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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캐나다 대체 근로자 금지 법안 상정 … 혁신인가 덫인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중에 고용주가 대체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캐나다 의회에 발의돼 노사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캐나다의 제 3당인 신민당(NDP)은 9일 노동계에서 수십년 동안 요구해 왔던 개정 노동법을 의회에 상정했다.
고용주가 파업 중이거나 일자리를 잃은 노조원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 C-58이 그것이다.

법안 C-58은 연방 정부의 규제를 받는 민간 부분의 노조원들에게 적용된다.
정부에 따르면 약 2만2,350개의 기업(고용주)과 100만 명이 조금 넘는 직원이 연방 정부의 규제를 받는 민간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항공, 철도, 도로 및 해상 운송, 은행, 통신, 우편 및 택배 서비스를 포함해 광범위한 산업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중 약 34%의 직원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쟁의행위기간 중의 대체 근로 금지 규정의 취지는 헌법상 근로자의 쟁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고용주의 대체 근로의 제한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취해진 제도적 장치로 쟁의행위 중에 당해 사업과 관련없는 자를 대체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캐나다 자유당 정부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을 들어준 셈이지만 노사분규가 이로 인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아예 대체 근로 금지규정이 없고 독일, 프랑스 및 일본 등은 일부만 허용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입김이 강한 미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대체 근로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은 임금인상 및 근로조건 개선 목적의 경제적 파업의 경우 일시적인 대체 근로 뿐 아니라 영구적인 대체 근로까지 허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1953년 노동법 제정 이래 70년 동안 대체 근로가 전면 금지돼 왔다. 최근에도 기업과 노동계는 이를 놓고 격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만큼 재계에서는 ’뜨거운 감자‘다. 노조 파업 시 기업이 방어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대체 근로인데 이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파업권 남용의 원인이 된다면서 이로 인해 노사 간의 힘의 불균형이 더 깊어진다는 기업인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노조와 고용주의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만큼 캐나다가 이를 현실화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민당은 지난 15년 동안 8번 이상 자체 법안을 제출하려고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대체 근로자를 금지하는 NDP 법안이 표결에 부쳐진 2016년에는 자유당과 보수당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에 법안 상정이 가능했던 것은 자유당과 신민당 간의 정치적 ‘거래’가 배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신민당은 작년 3월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과 협약을 맺어 2025년까지 자유당 정부를 지지해주는 조건으로 신민당의 정책 실현을 앞당겨주기로 약속받았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자유당 정부로서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필요했던 고육책이었다. 올내 시행될 것으로 예정된 치과보험도 신민당의 핵심 공약사업이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민당과 자유당이 이 법안 마련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CBC 뉴스에 따르면, 최근 신민당은 하원에서 협조적이지 않고 자유당의 입법 우선순위에 대한 패스트트랙 처리를 거부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민당은 이런 정치적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결국 자유당의 양보를 이끌어 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보수당도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당 대표인 피에르 포일리에브르는 개정 노동법이 상정된지 닷새째가 되는 14일 현재까지 당의 입장을 보류하고 있다.

시무스 오레건 노동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최고의 합의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뤄진다”면서 "이 법안으로 인해 노사 당사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좀더 집중할 것이며 캐나다 경제에 더 많은 안정성과 확실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민당은 당초 이 법안의 발효를 2023년 말까지로 요구했으나 정부 관계자는 모든 변경 사항에 대해 고용주와 노조 및 캐나다 노사관계위원회(CIRB)가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18개월 후에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고용주는 건강과 안전, 재산 또는 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대체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예외를 남용할 경우 노조는 고용주를 CIRB에 신고할 수 있으며, CIRB는 이를 조사할 권한을 갖게 된다.
또 이 법안은 비노조 계약직 근로자가 직장 폐쇄 또는 파업 통지 전에 고용된 경우 통지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동일한 범위와 동일한 상황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법을 위반한 고용주는 기소될 수 있으며 유죄 판결을 받으면 하루에 최대 1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법안 C-58은 사용자와 노조 간의 교섭을 교섭 통지 후 15일로 제한했다.
오레건 장관은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90일 이내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IRB에 회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 노동법은 노동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왔던 만큼 업계의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캐나다 독립 비즈니스 연맹(CFIB)은 “법안 C-58이 비즈니스 업계에 끔찍한 소식"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파업 기간이 길어지고 파업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FIB의 부회장인 재스민 구네트는 언론 성명을 통해 "과거에 비슷한 법안이 항상 부결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면서 “대기업 노조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경제 전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법안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도입된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노동조합은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표했다. 지난 50년 동안 노동계의 주요 입법 요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날 대승리를 자축했다.
캐나다 최대 민간 부문 노조 Unifor의 전국 회장인 라나 페인은 “법안 C-58이 더 강력한 노동권을 위해 싸워온 모든 사람의 승리”라면서 "파업할 권리, 노동을 철회할 권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단체 교섭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소감을 전했다.

2년전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대선 출마선언을 하면서 1호 공약으로 대체근로를 허용해 ‘귀족노조’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해 큰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녀는 “대체 근로가 없기 때문에 파업한 노조가 버티기만 하면 사용자는 결국 교섭을 들어줄 수 밖에 없고 노조는 쉽게 파업을 하게 된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대등하게 만들도록 대체 근로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발언은 노동계의 큰 반발을 일으켰다.
캐나다에 처음 시도되는 이 개정 노동법은 정부의 규제 범위 안에 있는 민간 부문에만 적용된다. 연방 공공서비스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대체 근로가 전면 금지된 한국보다는 좀더 유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영민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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