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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천절에 생각나는 규원사화
속담에 “오뉴월 곁불도 쬐다 말면 서운하다” 했다. 있던 게 없어지면 서운하고 섭섭한 사람의 심리를 잘 나타낸 속담이다. 반대로 예상치도 않았던 없던 게 생기면 횡재한 기분이다. 요즘에 많은 사람들이 횡재한 기분으로 산다.
앨버타에는 원래 가을이 없었다. 8월이 지나면 쌀쌀해지고 스산한 기분이 든다. 그러다 9월 어느 날 서리가 내리고 며칠 사이에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린다. 여름 지나면 겨울이 오던 앨버타에 없던 가을이 생겨 제법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아침에 만나면 인사가 “Beautiful September”다.
없던 가을이 생겨 좋지만 그래도 가을은 우리나라 가을이 아름답다. 많은 나라를 여행해본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 가을이 가장 아름답고 남부 독일, 바바리아 지방 가을이 그 다음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가을이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답고 날씨가 좋기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해라”는 말이 생겼을까? 우리의 고유명절인 한가위 추석은 가을을 알리는 전령이다. 추석이 지나 음력 10월을 우리 조상들은 상달이라 불렀다. 일년 12달 중 10월이 가장 높은 달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가장 높은 음력 10월에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부족연맹시대부터 영고, 동맹, 무천 등 일년 추수 후 국가주도로 생명의 근원이 되는 창조신과 추수를 담당하는 곡신(穀神)에게 제사를 지냈다.
우리가 개천절(開天節)로 지키는 10월3일도 고대사회 제천의식과 관련이 있다. 하늘이 열렸다는 개천은 천신(天神)인 환인의 아들 환웅이 천부인 3개를 갖고 인간세상에 내려와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이념으로 세상을 다스렸다는 고대설화에서 비롯되었다. 이 때가 기원 전 2457년 10월3일(上元甲子年 음력 10월3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단군설화에서 아버지 환인과 아들 환웅은 상호협조, 상호조화의 관계를 나타낸다. 성경에 하나님이 독생자 예수를 세상에 보내 세상을 구원하는 것과 비슷한 내용이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부자관계, 형제관계가 상호협조 보다는 대립, 갈등의 관계로 그려진다.
환인(桓因)은 신격과 인격을 동시에 지닌 지극히 높은 존재로서 신이면서 군주이기도 하다. 고어학자들에 의하면 환은 한이 변해서 된 음으로 한은 지극히 높은 것, 최고, 진리, 광명, 완전 등의 뜻이 있다. 인(因)은 만물이 그로 인하여 생겨났음을 의미한다. 또한 님(임)이 변해서 된 음으로 부모님, 하느님 등 최고의 존재, 존경 숭배의 대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단군설화는 전승되어 오다 고려말대몽항쟁기에 민족의식 고취, 민족의 단합이 요구되는 시기에 일연의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설화에는 불교적 색채가 깔려 있다. 단군설화가 일연에 의해 글로 쓰여진 이후 조선시대에도 단군설화는 지식층에서 관심을 가졌다.
단군이 대중의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는 대외적 압력, 예를 든다면 독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 등으로 국가적, 민족적 결속과 단합이 요구되는 시기다. 조선시대 외교의 기본인 사대교린주의는 중국에 대해 사대를 했지만 조선 중기에는 북벌을 논한 적도 있었다.
북벌이 국가적 관심이 되었던 효종-숙종 시대 북애자(北崖子)가 쓴 ‘규원사화’도 그런 책이다. 스스로를 과거에 떨어진 낙방거사라고 소개한 북애자는 과거에 떨어지고 실의를 달래려고 전국을 유랑하던 중 춘천 청평산에서 이명(李茗)이 지어 숨겨놓은 진원유기 세권을 찾아 그 책을 참고로 하여 고조선의 역사인 “규원사화”를 썼다고 전해진다.
이명은 고려 중-후기 사람으로 최당, 한유한과 친구의 친구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모두 벼슬에서 스스로 물러나 수도생활을 하며 도교와 관련이 깊은 인물들이다. 이명을 이자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자현은 고려 때 권신 이자연의 손자로 벼슬에서 물러나 청평산에 은거하여 살아 청평거사로 불리었다. 왕이 여러 차례 불렀으나 그는 평생을 청평산에서 수도생활을 하며 일생을 마쳤다.
북애자가 쓴 규원사화에는 단군 건국신화와 함께 고조선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도 친일파, 친미파등 외세의존 세력들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듯 북애자가 살던 조선 중기에는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가 사회 주류였다. 이미 망해 없어진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주장하는 존명사대(尊明事大)를 주장하는 무리들까지 생기는 현실에서 북애자는 우리 것을 알고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주압록강변통군저에 올라서 요동평야를 바라보니 나무와 구름이 손짓하여 부르면 대답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한 줄기 압록강을 넘어서면 벌써 우리 땅이 아니다. 슬프다. 우리의 조상이 살던 옛 강토가 남의 손에 들어 간지 천 년이요 이제 그 해독이 날로 심하니 옛날을 그리워하고 오늘을 슬퍼하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규원사화의 내용에는 조판기라 해서 마치 성경의 창세기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어 흥미롭다. 혼돈의 시대가 지나고 하늘과 땅이 나누이며 환인, 환웅, 풍백(風伯) 우사(雨師)운사(雲師) 등 환웅을 보좌하는 하위신들의 활약으로 땅이 번성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비, 구름, 바람이 등장하는 것은 그 사회가 농경사회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환웅이나 환웅이 거느린 하위 신들의 실체는 아프리카를 거쳐 중동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만주 일대에 도착한 선진문화를 지닌 무리들이었을 것이다. 신석기 시대 말-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이 시기에 우리의 먼 할아버지들은 우월한 문화로 먼저 이동해 온 원주민들을 정복해 통치체제를 만들고 경제, 사회, 정치적 계급을 정했을 것이다.
규원사화는 위서 논란이 일고 있는 책이다. 숙종 때 지었다는 주장, 일제의 식민지 통치시절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지은 위서 라는 주장, 숙종 때 지은 것은 인정하나 내용을 실제역사로 받아드리기에는 무리라는 주장이 있다.
규원사화가 진서인지 위서인지는 그 방면 전문가들의 연구가 좀더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단군을 민족 기원으로 보고 있고 상고사를 남방 중심이 아닌 북방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고 민족사학 관점에서 사대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던 조선시대에 사대주의를 비판한 것은 세계정세가 변화하고 있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대외관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우리 세대들이 어떻게 통일문제를 풀어 나갈 것인지 규원사화는 그 길을 제시하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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