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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캐나다 ‘식품가격 통제’ 과연 통할까?>
 
캐나다 연방정부가 식품 가격 인하를 위해 대형 식품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가격이 내린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법까지 개정하면서 시도하는 이번 조치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또 업계 입장에서는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안맞게 정부가 식품 가격까지 조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협조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안하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정부의 강압적인 움직임에 식품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프랑수아-필립 샴페인 산업장관은 지난 18일 로블로, 코스트코, 월마트의 CEO를 오타와로 불러 식품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각자 개별적인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저렴한 주택 및 식료품 법안(Affordable Housing and Groceries Act)'인 C-56을 의회에 상정했다. 이는 앞서 저스틴 트뤼도 연방 총리가 추수감사절까지 인하 대책을 내놓치 않으면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대형 소매업체를 압박한 이후에 나온 일련의 후속 조치들이다. 법안 발의 이후에도 산업장관은 식품공급업체들과 잇달아 만나 가격안정화 협조를 당부했다. 이같은 행보는 앞으로 몇 주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국가가 가격을 제한하는 가격 통제 정책이 먹힐까?
국가,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소비자 또는 생산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통제 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 가격 통제 정책은 재화나 서비스를 정부가 정한 가격보다 낮거나 높은 수준에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런 통제 정책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 시장 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의외의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수많은 나라에 성공과 실패 사례가 무수히 많다. 반짝효과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을 낳아 실패 사례가 많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할 때 가격이 상승하는데 이같은 신호가 나타나면 수요자는 수요량을 줄이고 공급자는 공급량을 늘린다. 그런데 가격 통제 정책이 도입되면 이같은 시장기능이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통제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균형을 잃거나 독점기업 또는 소수가 담합해 폭리를 취하는 경우 이같은 통제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캐나다 자유당 정부가 이번에 가격 통제 정책 카드를 꺼내든 것은 국민들이 물가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 소수의 대형 식품업체가 막대한 마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Loblaw, Sobeys, Metro를 소유한 Empire와 Costco, Walmart가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이 올린 2022년에 매출은 무려 1,000억 달러였다. 수익만도 총 36억 달러를 올렸다. 이는 2019년보다 50% 증가한 수치다. 경쟁국도 이같은 수치를 주목하고 이들이 공정한 경쟁을 했다고 보지 않았다. 연방정부가 가격을 내리라고 업계를 압박한 것도, 트뤼도 연방 총리가 ‘횡재세’를 언급한 것도 모두 경쟁국의 이같은 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이런 정부의 조치를 찬성하는 사람 중 하나인 달하우지 대학의 식품학 교수 실뱅 샤를부아는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82%가 높은 식품 가격의 배후에 식품 회사들의 탐욕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에 힘을 보탰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기업들이 마진을 높이면서 물가 상승을 불러 온다고 지적했다.
이윤.물가의 연쇄 상승(profit-price spiral)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물가가 오르는 사이 가격을 급격히 올리는 기업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에 대한 비난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데 원자재값이 하락해도 식품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은 기업들의 마진 확대로 밖엔 설명이 안된다는 얘기다.

반면 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이 많다며 억울한 표정이다.
최종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기까지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유통절차가 반영되는데 눈에 보이는 물가잡기에 급급한 나머지 식품 소매업에만 고물가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캐나다 소매협의회는 가격 인상의 책임이 식품업계에 있는 것만 아니라면서 “수면 아래를 보라”고 말한다.
사실 샴페인 산업부 장관도 그 점을 인정한다. 치솟는 식품 가격을 초래하는 시스템은 복잡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를 낮추기 위해서는 식료품점 뿐만 아니라 다국적인 기업조직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가 25일에 해외 제조업체, 26일엔 국내 제조업체 대표들을 잇달아 만나 가격안정화 협조를 당부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는 대표들에게 ‘호소’했다고 표현했고 그들은 ‘협업을 요청받았다’고 응답했다.
식료품 가격 상승은 사실 전세계적인 추세다. 한국은행이 최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 국가별로 폭염과 집중호우 등의 이상 기후가 발생해 농산물 생산이 차질을 빚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식료품 수급에 차질이 생겼으며 여기에 일부 국가들의 식량 수출 제한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 전세계 식료품 가격이 상승했다.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나라는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같은 식료품 물가의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 기후에 따른 식량 생산 차질이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과 압박은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주요 원재료와 물류비용 등 각종 제반 비용은 오르고 있는데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면 결국 어느 시점에는 그것들이 더 큰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캐나다는 식재료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식료품 산업이 정치적인 표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캐나다 달러의 약세로 인해 미국 식자재를 수입할 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그것은 곧바로 식품유통에 반영되면서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그렇다면 시장 가격을 통제하는 나라는 캐나다 뿐일까?
연방정부가 공개적으로 프랑스와 영국에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Scotiabank 조사에 따르면 독일과 영국의 식품 인플레이션은 약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캐나다의 식품 인플레이션 수준인 25%이니까 이보다 훨씬 물가가 뛰었다. 이들 정부는 모두 식품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상태다.
프랑스는 올 상반기 3개월동안 주요 소매업체들과 식품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후 프랑스는 이 계약을 여름까지 연장시켰다. 브루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국민 생활을 어렵게 하는 것은 식품 가격의 상승”이라면서 “이번 협정에 따라 식품 공급업체들의 이익 마진을 수억 유로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국제 밀 가격이 하락하자 라면값을 인하하라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업계를 압박했다. 이후 라면업계는 5% 내외로 라면의 가격을 인하했고 제과업계도 수십 종의 제품 가격을 내렸다.
지난 2월에는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이자 주류업계를 상대로 실태조사를 하겠다며 정부가 압박해 결국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보류시킨 적도 있었다.
정부가 식품 가격을 직접 통제한다는 것은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는 것도 일리는 있다. 정부의 압박에 순응했던 식품업체 11곳의 시가총액이 일주일 만에 1조5천억원 증발했다. 제품가 인하에 수익성이 악화되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사실 이같은 분위기는 식품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년부터 치킨값이 오르자 정부는 프랜차이즈들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했다. 업계가 바짝 긴장해 치킨값을 인하하거나 인상을 유예했다. 편의점들도 마찬가지다. 세븐일레븐 등 유명 편의점 업체들이 상품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하고 있다.

캐나다도 한국처럼 가격 인하의 분위기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프리랜드 장관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자유당은 식료품의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식료품 계산대에서 스티커 쇼크가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란 예상 보다 비싼 제품 가격표(sticker)를 보고 소비자가 받는 충격(shock)를 말한다.
사실 식품업계는 서민 일상과 밀접하다는 특성상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주 타깃이 되곤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나름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물가 고금리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사회적 책임과 고통 분담을 하자는 취지에 대형 식품업계들이 무작정 반발할 명분은 많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자유경쟁체제를 무시한 포플리즘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은 가운데 대형 식품업체들이 정부의 요구에 얼마나 성실히 응답할 지 궁금하다. 과연 정부의 압박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지 또 얼마나 지속될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분명 이들 업체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정부도 자유당 정권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안영민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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