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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기부정
군자표변(君子豹變) 성지시자(聖之時者)
 
맹자가 공자에 대해 말하기를 성지시자 라고 말하며 “빨리 떠나야 할 때는 빨리 떠나고, 더디게 가야 할 때는 더디 가고, 머물러야 할 때는 머물러 있고 벼슬을 할 때는 벼슬을 한다”고 말했다. 즉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듯 자연스럽게 시의에 맞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성인(聖人)도 시의(時宜)에 따라 행한다는 말이 그렇게 해서 나왔다. 그런데 그 말의 본래 뜻이 변해 지조를 굽히고 권력에 아부하며 대의를 쫓지 않고 일신의 영달을 꾀하다 나중에 환경이 바뀌었을 때 자기변명을 위한 구실로 쓰이는 말이 되었다. 예를 들자면 일제시대 남들 독립운동 할 때 일본 심부름 해주면서 권세와 부귀 누리던 사람들이 해방 후 친일행각을 합리화 할 때 쓰는 말이다.
군자표변이란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라는 뜻이다. 털갈이를 끝낸 표범의 털가죽이 아름답게 변하는 것처럼 군자도 자기 잘못을 고쳐 선(善)을 이루는데 표범처럼 빨리 신속하게 이룬다는 뜻이다. 표변한다 라는 말이 이해관계에 따라 신의와 약속을 지키지 않고 태도를 바꿀 때 쓰이는 부정적으로 말로 변했지만 원래는 좋은 뜻으로 쓰인 말이다.
군자표변은 역경(주역)에 나오는 말로 우리는 역경을 점쟁이들이나 보는 책으로 알고 있지만 유학의 기본경전인 사서삼경 중 하나다. 역경에 말하기를 대인호변, 군자표변, 소인혁면이라 했다. 백수의 왕 호랑이가 표범보다 한 단계 높은 동물이듯 고대 중국에서는 인격, 도량, 학문 면에서 대인(大人)을 군자보다 한 단계 위로 생각해 대인, 군자, 소인으로 나누었다.
호랑이가 가을이 되어 털갈이를 하는데 털갈이 끝낸 호랑이 털이 무늬가 선명하고 아름답듯 대인이 호랑이 변하듯 변해 세상의 폐해와 잘못이 확실하고 선명하게 없어지고 새로워지는 것은 말한다. 그래서 대인호변이라 했다.
이에 비해 소인혁면(小人革面)은 “소인배는 얼굴이 가죽처럼 두껍다”라는 뜻이 아니고 소인은 그저 얼굴색만 바꿀 뿐이란 뜻이다. 혁(革)이란 가죽 혁인데 바꾸는 것, 달라지는 것을 혁이라 한다. 혁명(革命)이란 말이 대표적인데 소인혁면은 대인, 군자가 바뀌듯 소인배도 이제까지 잘못된 방향을 바꿔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살다 보면 파란만장을 겪는다. 특히 현대사를 살아온 우리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세대는 제국주의 횡포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았다. 망국의 설움도 당했고 남의 나라 식민지 통치도 당했고 외세에 의해 조국이 분단되는 쓰라림을 겪었고 동족상잔의 전쟁도 겪었다.
그런 현대사의 과정에서 잘못된 것, 고쳐야 할 것들이 많았다. 우리의 현대사뿐 아니라 모든 사물에는 모순이 내포되어 있어 호변이나 표변을 하려면 먼저 자기부정이 따라야 한다. 더구나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에는 과거와 단절하는 자기부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기부정의 대표적인 경우는 홍익대학교 총장을 지낸 이항녕 박사를 들 수 있다. 소위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유신정권에 협조하거나 아부했다. 침묵으로 동조하기도 했다. 박정희가 죽고 유신이 끝났을 때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거나 구구한 변명을 늘어 놓았다. 성인도 시의에 따라 행한다면서.
그 때 이항녕 박사는 총장을 사임하며 지식인의 한 명으로 유신을 동조 찬양한 것을 반성하는 글을 일간지에 남기고 총장을 사임했다. 1980년1월26일 조선일보에 일제시대 군수를 지내며 친일행위 한 것, 유신에 협조한 것 등 자신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전문이 실려 있다.
모국에서는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박근혜에게 온 국민의 관심과 시선이 쏠려 있다. 오랫동안 차기 대통령으로 꼽혀 왔을 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인 박정희의 친 딸로 북한이 3대 세습이 이뤄지듯 남한에서도 2대에 걸쳐 대통령이 나올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좋은 의미이던 나쁜 의미이던 5.16 과 유신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당사자는 박정희이고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다. 딸이 아버지의 정치적 문제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고 전근대적인 연좌제를 적용할 수도 없다.
그러나 박근혜가 박정희의 후광으로 정치를 하는 한 박정희의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책임 있는 답변할 필요는 있다. 아버지의 (정치적) 재산만 상속받고 부채는 상속 받지 않겠다는 것은 민법 위반이다.
박근혜는 유신정권의 핵심부에 있던 사람이다. 육영수 여사 작고 후 영부인 역할을 대신하며 청와대 안주인으로서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 박근혜에게 5.16, 유신에 대해 책임 있는 발언을 바란다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그 동안 5.16, 유신에 대한 박근혜의 평가는 일사불란하고 일관성을 가졌다. “5.16은 공산주의 위협에서 나라를 지키고 오천 년 가난의 역사에서 벗어난 불가피한 선택” 이고 “유신은 국가사업의 근간을 이루는 이념이며 철학”이란 생각을 갖고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이다.
최근에만 해도, 9월11일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에 나와 5.16과 유신에 대해 변함없는 생각을 토로하며 “인혁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이 두 개” 라며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9월11일 발언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대통령 후보로서 역사인식이 있는 것인지 법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 그런 우려는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쳐 후위 그룹을 제쳐놓고 앞만 보고 달리던 지지율이 주춤거렸다.
까마득히 후위그룹을 앞서 달리던 지지율이 주춤하며 추월을 허용할 듯 하자 “과거사를 주욱 정리 하겠다”며 마치 입시 앞둔 수험생이 그 동안 공부한 것 총 정리하듯 발언을 했다. 박근혜는 총정리 발언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이 헌법정신을 훼손했다”고 그 동안 옹호 일색 발언에서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일관성 있게 지녀온 생각이 바뀌었다면 그것에 대한 합당한 배경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아무런 배경설명 없이 앵무새가 뜻도 모르고 따라서 종알거리듯 몇 분 동안 읽어 내리곤 질문도 안 받고 끝냈다. 그리고 오후에는 젊은 지지자들과 어울려 말춤을 추었다.
이런 박근혜의 태도에서 엄청난 현대사의 아픔을 정리하며 반성하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소인혁면(小人革面)이라고 소인배라도 얼굴색이라도 변하는데 박근혜는 얼굴색 조차 변하지 않고 과거사를 단번에 주욱 정리했다. 그런 박근혜에게서 자기부정의 치열함, 진정성을 찾아 볼 수 있을까?
그래서 박근혜의 과거사 정리는 떨어지는 지지율을 의식한 정략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박근혜에게 최고 권력자가 되고자 하는 치열함을 있을지 몰라도 자기부정에 대한 치열함을 찾아 볼 수 없다.

기사 등록일: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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