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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천국과 지옥 사이>
 
"33살에... 저는 최소한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기를 정말 바랐어요. 3,100스퀘어피트도 아니고 500 정도…아니 그보다 더 작은 집을 원해요. 그런데도...너무 비싸잖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드니라는 캐나다 여성의 틱톡 동영상이 4백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2년전 캘거리에서 BC주의 한 시골로 이사한 그녀는 캐나다에서 살아남는 것에 대한 좌절감과 절망감이 쌓여 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9월에 시작할 좋은 일자리를 구했지만 연봉이 4만달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요즘 집세도 못내고 절망에 빠졌다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도 없어 캐나다를 완전히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시드니는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현 정부, 특히 저스틴 트뤼도 총리를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캐나다의 주택 문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거주’는 인간의 권리이지만 돈을 버는 자산으로도 취급되고 있어서 이런 이중성으로 인해 주거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급등하는 주택 가격, G7에서 가장 높은 가계 부채, 기후로 인한 재난, 징벌적 이자율. 이 와중에 트뤼도 자유당 정부는 각 부처에 10월까지 150억 달러의 지출 절감 방안을 찾으라고 명령하며 예산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
한 칼럼니스트는 캐나다가 극단주의의 확산, 극심한 양극화, 낮은 신뢰도에 직면해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앨버타와 중앙 정부 간의 관계에서 연방 시스템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과점과 독점이 난무해 소비자를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직장인들이 하루하루 감당할 수 없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 지옥 같은 시나리오는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안겨준다. 앞서 동영상을 공개한 시드니 같은 사람이 넘쳐난다는 얘기다.

캐나다인의 좌절감은 가장 먼저 엄청난 주거 비용에서 온다. 캐나다 정책 대안 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베드룸 주택을 임대하는 데 필요한 시간당 임금이 모든 주에서 최저임금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베드룸 임대료보다 높은 곳은 퀘벡 주에 있는 단 세 곳의 도시 지역 뿐이었다.
국가가 성장함에 따라 주택 착공이 시급하지만 건축 비용, 정부 정책, 노동력 부족이 건설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운 좋게 집을 소유한 사람들도 나름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현재 모기지 보유자의 40%가 일상적인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있으며 거의 20%가 청구서를 연체하고 있다.
캐나다 주민들의 가계 빚은 심각한 수준이다. 캐나다 가계부채는 2021년에 107%까지 증가했다. 2010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선진국 중 캐나다가 가장 많이 가계 부채가 증가했다.
캐나다가 가계부채가 많아진 이유는 모기지 때문이다. 모기지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모기지 비용이 증가하는, 잔인한 모기지-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 캐나다가 휘말려 있다. 장기적인 목표는 통화 공급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지옥과도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건강보호제도라는 캐나다의 무상 의료 체제는 어떨까?
최근에 발표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밴쿠버, 캘거리, 토론토가 10위 안에 꼽혔다. 여러 항목 중에서 의료와 교육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놀랄 일은 아니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캐나다에 이민을 와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자들의 공통적인 불만은 바로 캐나다 의료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주치의 등록, 응급실에서의 긴 대기 시간, 전문의 진료를 받기 위한 장벽, 비응급 수술의 지연 등은 오랫동안 캐나다 의료 서비스의 특징이었다. CTV는 캐나다 병원의 응급실이 몇 시간이나 며칠 또는 영구적으로 폐쇄된 사례를 1,284건 이상인 것으로 발견했다고 5일 보도했다. 주로 시골지역이며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응급실이 폐쇄돼 다른 병원 응급실까지 100킬로미터 이상 또는 1시간을 더 운전해야 한다는 것은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환자에겐 치명적이다. 어디서든 쉽게 병원을 찾아 의사를 만날 수 있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의료서비스 체계다.
환경연구소가 올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18%만이 의료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35년 만에 가장 낮은 비율이다. 약 54%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28%는 ‘의료 시스템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이 통계도 사상 최고치다.

자연재해도 캐나다를 절망으로 밀어 넣고 있다. 캐나다는 전국에서 1,086건의 산불화재가 발생하고 있고 711개는 통제불능이다. 1,630만 헥타르가 불에 탔다. 오스트리아 두 개가 사라진 면적이다. 이로 인해 올 하반기 캐나다 GDP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예측이다.

이쯤해서 이런 질문을 해본다. 지금의 캐나다는 천국일까? 아니면 지옥일까?

밴쿠버에 사는 한인 송모(55)씨는 캐나다가 천국 같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아파트 빌딩 숲속에서 살았던 그는 집을 나서서 눈을 들면 숲과 바다와 하늘이 손에 잡힐 듯한 여기가 천국이 아니면 어디냐고 반문했다. 살던 아파트 팔고 작은 콘도를 하나 샀고 남은 돈으로 조그만 카페를 하고 있다는 그는 장사가 안되서 조바심이 날 때도 있지만 가족과 먹고 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힘줘서 이렇게 물었다.
“욕심만 조금 버리면 천국이고 욕심을 내면 어디든 지옥 아닌가요?”

맞는 얘기다. 하지만 ‘욕심’은 ‘사치’고 늘 생존 문제와 싸워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돌볼 의무가 없거나 관심이 없다. 공식적으로 “우리는 사람들의 장바구니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어려운 사람들을 헤아려줘야 하는가? 정부다.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문을 연 사람이 바로 문을 닫을 사람’이다.

무엇보다 점점 더 심화되는 캐나다의 양극화 현상이 우려된다. 좌절감이 사회에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모든 경제지표와 사회현상들은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데 이 모든 것에서 초월한 일부 캐나다인들은 가만 있어도 부가 쌓이고 중산층 이하는 점점 더 빈곤층으로 내려가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에 가장 부유한 상위 20%가 전체 순자산의 67.9%를 차지했으며 반면 하위 20% 가구가 차지하고 있는 순자산은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 통계도 거의 변동이 없었다.
저소득층은 구매한 부동산의 가치하락도 컸지만 구매 자금 조달을 위한 모기지 부채가 크게 증가해 순자산 가치를 떨어뜨렸다. 반면에 고소득층은 높은 투자 수익과 자영업으로 수익을 올렸다. 최고 소득층도 이자 비용이 증가했지만 주로 배당금과 은행 예금을 중심으로 한 투자 소득의 증가로 인해 상쇄됐다.

이러한 부의 격차는 아무리 좋은 시기에도 불쾌감과 좌절감을 준다. 국가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버스를 운전하고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노동자들을 더 이상 야생에 방치해서는 안된다. 국가 경제는 이들의 ‘근로’와 ‘희생’으로 성장한다. 모래시계처럼 중산층이 점점 더 줄어드는 ‘중산층의 몰락’이 양극화의 문제다. 사실 장단기적으로 수많은 근로자들은 정책에서 버려진 상태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겨냥한 정책이 개발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특히 자유당 정부의 이민정책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직업군에 필요한 근로자를 신속히 데려오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다양한 이민 프로그램들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 근로자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어느 정부 정책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바꿔 말하면 ‘노동력 착취’일 뿐이다. 한 해에만 영주권 비영주권 합쳐서 2백만명 이상이 캐나다, 특히 대도시에 정착하는데 현 시스템으로 이들의 주거환경이 과연 보장되겠는가. 결국 앞서 언급한 각종 부정적인 경제지표와 사회현상은 이들의 희생을 재촉할 것이다. 이국에서의 핍박한 삶을 누군들 상상이나 했겠는가.

경제적 불평등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의 구실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대안을 보고 싶다.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연방 총리나 국회 직속의 이민과 주택 그리고 사회복지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 구성원들이 불안에 허덕이고 구성원들 간 갈등이 심한 사회에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없고 경제 성장도 요원하다.

“우리는 난방과 식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런 절망감은 숨을 쉴 수 없는 느낌, 익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시드니는 지금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물을 밟고 버티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영민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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