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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과 바라나시 갠지스강의 추억
작성자 심심해     게시물번호 16272 작성일 2022-07-28 06:05 조회수 2357

올 초에 백신 주사 맞기 싫어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국경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을 때, 나는 오미크론에 걸려 골골대면서 집에서 쉬고 있었다. 부스터샷까지 맞았는데 오미크론에는 장사 없더라.

 

2주가 지나서 업무에 복귀했는데 간이 항원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달 동안 목이 간질간질하고 갑작스런 재채기와 마른 기침 때문에 꽤 고생했다. 나중에 보니 롱 코비드라고 해서 드물지 않은 증상이었다.

 

간질간질 거리는 목과 마른 기침에 고생하면서 여러해 전 아내와 같이 바라나시 갠지스 강가를 거닐던 때가 생각났다.

 

+++

 

갠지스강은 힌두교인에게 신 그 자체다. 특히 가장 인기 많은 파괴의 신, 시바신이 바로 갠지스강이다. 어떤 말썽꾸러기 신이 인간들을 괴롭히려고 홍수를 일으켰는데 시바신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그 홍수를 멈췄다고 한다. 갠지스강이 남동쪽으로 흐르다가 갑자기 북쪽으로 방향을 트는 그 위치에 바라나시가 있다. 바로 시바신이 인간을 위해 홍수라는 대재앙을 막아낸걸 상징한다고 한다.

 

죽음이 두려웠던 인도인들은 윤회라는 신박한 개념을 생각해 냈다. 마치 기독교인들이 육체와 분리된 불멸의 영혼이라는게 있어서 죽은 후 천국에 간다고 믿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개인적으로는 힌두교의 윤회 개념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힌두교도들은 현생의 모습이 전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현재 자기가 낮은 카스트를 가지고 비참하게 살고 있다면 전생에 지은 죄를 속죄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음 생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현생에서 덕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소위 카르마 - 업 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의 거지들은 뻔뻔하다. 동냥을 받으면서도 상대가 좋은 업을 쌓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여겨 당당하다.

 

누구나 후회를 하며 살아간다. 삶은 후회의 연속이다. 결국 사람은 살면서 나쁜 업을 쌓을수 밖에 없다. 죽기 전에 이 나쁜 업을 싹 없애 버리는 묘수가 있다. 바로 바라나시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고 거기서 화장하여 재로 돌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바라나시 갠지스강은 힌두교인의 성지다.

 

오래전부터 난다긴다 하는 권력자와 부자들이 바라나시에 와서 죽음을 기다렸다. 그들은 강가에 큰 저택들을 지어 놓고 호의호식하며 죽음을 기다렸다. 그 건물들은 지금은 호텔이나 여관 등이 되었다. 강가에서 좀 떨어진 뒷골목에는 싸구려 숙소들이 들어서 있다. 지금도 그곳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들이 묵고 있다.

 

이런 시설들 양 끝에는 화장터가 있다. 계속해서 시체를 태우는 연기들이 피어오른다. 시체는 보통 천에 감싸여 꽃장식과 함께 화장터에 도착한다. 소각되고 남은 시체 일부는 강물에 버려진다. 소들이 어슬렁거리며 버려진 꽃장식을 먹어 치운다. 떠돌이 개들 또한 타다 남은 시체를 찾아 돌아다닌다. 인도 전국 각지에서 온 순례객들이 화장터 근처 강물에서 목욕하고 그 물을 마신다. 공기는 매캐하다.

 

바라나시에서 제법 괜찮은 호텔방을 얻었다. 창 밖으로 갠지스강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끔 원숭이가 창가 난간을 붙잡고 오르락내리락 했다. 천정에는 귀여운 도마뱀 몇마리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호텔 방에서도 화장터의 매캐한 연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계속 목이 간질간질 했고 마른 기침이 나왔다.

 

+++

 

부처님이 갠지스강 순례에 대해서 한 말씀 하신 적이 있다.

 

'성스러운 강물로 목욕한다고 심신이 깨끗해지고 천상에 오른다면, 갠지스강의 물고기들이 제일 먼저 천상에 올랐겠습니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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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forest  |  2022-07-28 16:07         
2     0    

강가(Gang Ga)여신의 강, 시바 여신의 전설이 담긴 갠지스는 신성과 오염이 혼재된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갠지즈는 강가여신의 강, 강가를 영국이 영어식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인간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정성을 다해 지고지순하고 고결한 대상으로 숭배하는 바로 그것을
가장 처참하게 파괴하는 아이러니의 주인공이지요.

힌두스탄 대평원의 비옥한 땅을 가능하게 한 풍부한 수량의 갠지스강은
생명의 원천이자 부와 문명의 젖줄이지만
그 수혜자 인간들은 갠지스를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강 중의 하나로 만들고 있습니다.

정화되지 않은 인분과 공장 오폐수에 천국을 꿈꾸며 죽은 수많은 사람들의 화장한 재와
타다만 시체들로 즐비함에도 고뇌의 사슬을 끊고 더 나은 후세를 위해 사람들은
그 강물에 뛰어 들어 몸을 씻고 그 물을 마십니다.

그들의 삶을 옥죄는 고난의 사슬을 파괴해줄 것으로 믿는 시바 여신의 갠지즈 강은
오히려 그 숭배와 믿음으로 죽어가고 있으니 시바가 파괴의 여신이어서 그럴까요?
종교가 지닌 자기 부정의 모순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급기야 인도의 법원은 강의 발원지인 강고트리 빙하지대와 함께 갠지스 강에 인격권,
즉 법인의 지위를 부여하여 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해 상해죄로 다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강고트리 빙하는 우리의 콜럼비아 아이스필드처럼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해마다 뒤로 후퇴하며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는데
이런 상해의 책임은 전 지구인, 특히 선진 및 개발 도상국에 있으니 우리 모두는 죄인이 되었습니다.

##
가보진 못했으나 근래 인도에 대한 관심으로 심심해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고 생각난 것을 적어 보았습니다.

심심해  |  2022-07-2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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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익하고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합니다. 여행을 좋아하신다면, 특히 사서하는 고생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하신다면 인도는 너무나 좋은 여행지입니다. 매일매일이 새롭고 모험의 나날 입니다.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죠.
아내와 저는 산에서 비박을 즐겨하고 큰 배낭을 메고 산을 돌아다니며 아무거나 줏어먹는 스타일이라 저희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단 2-3일만에 더럽고 위험하다며 바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No problem! 개인적으로 인도 여행 강추합니다.

westforest  |  2022-07-29 10:31         
0     0    

여행을 좋아하지만 자주하지는 못하고요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을 저는 마다하진 않지만 제 아내는 전혀 관심이 없죠.
혼자라면 모를까 아내와의 그런 여행은 거의 불가능하군요.
아내께서 심심해님과 같은 취향과 비슷한 체력을 가진듯 하니 부럽습니다^^

인도는 좀더 공부를 해보아야하겠지만 흥미로움에 비해 매력적으로 와닿지는 않아요.
몰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직 1,2 순위 여행도 수두룩하게 마음에 담겨 있어서.
물론 그 조차도 이 생에서는 모두 가능하지 않겠네요.

비박Vivouac은 산행중 긴급한 상황을 맞아 텐트나 캠핑장비 없이 emergency 로 밤을 보내는 것을
뜻하는데 저는 최대한 그런 상황을 피하는 산행을 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아! 한 번 그럴뻔 하긴 했습니다. 11월 카나나스키스 산행중 조난 직전까지 갔었는데
다행히 빠져 나올 수 있었죠.

한국에서는 일부러 비박산행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항상 이상한 산행문화라고 여겼습니다.
조난을 일부러 당한다는 뜻이니까요. 비박산행지를 추천도 하고 그러던데 그러면 베스트 조난지점을
알려주는 것이군요 ㅋㅋ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저는 산 꼭대기에서 텐트치고 한 번 자보는게 꿈이었는데 록키의 숱한 산을 올라다녔음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껏 못했습니다.

심심해  |  2022-07-29 12:52         
0     0    

그냥 산에서 난장을 까는 걸 뭔가 있어 보이려고 비박이라고 하는 거죠 뭐. 산속에서 자는 이유는, 집에 가기 싫어서, 더 놀고 싶어서 같은 유치한 이유 입니다. :)
근데 이제 나이 먹어서 봇짐지고 다니지도 못하겠어요. 서글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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