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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공영방송 CBC, 저격 나팔수 자처하나
‘캐나다 넥스트스타 한국인 근로자 고용’ 편향적 보도 일관
 
지난 11월25일 CBC News는 ‘윈저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외국인 근로자 900명 고용 계획, 캐나다 노동자에 대한 모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캐나다 국영방송국이며 캐나다에서 가장 권위있는 CBC의 기사 제목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을 만큼 이날 CBC는 ‘insule’란 단어에 따옴표까지 사용하는 친절한(?) 강조문구를 날렸다.
한국계 캐나다 배터리 공장에 캐나다인이 아닌 한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캐나다 노동자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의미다.
기사는 Sean Strickland라는 이름의 캐나다 건축노동조합(CBTU) 전무이사의 코멘트를 중심으로 작성된다. 물론 그는 캐나다인에게 그 일자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한국에서 고용해야 한다는 ‘전문인력’에 대해서도 자신의 회원들도 풍부한 경험치를 쌓고 있다며 딴지를 걸었다. 기사 전체의 4분의 3은 이 사람의 주장이 실렸고 온타리오 건설 고용주 협회와 건축협회의 반대 목소리에도 지면을 할애했다.

요즘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건설되는 넥스트스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도마에 올랐다. 때아닌 관심이 이곳에 쏠린 이유는 이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을 데려올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분 51%를 갖고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기업이다. 초기 장비 설치를 위해 한국에서 근로자 900명을 고용할 예정인데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어찌 보면 남의 회사 일에 지나친 오지랍 같은데 그 이유가 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아 건설되는 플랜트이기 때문이다. 연방과 온타리오 주정부가 15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는데 이 자금이 캐나다인이 아닌 해외 인력에 쓰이는 것은 못참겠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이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대돼 야당은 창을 들고 거세게 공격하고 이 플랜트를 유치한 연방은 방패를 들고 열심히 방어 중이다.

지난 7월에 넥스트스타는 직원 130명에 대한 채용을 공지했다. 당시 회사는 언어소통을 위해 한국어에 능통한 전문인력이 요구된다고 밝혀 이미 한국에서 인력이 들어온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8월에도 윈저 지역신문은 공장 부지에 6개의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전문 인력이 한국에서 들어온다고 밝혔다. 600~1,000명 가량으로 예상하며 이 외에 최대 500명 정도 인력이 LG에서 나올 것이라고 공식 밝혔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문제가 이제서야 논란이 되었을까?
윈저 경찰이 임웅순 한국대사를 만난 뒤 내년에 약 1,600명의 한국 근로자가 공장 건설을 돕기 위해 지역사회에 온다는 소식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11월 중순경이었다.
11월20일 온타리오주 노동부장관과 윈저 의원이 이에 대한 우려를 공식 제기하면서 캐나다 언론은 일제히 이를 기사화했다.
CBC는 물론 글로브앤메일, CTV, 글로벌 뉴스 등 대부분이 이같은 ‘우려’에 비중을 두고 보도를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넥스트스타는 성명서를 통해 1,600명이 아닌 900명의 한국 근로자가 입국한다고 밝혔는데 대부분의 언론은 회사의 입장을 팩트 그대로 전달한 반면, CBC는 서두에 말한대로 900명이 캐나다 노동자들에게 모욕을 주었다며 회사 입장에 반발하는 반대여론에 팩트를 뭉개서 기사를 내보냈다.
사실 CBC는 지난 20일 이후 거의 매일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기자가 이 칼럼을 작성하고 있던 27일 오후에도 CBC는 의회 하원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 것을 보도하면서, 이를 주목하지 않는 것은 캐나다 숙련직에 대한 ‘불의(injustice)’라며 역시 따옴표로 기사의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처럼 CBC의 보도 방향은 일관적이다. 해외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CBC의 우려는 다분히 냉소적이다. 27일자 헤드라인에는 “손끝에서 도난당하고 있다”고 썼다. 철저하게 방향을 정한 모양새인데 언뜻 행간에 감정이 묻어나기까지 한다.

최근 한국 근로자 고용 문제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논란은 이같은 CBC의 보도 편향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행정 입법 사법에 이어 언론은 제 4의 권력이라고들 한다. 정보를 전달하고 퍼뜨림으로써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언론의 프레임은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을 바꾼다. 언론은 사건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한다. 이때 프레임효과가 등장한다. 어떤 프레임으로 팩트를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기사는 180도 달라진다. 쉽게 말하면 안경을 바꿔쓰는 것과 같다.
최근 넥스트스타와 관련한 CBC의 보도는 자국민의 이익과 정서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언론의 신뢰와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판단이 든다. 결국 CBC의 프레임에 애꿎은 해외 근로자들이 동네북이 되고 있다.
관점은 있어도 의도적으로 사실을 한 방향으로 몰고가는 것은 전형적인 가차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의 표상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전문가의 의견이나 주장을 토대로 기사를 쓰거나 그들의 코멘트 중에 자극적이고 오해하기 쉬운 단어들을 골라 헤드라인으로 뽑는 것은 국민과 대중의 생각을 비트는 것으로 저널리즘에서 가장 경계하고 배제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CBC는 한국 근로자 고용이 이슈화되자 정치권의 반발은 연일 비중있게 다르면서 그 반발에 대한 반박은 눈에 띄게 희석시켜 보도해 논란을 파장으로 키웠다. 게다가 캐나다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위선’과 ‘파렴치’, ‘모멸감’이란 단어를 자연스럽게 인터뷰 코멘트를 통해 여과없이 내보내며 한쪽 방향으로 계속 노를 젓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세력을 편들면서 반대 세력을 과도하게 공격하고 이견과 불화를 침소봉대해 갈등을 극대화하며 특정한 가치와 이익에 부합하는 사실과 견해만을 선택하거나 과장한 정파적 보도들이다.

우리는 궁금해진다. 왜 그렇게까지 민감해할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캐나다인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남의 땅에 와서 자기네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피해의식이다.
하지만 한 기업 일에 이 정도로 정치권이 나서서 대놓고 반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도 연방과 주정부의 투자사업에 이렇게까지 합심해 트집 잡는 일은 더욱 보기 힘들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제조국으로 발돋음하려는 캐나다 정부의 산업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캐나다는 세계적인 광물생산국이다. 그런데 이제 캐나다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국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넥스트스타 외에 많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캐나다로 향하고 있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넥스트스타에 앞서 폭스바겐은 온타리오 남부 세인트 토마스에 배터리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정부는 130억달러를 투자한다. 또 스웨덴의 이차전지업체인 노스볼트는 퀘벡에 리튬이온 배터리공장을 건설한다. 50억달러는 노스볼트에서 대고 정부가 12억달러를 보조해주기로 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업체들이 캐나다에 배터리 투자계획을 밝혔고 이중에는 한국 기업도 다수가 포함되어 있다.
최근의 추세로 보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캐나다로 집중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 IRA의 영향이 크다. 작년 8월에 발효된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 엄청난 세액공제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제품 제조를 미국에서 할 경우에만 혜택을 받게 된다. 첨단제조산업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미국의 야심찬 전략이다.
캐나다는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뒤질세라 AMPC와 동등한 수준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하며 관련 기업을 유치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캐나다는 전 세계 전기자동차 공급망의 주요 연결고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대규모 투자를 과감히 쏟아붓고 있다.
기업들은 캐나다가 미국과 같은 강력한 지원과 함께 안정적인 치안,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폭스바겐이나 넥스트스타의 투자규모는 사상 최대다. 노스볼트의 투자도 퀘벡에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이들 공장이 완공되면 수천억달러의 경제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고용창출만도 공장마다 3천명 이상이고 간접 일자리까지 합하면 3만개가 넘는다.
폭스바겐은 2027년 생산이 목표고 노스볼트는 2026년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넥스트스타는 2024년 상반기가 목표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인력 채용이 이뤄졌다.
정치권이 해외 인력 문제를 계속 이슈화해 논란을 키워가는 것은 향후 건설될 이 대규모 배터리공장들을 염두에 둔, 의도적인 사전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즉 900명의 해외(한국) 근로자 채용에 대한 반발은 앞으로 있을 폭스바겐과 노스볼트의 해외 인력 채용에 대한 경고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CBC가 나팔수 역할을 자임한 듯하다.
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여론을 형성하려고 교묘한 수사를 가해 기사를 뒤트는 편향 보도는 자칫 캐나다로 향하고 있는 수많은 제조업체들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해외의 전문 인력으로 인해 제조공장의 전문성과 기술력이 보장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지역사회에 창출할 많은 경제적 효과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CBC는 의견과 사실을 구분할 줄 아는 캐나다 국영방송이 되기를 바란다. (안영민 편집위원)


기사 등록일: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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