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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활절을 맞으며
4월 달 달콤한 소나기가
3월의 가뭄을 속속들이 꿰뚫고
꽃을 피게 하는 습기로
온 세상 나뭇가지의 힘줄을 적시어 주면
서녘 바람 또한 달콤한 입김을
잡나무 밭 애송이 가지의 끝과 끝 속에 불어 넣어준다.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이민 오기 전에는 감리교에 다녔는데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 되면 종려나무 태운 재를 바르며 죄를 회개하며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는 의식을 가졌다. 그 나무 가지가 정말 종려나무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재의 수요일은 성공회에서도 교회력으로 지킨다.
의식이 약간씩 다르지만 종려나무 가지 태운 재를 섞은 물을 이마에 바르며 목사 혹은 사제가 “인자야,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하면 “아멘”으로 화답한다. 인생이 죽어 흙으로 돌아간다는 고대인들의 생각은 그 당시가 농경문화, 토기문화였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순절(Lent)는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40일간 시험 받고 고난 받은 것을 상징한다. Lent의 어원은 만물의 소생한다는 뜻이 있다. 초대교회에서는 부활절 새벽에 세례(영세)의식을 가졌다는데 예비자들이 세례(영세)를 준비한 기간이 40일이었다고 한다.
칼뱅은 사순절이 미신적이고 인간의 금욕, 고행, 고난을 통해 인간의 공로를 나타내므로 성경적이지 않다 해서 사순절을 지키지 않았고 장로교는 신앙의 선생님쯤 되는 칼뱅의 생각을 받아들여 사순절을 지키지 않고 부활주간을 고난주간으로 지키고 있다.
어릴 적 기억에 교회에서는 사순절이 되면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며 금욕 절제 생활을 권유했는데 육식을 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사순절 기간 동안 육식을 금하는 것은 육식을 위주로 하는 서양인들의 풍속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채식을 위주로 하는 우리들을 사순절 동안 김치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한다는 의미의 사순절은 먹고 마시는 것을 절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취미생활이나 문명의 이기 사용을 절제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부활절은 해마다 날자 가 바뀐다. 부활절 계산법은 춘분 후 첫 번째 보름달(음력 15일) 이후 첫 번째 주일이다. 이것은 서기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올해 부활절을 계산해보자. 올해 춘분은 태양력 기준으로 3월19일이었고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 즉 음력 15일이 4월5일이다. 그러니까 4월5일 이후 첫 번째 주일 4월8일이 부활절이다.
부활절은 기독교 축일중 가장 오래된 것이지만 부활절이 통일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날자 계산하는 역법이 율리우스 역과 그레고리우스 역으로 나뉘어져 서로 자기들의 전통대로 부활절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율리우스 역을 쓰는 교회에서는 유월절을 근거로 부활절을 지켰고 그레고리우스 역을 쓰는 교회에서는 주일을 근거로 부활절을 지켰는데 율리우스 역을 쓰던 동방정교회가 차차 그레고리우스 역을 쓰면서부터 부활절이 통일되었다.
보수 기독교인들과 문자주의자들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역사적 사실로 믿고 있겠지만 부활절의 유래를 살펴보면 부활절이 이교도의 풍습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활절(Easter)을 뜻하는 독일어 Ostern은 게르만족의 일파인 튜튼(Teutons)족의 봄 축제였다.
또한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신 라(Ra)의 부활이 낮이 밤보다 길어지는 춘분에 이뤄진다고 믿어 춘분 때 대대적 축제를 벌여 태양신 신전에 부활을 뜻하는 황금색 달걀을 바쳤다. 고대인들은 모든 생명이 알에서 온다고 믿었다.
김알지나 박혁거세의 난생설화를 비롯해 고대 로마인들도 알에서 생명이 시작된다고 믿었고 달걀을 삶의 씨앗이라고 생각해 이집트, 페르시아에서는 봄 축제에 달걀에 갖가지 색깔의 물을 들여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 기독교 종파, 여호와 증인이나 제7안식교 등에서는 부활절이나 성탄절이 이교도 풍습이고 비성경적이라 해서 지키지 않는다.
신약성경에 따르면 예수께서는 나귀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 한 후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을 때려서 내쫓고 제자들과 마지막 성찬을 가진 후 제자 유다의 배신으로 금요일에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셨다. 이것을 성 금요일(Good Friday)이라 해서 유럽이나 북미 등 기독교 신앙을 이념으로 한 국가에서는 휴일로 지킨다.
이번에는 4월1일이 종려주일이다. 부활주일이 1주 앞으로 다가왔으니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주다. 기독교인들은 이번 주 만이라도 달라는 기도, 구하기만 하는 기도 하지 말고 그리스도 고난에 동참하는 한 주가 되어야 하는데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기보다 부활절 연휴 4일동안(Good Friday-Easter Monday)어떻게 지낼까를 먼저 궁리하게 된다.
그래서 부활절 연휴 4일을 생각할 때마다 쾌락의 여행을 떠나는 황무지의 주민들이 생각난다. 생명의 부활을 약속 받은 이 찬란한 4월에 가사(假死)상태에 빠진 현대인에게 부활의 꿈틀거림은 오히려 귀찮고 잔인할 수 밖에 없다.
제프리 쵸오서(Geoffrey Chaucer)의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생명과 소생의 계절에 주민들은 여관 주인의 제안에 따라 순례의 여행을 떠나지만 엘리오트(T.S.Elliot)의 황무지 주민들은 4월에 쾌락의 여행을 떠난다.
절망에 빠져 오히려 지난 겨울이 따뜻했다는 황무지의 주민들에게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죽은 나무 밑엔 그늘이 없고, 귀뚜라미의 위안도 없고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 하나 없다.
다만 이 붉은 바위 밑에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바위 그늘에 대해 이사야서 32장 1-2절에서 “보라 장차 한 왕이 공의로 통치할 것이요 방백들이 정의로 다스릴 것이며 또 그 사람은 광풍을 피하는 곳, 폭우를 가리는 곳 같을 것이며 마른 땅에 냇물 같을 것이며 곤비한 땅에 큰 바위 그늘 같으리니”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은 부활의 달, 생명이 소생하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겨울 같지 않았던 이번 겨울에도 얼어붙었던 사스캐츄언 강의 얼음이 풀리며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철 늦은 봄 눈이 거짓말처럼 녹은 양지에는 푸릇푸릇한 생명이 부활을 알리며 움트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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