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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 때론 알 수 없는 ‘불편한’ 시선들. 피부색에서 또는 혀가 꼬이는 영어 발음에서 이민자들은 종종 상대적 빈곤감을 느낀다. Minority, 소수민족인 탓이다. 물론 이민 1세대의 ‘자격지심’일 수 있다. 사회에 이미 녹아든 1.5세대나 2세대에게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감성’일 수 있다. 분명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래서 이 사회가 이민자를 겨냥하면 (사소한 일이라도) 신경이 곤두선다.

연방 정부가 유학생 상한제를 검토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또 차제에 이민정책을 손 보겠다는 이민장관의 발언도 보도됐다. 정책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 머릿수에 초점을 맞춰 검토한다는 의미다. 악화일로의 주택문제 원인을 이민자 혹은 유학생에게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첫 보도 이후에도 마크 밀러 이민장관은 “주택 가격이 급증함에 따라 유학생 이민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정부 입장을 여러번 재확인했다.
보도 직후 전국이민자협회와 캐나다 대학협회는 각각 성명을 내고 유학생을 캐나다의 주택 위기와 연계시키는 것은 “또 다른 인종차별”, "매우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캐나다가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이는 이유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돌아보면 1970년대부터 기술력과 자본력이 있는 이민자를 대상으로 이민정책을 펼쳤다. 최근 자유당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민사의 정점을 찍는 듯 하다. 매년 50만명이란 숫자도 놀랍지만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프로그램의 전개는 얼마나 여기에 정부가 몰입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특정 분야 인력이 필요하면 다른 나라에서 빼오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취업비자인 H1-B 소지자를 겨냥한 새 이민 프로그램은 그 중 한 사례일 뿐이다.
비영주권자의 급증은 더욱 놀랍다. 취업비자와 학생비자로 들어온 근로자와 유학생들이다.
캐나다에서 일하려면 취업비자가 필요한데 작년에 정부가 발행한 취업비자로 입국한 사람은 60만8,420명이다. 2021년에 41만4천명이었으니 1년 만에 거의 20만명이 증가했다. 작년에 영주권을 받은 사람(43만7천명)보다 오히려 많다. 캐나다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4%에서 2020년에 10.9%까지 증가했다.
유학생는 이들보다 많다. 작년에만 80만명이 학생비자를 받아 캐나다에 입국했다. 이민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이 인도 유학생이라고 귀뜸했다. 몇일전 밀러 장관은 올해 90만명의 유학생을 받겠다고 말했다. 10년 전에 입국한 학생 수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렇게 인구가 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주택부족과 의료시설 부족이다. 인구 성장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인프라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집값은 8월 기준 평균 약 75만 달러다. 이는 평균 16만3천 달러였던 2000년에 비해 360% 상승한 수치다. 토론토와 같이 대도시에 살려면 최소한 연소득이 6자리 수는 되어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토론토와 밴쿠버에서 주택은 일반적으로 100만 달러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더모그라피아(Dermographia) 국제 주택 경제성 지수에 따르면 토론토와 밴쿠버는 홍콩,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도시 10위 안에 들어 있다.
임대료는 매달 역대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있다. 전국 평균 임대료가 7월에 2,078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대도시에서는 방 1칸짜리 아파트가 밴쿠버는 3,037달러, 토론토는 2,601달러에 달한다. 유학생들이 스스로 돈을 벌며 지불하기엔 벅찬 수준이다. 밴쿠버와 토론토의 7월 평균 룸메이트 임대료도 각각 1,455달러와 1,296달러에 달한다.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주택청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임대 주택 200만 채를 포함해 580만 채의 신규 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이는 연간 약 82만 8,000채의 주택을 새로 짓는 것으로 작년에 건축된 26만 채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지금의 여건(건설인력 부족 등)으로 보면 거의 달성하기 불가능한 목표다. 결국 주택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생활비와 주택가격이 고공행진를 이어가자 정책 실패에 대한 정부 비판론과 함께 오랫동안 끓어오르던 반이민 정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택 위기가 이민자 증가와 관련이 있냐고 물으면, 정부와 경제학자들은 ‘공식적으로’ 아니라고 답한다. 하지만 ‘주의와 균형(caution and balance)’이 필요하다는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과연 캐나다 정부는 급증하는 이민자를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을까?
2022년 환경부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6%는 "캐나다의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민자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캐나다의 가치’라는 용어는 모호하지만 이민자들이 동화되기를 바라는 응답자들의 열망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동일한 여론조사가 30년 동안 실시되어 왔는데 1993년의 72%에 비해 그 수치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캐나다가 아직 다문화를 완전히 포용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캐나다로 이주한 비영주권 거주자의 41.8%와 이민자의 16.1%가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정부가 신규 이민자를 완전히 통합하지 못하면서 트뤼도 총리의 새 이민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중도 및 좌파 매체의 칼럼니스트들은 캐나다 내 이민자에 대한 인종 차별을 언급하며 “방 안에 이민 코끼리가 있다”고 일갈했다.

이민자가 크게 늘면서 캐나다의 GDP는 증가했다. 하지만 그 숫자의 상당 부분은 거처할 마땅한 곳이 없어 직장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지하 월세방에서 한달에 1천달러 이상을 내고 룸쉐어하는 수많은 새 이민자 덕분에 가능하다는것 기억해야 한다. 한마디로 ‘약탈’이다. 이들은 캐나다 정부의 부동산 시스템적 실패의 ‘피해자’이지 ‘원인’이 될 수가 없다.
캐나다는 이민자로 인해 성장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성장할 것이다. 이민자는 경제 성장의 동력이다. 주택 문제는 오랜 국가적 문제이며 지난 10년 동안 정부의 정치인들이 반복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문제이기도 하다. 넘어지면 막대 타령이라고 했든가. 캐나다 정부는 정책 실패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

감당하기 힘든 렌트비로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이 정말 많아졌다. 이민자와 취업비자로 들어온 근로자, 그들의 가족들 모두에게 지금의 고금리 고물가 시대는 분명 시련의 시기다. 어느 때 보다 꼼꼼한 재정관리도 필요하다. 주변에 어려움이 있는 한인이 있다면 관심을 갖고 손을 잡아줄 ‘어른’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할 때다. 한인회, 여성회, 노인회 등의 한인 단체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한번 더 곱씹어보기 바란다.
무소의 뿔처럼 단단하고 꿋꿋하게 앞으로 전진하는 모두가 되기를 희망한다. (안영민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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