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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장유유서와 노인들
노인을 우대하는 것은 유교의 영향을 받은 동양권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서양에서도 서양 전통과 격식에 맞게 노인들을 우대하고 공경하고 있으니 노인 공경은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장유유서(長幼有序)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동, 서양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우리가 자라온 유교 권에서는 장유(長幼)의 관계를 천륜지서(天倫之序 하늘이 정한 질서)라고 말하고 있으나 또한 장자유(長慈幼 어른은 어린이를 사랑하고) 하고 유경장연후(幼敬長然後 어린이는 어른을 공경한 후에) 이인도정의(而人道正矣 사람의 도리가 바르게 선다)라고 했다.
모든 인간관계가 주고 받는 쌍방향 관계이지 일방 관계가 아니듯 유교 경전에서도 어른과 어린이(長幼)의 관계가 하늘이 정한 질서지만 서로 사랑하고 공경할 때 성립되는 쌍방향 관계임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어느 일방에서 자기 권리만 내세우고 대접 받으려 할 때 사회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불경의 집장경에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부처가 ‘외로운 이를 돕는 동산’에 있었다. 존자 마하카차야는 다른 비구들과 함께 옷 고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때 나이 많은 집장 범지가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 한 동안 서 있다가 일행에게 말했다.
“여러 장로들, 당신들은 어찌하여 늙은이가 왔는데도 아는 체도 안하고 말도 않고 인사도 하지 않으며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는가?” 마하카차야가 말했다. “우리에게도 나이 많은 사람이 오면 인사하고 자리를 권하고 공경하는 법도가 있소.”
범지가 말했다. “법도라니? 이 중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없거늘 말도 안하고 아는 체도 안 하면서 무슨 법도가 있다고 하는가?”
마하카차야가 말했다. “ 나이가 80-90이 되어 이가 다 빠지고 머리가 희었더라도 철없고 지각없이 행동한다면 그는 늙은이가 아니오. 그러나 나이가 20-30이 되어 피부가 팽팽하고 젊었어도 노인처럼 지혜로우면 그는 노인이라 할 만 하오.”
마하카차야의 말은 계속된다. “오욕(五慾 다섯 가지 욕심)에 따라 탐심을 떠나지 못하고 욕심을 떠나지 못하고 정욕을 떠나지 못하고 생각을 떠나지 못하며 흐림을 떠나지 못하면 이는 나이가 80-90에 이르렀더라도 철 없는 아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이가 비록 20-30이더라도 탐심을 떠나고 욕심을 떠나고 정욕을 떠나고 생각을 떠나고 흐림을 떠났으면 그는 몸은 젊었을지라도 노인의 법을 성취한 것이다.”
범지가 말했다. “존자의 말대로라면 나는 늙었으나 젊었고 당신들은 젊었으나 늙었다 할 수 있소. 나는 세상에 일이 많아 그만 돌아가겠소.” 마하카타야가 말했다. “때를 알아 행하시오.”
마하카차야의 말인 즉 대접을 받으려면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 대접을 받고 싶으면 노인 노릇을 잘 하고 스승 대접을 받으려면 스승으로서의 본분을 다 해야 하는 것이고 부모 대접을 받으려면 부모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 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 효자로 소문난 소년 A가 있었다. A의 친구인 B는 늘 아버지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A를 봐라. 너는 그 아이 발뒤꿈치도 못 따라간다.” B도 효자 소리를 듣고 싶었다. “나도 효자가 되자. A가 하는 걸 봐서 나도 그렇게 해야지.”

새벽에 보니 A는 일찍 일어나 아버지 옷을 입고 윗목에 앉아 있다 아버지가 일어나니 “아버지 이제 일어나십니까? 아버지 추우실 것 같아 제가 미리 옷을 입어 덥혀 놓았습니다.”하고는 옷을 벗어 아버지에게 주는 것이었다.
새벽에 일 나가는 아버지가 추울까 봐 일찍 일어나 체온으로 옷을 덥혀 놓은 것이었다. “나도 저렇게 해야지.” B는 추운 새벽에 일어나 덜덜 떨면서 아버지 옷을 입고 앉아 아버지가 일어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일어났다. “이런 괘씸한 놈 같으니, 버르장머리 없이 아비 옷을 입고 앉아 있냐?” B의 뺨에서 불이 번쩍 일어났다. 화를 내며 나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B가 중얼거렸다. “아비가 아비 같아야 효도를 하지.”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 문제는 의무를 다 하고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데 의무는 뒷전이고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갈등의 시초다. 이민 오기 전 서울에서 있었던 일이다. 경찰이 주차위반 차량에 딱지를 떼고 있는데 검정색 고급 승용차 주인이 나타났다. 운전사로 보이는 사람이 경찰 딱지 떼는 경찰을 향해 호통을 쳤다.
“네 이놈, 이 차가 어느 어른이 타는 차인 줄 모르냐? 네 상관이 누구냐?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 버르장머리를 고치기로 말한다면 주차 위반한 높은 분 버르장머리부터 고쳐야지 정당한 법 집행한 경찰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해서 될 일인가?
이것이 우리가 살아온 왜곡된 민주주의 사회, 가치가 전도된 민주주의 사회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와서도 샌다’고 잘못 된 사회에서 잘못 된 교육을 받고 이민 와서도 여전히 ‘노릇’은 안 하고 ‘대접’만 받으려 한다.
‘노인’ 대접을 받고 싶다면 ‘노인’ 노릇을 해야 하고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면 어른답게 처신해야지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 행세하고 노인 대접 받으려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노인 노릇을 하려면 여태껏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 젊은 사람들, 후배들이 잘못된 길을 갈 때 훈육하고 타일러 올바른 길을 갈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고 조언을 해야지 몇 푼 안 되는 돈에 욕심이 나고 물건에 탐심이 생겨 그 길이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그 길에 편승하거나 동조해 이익을 취하면서 노인 대접 받기를 원한다면 노인 대접은커녕 인간 대접 받기도 힘들 것이다.
잘못된 노욕(老慾)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추하게 만들지 말고 늙을수록 몸과 마음을 바로 가져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노후를 보내는 것이 바람직한 노후이고 노인 대접을 받는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1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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