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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93세 노인의 분노
기자 수첩
93세 노인의 분노
프랑스에서는 요즘 93세 노인이 쓴 책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래도 93세에 책을 발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쉽지 않은 일을 한 노인의 이름은 스테판 헤셀(Stephen Hessel).

이 노인이 쓴 책은 30페이지짜리 책으로 책이라기보다는 팜플렛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은데 30페이지 중 본문은 겨우 13페이지에 불과한 미니 책이다. 그 책의 내용이 특이한 것도 아니고 기발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학설이나 이론도 아니다.

그런 책을 이름도 없는 작은 출판사에서 8,000부를 찍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불티나게 팔려 3개월만에 50만부가 팔렸고 계속 팔리고 있어 출판사에서는 85만부를 찍을 예정이라 한다. 더구나 이 책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어로 번역되 출간될 예정인데 그 중에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다한다.

그런데 이 노인의 이력이 범상치 않다. 1917년 유대인 부모사이에서 베를린에서 태어난 이 노인은 1925년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했다. 1937년에 프랑스 국적을 받았다. 이 노인은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다 비밀경찰에 체포돼 수용소게 감금되어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사형 직전 수용소에서 활동하던 다른 레지스탕스 도움으로 신분세탁에 성공, 수용소를 탈출한다. 종전 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세계인권선언문’ 작성에도 참여한 노인은 90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왕성한 좌파활동을 하고 있다.

제목이 ‘분개하라(Indignez vous)'는 책에서 노인은 가장 나쁜 태도는 “무관심”이라고 질타한다. 무관심에 대해 독일 신학자인 Friedrich Gustav Emil Martin Niemoller(1892~1984)는 ’그들이 왔을 때‘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Als die Nazis die Kommunisten holten,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habe ich geschwiegen;
나는 침묵하고 있었다.
ich war ja kein Kommunist.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Als sie die Sozialdemokraten einsperrten,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가둘 때,
habe ich geschwiegen;
나는 잠자코 있었다.
ich war ja kein Sozialdemokrat.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Als sie die Gewerkschafter holten,
그들이 노조에게 왔을 때
habe ich nicht protestiert;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ich war ja kein Gewerkschafter.
나는 노조가 아니었으니까.
Als sie die Juden holten,
그들이 유태인에게 왔을 때
habe ich geschwiegen;
나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ich war ja kein Jude.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니까.
Als sie mich holten,
그들이 내게 왔을 때
gab es keinen mehr, der protestieren konnte.
아무도 항의해 줄 이가 남아있지 않았다.

이 노인을 분노, 분개하게 한 것은 프랑스의 정치 사회적 현상이었다. 외국인 이민자 박해 및 추방. 높아지는 연금 수령 연령, 무너져 내리는 사회보장제도, 부자를 위한 배금주의 정책, 인간은 없고 이윤만 보이는 신자유주의의 팽배. 이런 것들이 200년 넘는 프랑스의 민주주의 전통을 위험하게 한다고 보고 이 노인을 분노, 분개하게 했다.

이 책이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이유는 많은 프랑스 국민들이 이 노인의 분노, 분개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혁명의 나라, 똘레랑스의 나라인 프랑스 국민들이 사르코지의 정책에 분노, 좌절감을 겪다 이 노인의 일갈이 경종을 울린 것이다.

이 노인은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분노하는 것이 맞지만 참여가 없는 분노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레지스탕스에 들어간 동기는 분노와 참여다. 우리는 독일군의 점령, 프랑스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독립운동한 집안은 몰락해 가난에 찌들고 친일파가 득세해 사회의 주류가 된 것을 당연시여기는 우리로서는 이 노인의 말이 그저 허황된 객기로만 들리지는 않는지.

“우리는 스탈린이 나치에 승리했을 때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곧 스탈린의 독재에 항거해야 했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공산주의에 한 쪽 문을 열어 놓고 있기는 했지만.”

93세의 이 노인은 우리 같은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있다. “주위를 잘 살펴보라. 분개할 것들, 참지 못할 것들이 있다. 가장 나쁜 것은 무관심이다.”라고.

기사 등록일: 20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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