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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_12>
 
12

안선생의 집이다.
민경삼이 누워있고 그의 이마엔 물수건이, 그의 팔엔 링거 주사가 꽂혀 있다.
안선생이 그의 곁은 지키고 있다. 물수건을 적셔 얼굴을 닦아주며 정성스레 간호를 하고 있다. 그제서야 눈을 떠 그런 안선생을 바라보는 민경삼이다.
한줄기 눈물이 소리 없이 그의 볼을 타고 내려온다.

“고맙네. 고마워”

“허튼 소리하고 있어!”

“친구!”

안선생이 대답 대신 따듯한 미소를 지어본다.

“난, 평생 종교 같은 건 믿지 않았지만‥
이젠 교회도 가보고 싶고 기도도 해보고 싶네.
이젠 정말 갈 때가 된 모양이야 (안선생을 쳐다보며)
그러기 전에‥ 자네를 한번보고 싶었네.”

“가긴 어딜가? 그딴 소리 한번만 더 하면
그땐 정말 병원 행이야! 알았어?”

민경삼도 미소를 짓고…

“한숨 푹 자게!”

안선생이 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자 노부인을 비롯한 식구들이 기웃거리다 깜짝 놀라 웅크린다. 안선생이 그런 노부인을 째려보곤 서재로 들어가 버린다.



늦은 밤이다.
민경삼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링거병을 들고 거실로 나온다.
그러다 문득 안선생의 방에서 노부인의 성난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민경삼이 걸음을 멈추고 잠시 대화를 듣는다.

“아, 결핵이라문서요?
애들한테 옮기면 어떡하려구 그래요 시방!

불만 섞인 큰아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그래요 아버지.. 어차피 언제까지 우리가 모실 수 없잖습니까?”

그러자 안선생이 불같이 화를 냈다.

“시끄러워! 너 이놈! 내가 널 그렇게 키웠더냐?
너 하나만 잘 먹구 잘살라고 그렇게 키웠더냐?”

“아버지!”

“시끄럽다. 더 이상 얘기할 것 없다.
정 그러면 내가 나가마!”

“아버지!”

민경삼이 고개를 떨군다. 안선생에게 짐이 될 수는 없다. 절대로 안선생을 힘들게 할 수는 없다. 그것이 민경삼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새벽시간… 모든 방의 불이 꺼진 걸 확인하곤 초췌한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은 민경삼이 조심스레 거실로 나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흥청거리는 거리...
캐롤 소리가 울려 퍼지고 크리스마스트리가 넘실거린다.
모두가 들뜬 모습이다.

후미진 아파트 가로수에도 오색 등불 전등이 반짝거리고 있다.
이윽고 하얀 눈이 나리고… 눈발은 더욱 굵어 진다.

그렇게 커다란 눈송이 하나가 하늘에서 날아올라 춤추듯 밑으로 떨어진다. 사뿐사뿐 나비가 날아내려 가듯 땅으로 떨어져 내리던 눈송이가 아파트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노숙자의 어깨에 사뿐히 내려 앉는다.

자신의 더러운 어깨에도 거리낌 없이 내려 앉아 준 새하얀 눈송이가 고마운 듯 노숙자는 고개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와중에도 노숙자의 머리 위에 소복이 눈이 쌓였다. 그래도 민경삼은 밝게 웃을 수 있었다.


안선생은 그 시간에도 서재에 틀어 박혀 있었다. 민경삼이 다시 집을 나간 후 어쩌면 이제 그 친구를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에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내린 화이트 크리스마스 눈송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고 크리스마스 캐롤은 민경삼이 앉아 있는 후미진 아파트 골목까지도 빠짐없이 울려 퍼졌다.

민경삼은 날씨가 추워졌지만 움막으로 들어 가지 않았다. 이내 심한 기침이 찾아 왔지만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그러다 무슨 생각인지 힘차게 일어나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이 사람 안선생! 난 이제 아무 여한도 없네.
살아 생전 자네 같은 훌륭한 친구를 뒀으니 말일세….
(행복한 얼굴) 날 너무 욕하지 말게….
그저, 이 못난 친구…. 만나지 않았던 걸루 생각해 두게.”

화이트 크리스마스 함박 눈송이는 더욱더 세차게 내려 이제 앞을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민경삼의 발길을 가로 막았지만 민경삼은 개의치 않고 힘차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성당 앞…
성탄 미사와 식후 예식 등으로 성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즐거운 웃음소리와 성탄을 축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이윽고 멀찍이 온 몸이 눈에 하얗게 덮인 민경삼의 모습이 보였다.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민경삼이 쳐다보며 미소 짓는다.
이윽고 성당 교회탑을 올려다보는 민경삼이다.
그의 입에선 입김이 자욱이 번지지만 얼굴 표정만은 행복한 얼굴이다.

흥청거리는 거리의 기운이 서재에 틀어 박혀 있는 안선생에게도 넘실대지만 안선생은 이제 손이 떨릴 정도로 엄습하는 뭔지 모를 불안감에 몸서리를 쳤다.
손이 떨려 양손을 맞잡고 마사지를 해 보지만 진정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수년 간 끊어 온 담배를 황급히 찾아 입에 물었다.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 순간… 안선생의 휴대폰이 강렬히 진동하였다. 순간 너무 놀라 담배를 떨어뜨리고 마는 안선생이다.

안선생은 왠지 받고 싶지 않았다. 정말 받고 싶지 않았다…



성탄절 아침이다. 여느 때처럼 성탄을 축하하는 신도들이 모여 들어야 하는 성당 앞이지만 무슨 일인지 119 구급차 불빛이 번쩍거리고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 때 안선생이 사람들을 헤치고 허겁지겁 다가왔다.
구급대원 둘이 들것에 얼굴까지 덮은 시신을 들고 차에 실으려하고
있다. 안선생이 다가가 커버를 들추자 행복한 얼굴로 얼어죽은 민경삼 모습이 보였다. 민경삼을 알아 본 안선생이 죽은 민경삼을 부둥켜 안고 목놓아 오열했다.

“오~, 영감태기! 영감태기!
이 사람 친구!~~”

커버를더 들추자 민경삼의 두 손엔 안선생이 준 목도리가 꼭
쥐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안선생이 서럽게 울부짖는다.
안선생이… 잘려져 나간 민경삼의 왼손을 붙들고 서럽게 눈물 흘린다.
그러자 구급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안선생에게 말을 건넸다.

“아시는 분입니까?”

안선생 흐느끼며 대답했다.

“제… 친굽니다. (민경삼을 껴안으며)
죽‥죽었어요. 얼어죽었습니다. 제, 제 친굽니다.”

숙연해지는 사람들‥ 그 위로 눈은 계속 내리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기사 등록일: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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