림과 애틋함 속에서 이듬해

한 송이 꽃이 피어나고

때때로 짓무른 꽃잎으로 하여 밤잠을 설치게도

하였지만 또한 송이 꽃이 피어나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짓으로

서로 비비고 흔들어가며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어 갔다

그 꽃은 한 송이 바이올렛 이였다

24시간 빛을 주어야만 숨을 쉬는 애정 결핍증

환자처럼 조금만 소홀하면 보랏빛이 시드는

꽃이었으므로 항상 사랑 속에서 바라보아야만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한그루의 나무도 생겨났다

그 나무는 태어남 자체가 밝음이었으므로

이름을 태양이라고 하였다

이름처럼 정말 밝고 곧은 가지를 가지며 늠름한

나무로 잘도 커 주었다

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소담스러운 작은 꽃들이 피어날

날을 기다리면서 호미질을 하고 거름을 주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꽃과 나무를 키워본 화원의 주인만이

알 수 있으리라

언제나 그 뒤에는 말없이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는

미소 띤 얼굴 그자체 큰 바위 얼굴이었다

손님처럼 왔다가는 장마와 추위에도

서로 부비는 온정으로 닦아주고 안아주었던 시간

오랜 시간 함께한 이름

가족입니다

기사 등록일: 200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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